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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불안보다 AI 거품 우려…미 증시, 기술주부터 흔들려

▷미·이란 이견에도 호르무즈 통과 선박 증가…유가 하락세 지속
▷반도체 급락·AI 투자 수익성 논란에 위험회피 확산

입력 : 2026-06-24 10:17
호르무즈 불안보다 AI 거품 우려…미 증시, 기술주부터 흔들려 (뉴욕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엇갈린 주장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은 중동 리스크에서 다시 미국 기술주와 연준의 금리 경로로 이동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최근 유조선과 LNG 운반선의 통항이 증가하면서 원유 공급 충격 우려는 다소 낮아졌다. 반면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 반도체주 급락은 증시 전반의 부담으로 번졌다.

 

24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국제금융속보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공식 협상 이후 서로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핵시설 사찰의 장기 허용에 합의했다고 밝혔고, 동결 해제된 이란 자금은 미국 통제 아래 미국산 식량과 제품 구매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핵 프로그램 논의나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수용 합의를 부인했다. 이란 측은 동결 해제 자산의 처리 권한도 이란에 있다고 반박했다.

 

◇협상은 불안하지만 유가는 안정 쪽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도 끝나지 않았다. 이란과 오만은 해협 통항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고, 미국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다만 Bloomberg와 Reuters 등 주요 외신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LNG 운반선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 문구를 둘러싼 정치적 충돌과 별개로 실제 물류 흐름은 회복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원자재 시장에 먼저 반영됐다.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1.05% 하락한 77.08달러를 기록했다. 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시장은 당장 호르무즈 봉쇄가 현실화될 가능성보다는 통항 정상화 가능성에 무게를 둔 셈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이었다. 미국 S&P500지수는 1.44% 하락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2.2% 떨어졌다. 특히 AI 투자 기대를 타고 상승했던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9%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시장에서 빅테크의 대규모 AI 투자가 실제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과도한 레버리지에 따른 일부 강제 청산 가능성이 주가 하락 원인으로 제기됐다고 전했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AI 투자, 기대에서 검증 국면으로

 

AI는 최근 미국 증시 상승의 핵심 동력이었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전력 설비까지 AI 투자 기대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기술주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시장의 질문은 이제 “AI가 성장 산업인가”에서 “지금의 투자 규모를 정당화할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가”로 바뀌고 있다.

 

Financial Times는 미국 증시에서 고물가와 대규모 AI 투자 부담에 더해 연준의 금리 경로가 새로운 위험으로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Nuveen은 대규모 AI 투자 수익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봤고, RBC BlueBay는 기술주의 빠른 상승, 과도한 레버리지, 개인 투자자금 유입이 급격한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부담도 다시 커졌다. 미국의 6월 S&P 글로벌 종합 PMI는 52.2로 전월 51.5보다 상승하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지표가 견조하다는 점은 침체 우려를 낮추지만, 동시에 연준이 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시카고 연은의 굴스비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며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달러지수는 0.34% 상승했고, 유로화는 0.41%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안전자산 선호 영향으로 1bp 하락했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는 커졌다. VIX지수는 12.79% 급등했다. 뉴욕 1개월물 NDF 기준 원·달러 환율은 스왑포인트를 감안해 1533.2원 수준으로 집계됐고, 한국 CDS도 1bp 상승했다.

 

◇안도감은 유가에, 불안은 증시에 남았다

 

이번 시장 흐름은 투자자들이 중동 리스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호르무즈 통항 서비스료 논란, 이란 핵시설 사찰 여부, 레바논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유가보다 기술주와 금리 경로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더 직접적인 요인으로 부상했다.

 

The Economist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 제재 해제가 실제 효과 면에서 기대와 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이미 이란산 원유 수출 증가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에 유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이란 경제 회복이 빨라지면 미국이 원하는 핵 문제 양보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현재 시장은 두 개의 불확실성을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하나는 중동 협상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정학적 위험이고, 다른 하나는 AI 투자 열풍이 실적과 금리 부담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금융시장 내부의 위험이다. 유가 하락은 안도감을 줬지만, 반도체주 급락과 VIX 상승은 그 안도감이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분간 글로벌 증시는 호르무즈보다 AI 수익성, 연준 금리,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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