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은 익명이 아닌 가명”…원화 스테이블코인 자금세탁 가능성은
▷김태일 이사장 “가상자산은 익명성 아닌 가명성…거래 흐름 추적 가능”
▷“자금세탁 활용 여부는 유동성·전환성·수수료·시장 환경 따라 달라져”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스테이블코인의 확산과 금융시스템 재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 범죄 활용 가능성은 자산의 구조와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글로벌 유동성, 법정화폐 전환성, 가치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자금세탁의 주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이다.
김태일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 이사장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스테이블코인의 확산과 금융시스템 재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가상자산이 불법 금융과 연결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익명성'과 '가명성'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은 신원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익명성이 강하다고 여겨지지만, 블록체인상 거래는 주소를 기준으로 모두 기록되고 추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가상자산이 제공하는 것은 익명성이 아니라 가명성”이라며 “이 주소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 주소로 이뤄진 모든 거래는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그 흐름을 볼 수 있는 기술과 체계”라며, 온체인 분석 역량이 갖춰질 경우 가상자산이 오히려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자금세탁 가능성을 판단할 때는 가상자산이라는 사실만이 아니라, 해당 자산의 구조와 시장 환경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범죄자 입장에서는 자산이 쉽게 동결되지 않고, 가치 변동성이 작으며, 법정화폐나 다른 가상자산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조건으로 꼽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됐을 때 자금세탁에 사용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며 “저는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이사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는 조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닌 데다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산 가치의 안정성을 완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해외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원화나 달러 등 법정화폐로 손쉽게 교환할 수 있는 영역도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내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입장에서는 금융상품이나 투기, 헤지 상품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화 자체가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하기 어렵고 유동성의 깊이도 얕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여러 관점을 고려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USD 테더처럼 자금세탁 과정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가상자산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간 단계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있지만, 최종적으로 자금세탁의 궁극적인 수단이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자금세탁 규제는 산업과의 균형 감각을 갖고 적절한 통제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가 강하다고 해서 그 규제가 곧바로 효과성을 갖는다고 등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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