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름에서 지혜까지, 섬티아고의 마지막 여정 [길위기행: 신안군편 ②]
▷게스트하우스의 하룻밤, 그리고 인연에서 지혜로 이어진 여정
▷섬의 바람이 전하는 마지막 속삭임, 마음속에 계속되는 길
![머무름에서 지혜까지, 섬티아고의 마지막 여정 [길위기행: 신안군편 ②]](/upload/268f2fea67af4658b646272943c4aa7f.jpg)
[위즈경제] 전현규 기자 = 섬티아고의 2막은 ‘머무름’에서 시작된다.
여행의 중심부에는 섬티아고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새롭게 리모델링된 이곳은 섬 여행에서 흔히 겪는 불편함을 지운, 쾌적하고 깔끔한 공간이다.
하루를 묵으며 창밖으로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걷던 길의 여운이 파도처럼 마음속에 잔잔히 내려앉는다. 게스트하우스 옆 카페에서는 섬티아고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색 있는 메뉴가 여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빨간색 전기자전거와 마주하게 된다. 멀리서도 눈길을 끄는 이 자전거는 ‘1004바이크’ 앱으로 간편하게 대여할 수 있다. 손잡이에 손을 얹는 순간, 섬의 바람을 가르며 달릴 준비가 된 듯 가슴이 설렌다.
숙소 예약과 여행 편의를 위해서는 ‘링패스’ 앱이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링패스는 공공시설물을 쉽고 편리하게 예약·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앱으로, 현재는 신안군 내의 숙소·시설 예약이 가능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추후에는 다른 지역의 공공시설물도 손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확장될 예정이다. 단순한 예약 기능을 넘어, 실제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이 추천하는 맛집·카페 정보도 제공하며, 방문 후기를 남기거나 여행 정보를 공유하면 리워드까지 받을 수 있다.
여행 전·중·후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여행 파트너’다.
이제 준비가 끝났다. 전기자전거의 페달을 밟든, 도보로 걸음을 내딛든, 어떤 것도 좋다. 길은 다시 순례자를 기다리고 있으니.
7코스 | 인연의 집 (토마스)
작가: 김강 | 위치: 소기점도 호숫가 부근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면, 푸른색 문이 마치 초대장처럼 순례자를 맞이한다.
원형으로 지어진 건물의 바닥에는 별 모양의 모자이크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그 위에 서면 마치 하늘과 연결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내부는 유리창을 통해 빛이 자유롭게 흘러들어와 시간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다.
벽에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물방울처럼 맺힌 유리공예가 섬세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머무르면, 떠나간 인연과 다가올 만남이 한 줄기 빛처럼 스쳐가며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8코스 | 기쁨의 집 (마태오)
작가: 김윤환 | 위치: 소악도 진입 마을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황금빛 돔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기쁨의 집’이 눈에 들어온다. 외관은 해를 닮았고, 그 빛깔은 어느새 걷는 이의 표정까지 환하게 바꿔놓는다.
내부로 들어서면 간결한 구조 안에 환한 색채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웃는 얼굴 모양의 조형물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 앞에 서면 이유 없이 마음이 가벼워지고, 발걸음에 리듬이 생긴다.
‘기쁨’이란 때로 이렇게 단순하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임을 느끼게 한다.
9코스 | 소원의 집 (작은 야고보)
작가: 장미셀·외국 작가팀 | 위치: 소악도 어부 마을
갯마을 골목을 빠져나오면, 바다를 향해 활처럼 열린 곡선형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외벽의 물고기 형상 부조는 바다의 풍요와 순례자의 바람을 함께 품은 듯하다.
한쪽 벽면에는 작은 종이와 펜이 놓여 있어, 누구나 자신의 소원을 적어 붙일 수 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그 소원들을 조용히 받아 안아, 수평선 너머로 데려다줄 것만 같다. 바람이 종이를 스치고, 파도 소리가 그 마음을 멀리 실어 나른다.
10코스 | 칭찬의 집 (유다 타대오)
작가: 손민아 | 위치: 소악도 내림길 인근
내리막길을 따라가다 보면, 햇살에 반짝이는 작은 집이 나타난다. 내부에는 큰 장식 없이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와, 방 전체를 따뜻하게 물들인다.
중앙의 작은 좌대 위에는 ‘나를 칭찬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놓여 있다. 이 짧은 한 문장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가 되고, 혹은 함께 걷는 이에게 보내는 작은 격려가 된다.
잠시 앉아 지난 걸음을 돌아보다 보면, 나 자신을 향한 미소가 천천히 피어난다.
11코스 | 사랑의 집 (시몬)
작가: 강영민 | 위치: 소악도 끝자락 해안
바다와 맞닿은 이 집은, 밀물 때면 물 위에 떠 있는 듯 보인다. 목재 데크를 따라 들어가면, 바람과 파도 소리가 고스란히 몸을 감싼다.
내부는 의도적으로 장식을 최소화해, 빈 공간이 주는 여백 속에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벽면에 새겨진 짧은 시구나 문장은, 단어 몇 개만으로도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이곳에서의 ‘사랑’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마음을 데우는 잔불 같다.
12코스 | 지혜의 집 (가롯 유다)
작가: 미상 | 위치: 딴섬
마지막 딴섬에 오르려면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섬에 발을 디디면, 단단한 콘크리트 벽체가 묵묵히 서 있고, 작은 창 하나가 빛을 아주 조금만 허락한다. 내부는 빛과 어둠이 극명히 대비되며, 그 고요 속에 앉아 있으면 걸어온 모든 길이 천천히 정리되는 듯하다.
바다 건너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멀지만 분명하게 가슴을 두드린다. 이곳에서 ‘지혜’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데서 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섬티아고, 그 길의 끝에서
섬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히 풍경 좋은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이 길은 예술과 자연, 지역의 삶이 고요히 어우러진 하나의 긴 시(詩)다. 조형물은 눈에 보이는 오브제를 넘어서, 섬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그것을 걷는 이의 감정과 맞닿는다.
처음은 설렘이었고, 중간은 사색이었으며, 끝은 묵직한 울림이다. 걸음을 옮길수록 무언가가 마음에 쌓인다. 조용한 바다, 낯선 바람, 낡은 그네, 아이들의 물고기, 잔잔한 물레방아… 그리고 새의 문 아래, 그 모든 기억이 천천히 하나의 원을 그린다.
돌아오는 길, 어느새 발걸음은 익숙한 흙 냄새를 그리워하고, 머릿속엔 ‘그곳의 바람은 지금도 불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맴돈다.
그 길은 분명히 끝났지만, 마음속 어딘가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 또다시, 처음처럼 그러나 더 깊은 마음으로, 그 길을 걷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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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샵이나 번식장에서 유통되는 강아지에 대한 문제점을 고발하는 방송이 나올때마다 이런 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적극 찬성합니다.
2루시법 적극 찬성합니다 반려동물의 대량매매는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3좋은 기사 잘봤습니다.
4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5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6AI가 너무 빠르게 발전하네요. 나중에는 정말 구분하기 힘들듯 하네요.
7영국,호주 등 선진국은 이미 유사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반려견 인구가 매년 늘어가고 있음에도 관련법은 계속 제자리 걸음입니다. 하루빨리 국내에서도 루시법과 같은 법안을 도입해서 반려동물 산업 수준을 글로벌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