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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행 특수교육, 교육도 생명도 지키지 못해"

▷ "교사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돼"
▷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 제공하기 어려워"

입력 : 2024.11.27 17:48 수정 : 2024.11.28 10:32
[인터뷰] "현행 특수교육, 교육도 생명도 지키지 못해" 장은미 위원장이 위즈경제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필립 기자 = A씨는 2021년 인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동료 교사는 A씨를 ‘밝고 붙임성이 좋으며 싫은 소리 못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A씨의 유튜브 영상 목록은 대부분 특수교육과 교수법 관련 영상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는 기아 타이거즈의 골수팬이었고, 한정판 운동화에 관심이 많은 ‘스니커헤드’였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올해 3월부터 A씨는 부쩍 힘들어했다. 특수학급 인원이 많아 업무가 버겁다고 주변에 토로했다.

 

지난달 24일, A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스템 없는 특수교육 현실이 젊은 특수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특수교사노동조합(특교조)은 이 일이 A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바뀌지 않은 특수교육 현장의 문제가 A씨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주장이다.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의도 모처에서 24년차 특수교사, 장은미 특교조 위원장을 만났다.

 

◇ ‘정원의 2배’ 과밀학급 문제

 

고인은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법정 기준을 초과한 8명의 학생을 담당했다. 특수교육법 제27조에 따르면 특수학급당 학생 정원은 유치원 4명, 초등학교·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이다. 이 같은 과밀학급 문제가 특수교육에선 흔하다는 게 장 위원장의 설명이다.

 

Q. 학생이 정원을 초과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학생에게 개별화 교육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일반학급과 달리 특수학급 학생들은 나이도 다르고, 가진 장애도 다 달라요. 그래서 학기 초에 학생마다 개별화 교육 과정을 짜서 수업을 하죠. A씨의 경우 주당 29시간의 수업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매일 6교시 수업을 진행한 겁니다. 수업이 끝나면 행정업무를 했고요.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쓰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죠. 고인은 그런 상황에서도 학생들에게 최선의 교육을 하려 노력했습니다."

 

특수교육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특수학급이 아닌 ‘전일제 통합학급’에서 수업 듣는 ‘완전통합’ 학생도 있다. 일반 지능은 갖고 있지만 신체적 장애가 있는 등의 경우다. 고인은 8명의 특수학급 학생에 4명의 완전통합 학생까지 포함해 실질적으로 정원의 2배에 해당하는 12명의 학생을 가르친 셈이다.

 

Q. 어떻게 특수교사가 완전통합 학생까지 담당하게 되나요?

 

"학생마다 장애 정도와 종류가 다르지만, 보호자가 요청하면 어김없이 통합학급에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특수교육, 생활지도가 필요하고 돌발행동이 많은 학생이라도 그렇게 되는 구조예요. 그러면 통합학급 교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고, 결국 특수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요. 통합학급 교사와 특수교사 모두의 업무 부담이 되는 거죠.”

 

현행법은 완전통합과 부분통합 학생을 구분하지 않는다. 때문에 특수교사는 과밀학급에 더해 정원에 들어가지 않는 완전통합 학생에게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서류에 보이지 않는 업무부담이기에 학급 증설과 교사 배치로 이어지지 않는다.

 

Q. 과밀학급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학생의 장애 정도만 따질 게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교육이 가능한 학생 수가 몇 명인지 파악해야 해요. 특수교육에선 학생마다 중증도나 문제 유형이 달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법정 정원이 6명이라도 중증 장애 학생이 많은 학교에선 정원을 하향 조정하는 등 학교 상황에 맞는 탄력적 운영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과밀학급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장애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통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특수교사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 행동중재, 딜레마에 빠진 특수교사들

 

"결국 학생에게 계속 맞을 것이냐, 보호자에게 아동 학대로 고소를 당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되요. 대부분 교사는 법적 다툼을 피하기 위해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말죠."

 

특수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성희롱을 당하는 일은 일반교사의 경우에 비해 빈번하다. 일반교사의 경우 학생의 반을 옮겨 가해학생과 피해교사를 분리할 수 있지만, 특수교사의 경우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장 위원장은 덧붙였다. 3년 내내 자신을 폭행하거나 성희롱한 학생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언제든 다시 공격받을 수 있다는 긴장 속에 학생을 가르쳐야 해요. 지금은 5년에 한 번만 학교를 옮길 수 있어요. 학생이 지속적으로 교사를 공격하는 등 충분한 사유가 있으면 비정기적으로도 학교를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Q. 학생을 더 적극적으로 제지할 수는 없나요?


"공격행동을 막다가 학생에게 멍이라도 들면 학생을 학대했다는 오해를 받아요. 교육활동이 침해될 때도 그냥 교사가 책임을 떠안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행동 중재와 관련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죠. 어디까지가 정당한 물리적 제재인지, 교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규정해야 합니다."

