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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밀려 시작했지만 계속 혼자 산다…1인가구의 달라진 삶 ①

▷1인 생활 시작 계기 ‘비자발적’ 50.7%…학교·직장부터 이혼·사별까지
▷10명 중 7명 생활에 만족하지만 경제력 만족도는 51.4%에 그쳐
▷외로움·우울감은 여전…‘독립이 고립되지 않는’ 지원체계 필요

입력 : 2026-07-20 13:30
떠밀려 시작했지만 계속 혼자 산다…1인가구의 달라진 삶 ① 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혼자 사는 삶이 더 이상 청년의 일시적인 독립이나 노년층의 사별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취업과 학업, 이혼과 사별 등으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1인 생활을 시작한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혼자 살아본 뒤에는 현재 생활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사람도 늘었다.

 

다만 높은 생활 만족도와 별개로 경제적 불안과 외로움, 건강과 돌봄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1인가구 증가를 개인의 생활방식 변화로만 바라보기보다 주거·소득·건강·사회관계망을 아우르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6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과거 대표적인 가구 형태였던 3인가구 18.8%와 4인가구 12.7%를 합친 비중보다 높다.

 

1인가구 증가 속도도 기존 전망을 앞지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2022년 장래가구추계에서 2030년 1인가구 비중을 35.6%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023년 이미 35.5%에 도달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41.3%인 962만가구가 혼자 살 것으로 전망된다.

 

◇ 절반 이상은 ‘비자발적’ 시작…이유는 세대마다 달랐다

 

1인 생활이 보편화됐다고 해서 모두가 처음부터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보고서가 경제활동을 하는 25~59세 1인가구 2000명을 조사한 결과, 1인 생활을 시작한 계기가 ‘비자발적’이었다는 응답은 50.7%로 절반을 넘었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해서 등 ‘자발적’ 이유는 29.6%,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살게 됐다는 중립적 이유는 19.7%였다.

 

비자발적으로 1인 생활을 시작한 이유는 연령별로 차이가 뚜렷했다. 20대는 59.7%, 30대는 42.7%가 학교나 직장 때문에 혼자 살게 됐다고 답했다. 청년층에서는 진학과 취업, 직장 이동이 1인가구 형성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반면 40·50대에서는 원하는 배우자를 만나지 못했거나 이혼·사별로 혼자 살게 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1인가구 형성이 특정 연령대나 단일한 이유가 아니라 생애주기마다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의미다.

 

특히 50대에서는 2024년과 비교해 비자발적으로 1인 생활을 시작했다는 응답이 6.8%포인트 감소하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는 중립적 응답이 7.0%포인트 늘었다. 중년층에서도 혼자 사는 삶을 예외적인 상황보다 자연스러운 생애 단계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시작은 떠밀렸지만 58.3% “앞으로도 혼자 살겠다”

 

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주목할 대목은 1인 생활을 시작한 계기와 이를 지속하려는 이유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향후에도 1인 생활을 지속할 의향이 높다는 응답은 58.3%로 2024년보다 2.5%포인트 상승했다. 지속 의향이 낮다는 응답은 8.9%에 그쳤다. 10년 이상 장기간 혼자 살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도 32.8%에서 34.6%로 늘었다.

 

혼자 사는 생활을 이어가려는 가장 큰 이유는 ‘혼자 사는 것이 편해서’로 61.4%를 차지했다.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가 15.9%로 뒤를 이었다.

 

반대로 1인 생활 지속 의향이 낮은 응답자의 54.5%는 ‘결혼하고 싶어서’를 이유로 들었다. 단순히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결혼과 가족 형성이라는 다른 삶을 희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결국 1인가구의 절반 이상은 학교와 직장, 결혼과 가족관계 변화 등 외부 요인으로 혼자 살기 시작했지만, 생활 과정에서 자율성과 편의성을 경험하면서 이를 계속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뀐 셈이다.

 

◇ 생활 만족도 73.5%…‘경제력’은 절반만 만족

 

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1인가구의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도 상승했다. 현재 1인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73.5%로 2024년 71.2%보다 2.3%포인트 높아졌다.

 

생활 만족도는 2019년 61.0%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7.0%로 떨어졌지만, 2022년 68.2%, 2024년 71.2%, 2026년 73.5%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부문별로는 공간·환경 만족도가 79.5%로 가장 높았고 여가생활 74.8%, 인간관계 62.4%, 경제력 51.4% 순이었다. 혼자 사용하는 주거 공간과 자유로운 시간 활용에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경제적 기반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가량만 만족한 것이다.

 

경제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내 집 마련이나 저축 등 ‘경제적 기반이 불충분해서’가 60.7%로 가장 많았다. 경제적 여유 부족 52.5%, 노후 대비 자금 준비의 어려움 43.0%, 불안정한 소득 38.4%가 뒤를 이었다.

 

연령별 고민도 달랐다. 20·30대는 경제적 기반과 여유 부족 등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크게 느꼈다. 40·50대는 노후자금 준비와 소득 안정 등 이미 형성한 자산을 유지하면서 노후를 대비하는 문제를 더 걱정했다.

 

◇ 만족도 높아져도 외로움과 우울감은 그대로

 

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생활 만족도가 높아진 것과 달리 정서적인 어려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1인가구의 33.4%는 외로움을 크게 느낀다고 답했고, 우울감을 크게 느낀다는 응답도 32.0%에 달했다. 2024년과 비교해 외로움과 우울감 체감률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집단별로는 40·50대 남성의 외로움과 30·40대 여성의 우울감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외로움 체감률은 40대 남성이 40.6%로 조사 집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현재 가장 큰 걱정거리로는 경제적 안정이 24.0%를 차지했고 건강 18.0%, 외로움 15.9%가 뒤를 이었다. 미래의 걱정거리에서는 건강이 25.7%로 가장 높았고 경제적 안정 25.4%, 외로움 19.8% 순이었다.

 

당장의 주거와 식사, 안전 문제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과 경제력, 외로움 등 장기적인 삶의 안정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모습이다. 돌봄을 가족에게 의존해 온 기존 사회구조에서 1인가구가 나이가 들수록 겪게 될 공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 ‘혼자 살 권리’만큼 ‘혼자 감당하지 않을 권리’도 필요하다

 

1인가구의 증가는 결혼과 가족을 둘러싼 가치관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는 자유를 위해 혼자 살지만, 누군가는 직장과 학교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혼이나 사별을 거치며 혼자가 된다.

 

그럼에도 실제 생활을 경험한 상당수는 혼자 사는 삶의 자율성과 편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제 1인가구를 결혼 전 잠시 머무는 과도기적 가구나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으로만 바라보는 정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다만 생활 만족도가 높다는 이유로 이들의 취약성까지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경제적 위험과 질병, 돌봄 공백을 가족 없이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독립이 언제든 고립으로 바뀔 수 있다.

 

앞으로의 1인가구 정책은 혼자 사는 선택을 존중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혼자 살더라도 아플 때 도움받고, 소득이 끊겼을 때 보호받으며, 관계가 필요할 때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1인가구가 표준이 된 사회라면 ‘혼자 살 권리’뿐 아니라 ‘모든 위험을 혼자 감당하지 않을 권리’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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