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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MOU, 전쟁 끝내나…호르무즈 열려도 '60일 협상' 이 진짜 변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란 석유판매·핵협상 재개가 합의 핵심
▷외교적 돌파구 평가 속 이스라엘 반발·이란 강경파·핵물질 처리 이견은 불씨

입력 : 2026-06-17 09:38
미·이란 MOU, 전쟁 끝내나…호르무즈 열려도 '60일 협상' 이 진짜 변수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기 중인 선박들(사진=연합)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면서 중동발 에너지 불안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합의는 최종 평화협정이라기보다 향후 60일간의 협상을 전제로 한 ‘정치적 휴전 장치’에 가깝다는 점에서, 시장의 안도감이 곧바로 위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가 16일 발간한 ‘미국-이란 MOU 체결합의와 해외시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시각 15일 오전 6시 29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Truth Social을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양측 간 MOU 서명은 19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약 15분 먼저 SNS 엑스(X)를 통해 미국과 이란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의 상징은 단연 호르무즈 해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가 이제 완료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무료 통행 개방과 미국 해군의 즉각적인 봉쇄 해제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TV도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국을 인용해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이 즉시 영구적으로 종식되고, 미국의 봉쇄조치도 완전하게 해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르무즈·석유·핵협상…합의의 세 축

 

아직 양국의 최종 합의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국제금융센터 보고서는 외신들이 입수한 초안과 보도 내용을 종합할 때 세 가지 공통분모가 확인된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호르무즈 해협의 신속한 개방, 둘째는 이란의 석유 판매 허용, 셋째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60일간의 협상이다.

 

Bloomberg가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페르시아어 초안에는 미국과 이란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식하고, 향후 서로에 대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삼가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양측이 60일 이내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협상하고, 필요할 경우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합의안에는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은 상선 통행을 재개해 30일 이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관련 은행거래·보험·운송 서비스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그동안 국제유가와 해상 운송 시장을 압박했던 중동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완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동결자산 해제 문제는 외신별 보도가 엇갈린다. Reuters는 이란 관리를 인용해 동결자산 250억달러 해제 가능성을 보도했고, 이란 메흐르통신은 이 중 절반이 협상 개시 전 해제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Bloomberg는 구체적인 해제 규모보다 협상 진행 상황에 따른 단계적 해제 가능성에 무게를 뒀고, Axios는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란 동결자산 절반의 즉각적 해제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외신 평가는 ‘돌파구’와 ‘불안한 휴전’으로 갈렸다

 

이번 합의에 대한 해외 평가는 대체로 환영과 경계가 엇갈린다. WSJ는 이번 합의를 세계 경제를 흔든 전쟁에서 잠재적으로 중요한 돌파구로 평가했다. Axios도 이번 MOU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와 에너지 시장 압박 완화, 핵협상 창구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Guardian은 중동 전쟁과 세계 경제에 안도의 희망을 제공했다고 전했고, AFP와 스페인 El País 역시 전쟁 시작 이후 최대 외교적 진전이라는 평가를 소개했다.

 

국제사회도 환영 메시지를 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과 국제기구는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확보 차원에서 이번 합의에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확산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원유 수급과 해운 물류,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MOU가 과거 오바마 행정부 당시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보다 이란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JCPOA에서는 이란의 핵 관련 이행이 선행됐지만, 이번 합의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 해제의 반대급부로 이란의 석유 판매가 먼저 허용되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FT는 이번 논의에서 제시된 이란에 대한 인센티브 규모가 과거 합의보다 훨씬 크다는 비판론자들의 시각을 전했다.

 

이스라엘 내부의 반발도 변수다. 이스라엘 언론과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MOU에서 이란 장거리 미사일 폐기와 역내 대리세력 지원 문제가 빠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Atlantic Council은 이스라엘 내부에서 미국과 이란의 협상과 무관하게 헤즈볼라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Axios와 AP도 이스라엘의 불만이 향후 레바논 재공격이나 60일 협상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내부 강경파의 반발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Guardian에 따르면 이란 내 강경 보수 성향의 파이다리 전선파를 중심으로 이번 MOU를 미국에 대한 양보나 항복으로 보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합의를 주도한 이란 협상팀 입장에서는 전쟁을 끝내면서도 이번 합의가 미국에 굴복한 것으로 비치지 않게 만드는 정치적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호르무즈 열려도 끝난 게 아니다

 

이번 합의가 실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먼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조건이 명확해져야 한다. 미국은 ‘무료 통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란은 통행료는 아니더라도 해협 이용 과정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표현은 다르지만, 시장 입장에서는 해협 통행 비용과 운송 안정성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핵 프로그램 처리 방식도 핵심 쟁점이다. 이란은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농축 우라늄과 핵물질 처리 방식, 국제원자력기구(IAEA)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문제는 별도의 협상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과 이란이 핵물질을 국외 반출할지, 이란 내 희석 또는 보관 방식으로 처리할지에 대해 이견을 보일 경우 협상은 다시 교착될 가능성이 있다.

 

재건기금 문제도 부담이다. CBS는 이란 재건 프로그램의 부담 주체가 걸프만 국가나 미국 우방국이 될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Reuters는 UAE가 이란에 100억~20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는 보도를 내놨지만, 이것이 재건기금의 일환인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전쟁 종식 합의가 경제 지원 문제와 연결될수록 주변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Sky News는 이번 합의를 전쟁의 여러 국면 중 초기 단계가 끝난 것으로 보며, 사실상 60일 휴전 연장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Atlantic Council도 60일이라는 기간은 핵, 제재 해제, 지역 안보 문제를 모두 다루기에는 짧다며 협상 연장이나 이란의 지연 전술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국 경제에는 ‘안도’보다 ‘확인’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 입장에서 이번 MOU는 긍정적 변수와 불확실성을 동시에 갖는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해협 통행이 정상화되고 이란산 원유 판매가 재개되면 국제유가와 해상 운송비, 석유화학 원가 부담은 완화될 수 있다. 정유·화학·항공·해운 업종은 물론 물가와 환율에도 간접적인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시장의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19일 서명 전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서명 이후에도 60일 협상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이란 강경파 반발, 핵물질 처리 이견, 제재 해제 범위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합의 발표 직후의 안도감만으로 유가와 금융시장의 방향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이번 MOU의 의미는 전쟁 종식의 확정보다 확전을 멈추고 협상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데 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 석유 판매 허용은 분명한 시장 안정 요인이지만, 핵과 제재, 역내 안보 문제는 여전히 협상의 바깥에 남아 있다.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합의 발표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 60일 동안 실제로 무엇이 이행되고, 어떤 쟁점이 다시 충돌하느냐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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