 

Q. 교육청은 행동중재 지원팀을 두고 있습니다. 지원팀의 도움은 받아봤나요?


"행동의 전조 증상이나 원인을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관찰기록을 쓰라고 해요. 지원팀은 기록을 바탕으로 학생의 행동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안하죠. 문제는 돌발 행동이 예고 없이 일어난다는 점이에요. 특정 학생이 갑자기 다른 학생이나 교사를 공격하는 경우, 이를 예측하고 대응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죠. 교사들은 이러한 돌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해 즉각 대처해야 하고, 동시에 기록 업무까지 맡아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Q. 이에 대한 교육청 가이드라인은 없나요?

 

"생활지도 가이드라인에는 최소한의 물리적 제재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행동중재 가이드라인은 물리적 제재를 거의 허용하지 않고, 보호자와 사전 상의나별도의 보고 절차까지 요구합니다. 행동중재 상황에서 교사의 판단이 합리적이고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를 정당하게 인정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Q. 행동중재 전문 교사 제도가 있지 않나요? 


"따로 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라, 행동중재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특수교사가 행동중재 업무를 합니다. 자격이 있더라도 기존 업무가 과중해 제대로 된 행동중재를 하기 어려운 형편이죠. 그래서 별도의 전문 교사를 둬 행동중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특수교사가 알아서" 교육과 보육 사이

 

“장애 학생과 관련된 문제는 '특수교사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어요.”

 

Q. 특수교사의 업무를 벗어나는 민원도 있나요?

 

"아침에 집 앞까지 와서 학생을 데려가 달라는 경우도 있고, 아이가 특수학교 같은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주당 35시간 수업을 해달라는 경우도 있어요.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건 불가능하다'며 거부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특수교사가 알아서 하라'며 내버려둬요. 설령 학교 차원에서 못 한다고 해도 특수교육 지원센터를 통해 다시 민원을 넣으면 장학사에게 전화가 와요. 그럼 어쩔 도리 없이 요청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어요. 교사는 규칙에 따라 대응해도, 보호자 입장에서는 ‘지원센터에 전화하니까 다 되던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일이 계속 생기는 거죠."

 

◇ 교육 현장의 안전, 아이들의 권리

 

A씨가 숨진 뒤에야 인천시교육청은 인천 ○○초등학교 특수학급을 두 반으로 나누고 경력 특수교사를 배정했다. 또한 특수학급 증설 수요 조사 횟수를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수시 증설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Q. 특교조의 향후 계획은 뭔가요?

 

"12월 14일에 추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집회는 돌아가신 인천 특수교사에 대한 추모에 더해 특수교사의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자리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특수교사 보호를 위한 입법 활동에 힘쓰고, 교사·학부모·시민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려 합니다."

 

"특수교육의 구조적 문제는 교직 사회 일부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교육 현장의 안전과 아이들의 권리에 직결되죠.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교사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고, 교사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필립 사진
이필립 기자  kopja93@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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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토론의 장이되야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중증발달장애인의 또다른 자립주택의 허상을 깨닫고 안전한 거주시설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추구하여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수있도록 거주시설어 선진화에 힘을 쏟을때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인력충원과 시설선진화에 국가에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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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자립생활을 위한 기반이 되야합니다. 이를위해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보호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거주시설을 개선하고 지원 되이야 가족도 지역사회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정책개발 및 지원 해야 한다는 김미애의원의 말씀에 감동받고 꼭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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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발달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바랍니다. 탈시설을 주장하시는 의원님들 시설이란 인권을 빼앗는 곳이라는 선입관과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지 마세요. 중중발달장애인을 위해 노화된 시설을 개선해 주세요. 또, 그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폐쇄한다는 등 위협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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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멀리 있어서 유트브로 시청했는데 시설장애인 부모로 장애인들이 시설이든 지역이든 가정이든 온전히 사회인으로 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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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경우, 자립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거주 서비스 필요성에 의해 장기요양형 거주 시설부터 지역사회 내 자립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거주시설에서의 자립생활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길 기대합니다.

6

장애인도 자기 삶을 결정하고 선택 할 귄리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삶을 대신 결정합니까? 시설에서 사느냐 지역사회에서 사느냐가 중요 한게 아니고 살고 싶은데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7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은 원가정을 떠나 공동체로의 자립을 한 것입니다.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시설안과 밖에서 너무도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원가정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운 좁은 임대주택에서의 삶과 다른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야 말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성이 향상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 입니다.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가기란 주변의 민원과 벌래 보듯한 따가운 시선 그리고 돌발행동으로 위험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늙고 힘없는 부모나 활동지원사는 대처할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심지어 경찰에 부탁을 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러나 거주시설은 가장 전문성이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과 사랑이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을 웃게 만들고 비장애인들의 눈치를 안봐도 되고 외부활동도 단체가 움직이니 그만큼 보호 받을수 있습니다 . 예로 활동지원사가 최중증발달장애인을 하루 돌보고는 줄행랑을 쳤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