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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몰고 고가주택 살면서 체납…국세청, 1만명 관리단으로 ‘현장 확인’ 나선다

▷80일간 실태확인 3만6,532건·체납액 100억원 징수…생계형 체납자는 복지 연계
▷5,500명 채용에 2만4,623명 지원…7월 전국 133개 세무서 중심 본격 가동

입력 : 2026-05-27 11:00
외제차 몰고 고가주택 살면서 체납…국세청, 1만명 관리단으로 ‘현장 확인’ 나선다 국세·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 응시원서 접수 결과. 국세청은 5,500명 채용에 총 2만4,623명이 지원해 평균 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료=국세청)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수도권 아파트를 처분한 뒤 아내 명의로 인근 고가주택을 임차해 살면서도 세금 납부를 미룬 체납자가 있었다. 표면상 본인 소득은 없지만 최신형 외제차 2대를 이용하고, 모친 명의로 재산과 소득을 숨긴 채 10년 넘게 세금을 내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비상장주식을 고액에 양도한 뒤 양도소득세를 신고하고도 납부하지 않은 채, 장인 명의 아파트에서 호화생활을 이어간 체납자도 국세청 관리망에 올랐다.

 

반대로 질병과 사고 등으로 생계가 어려워 세금을 내지 못한 체납자들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들 중 일부를 복지제도와 연결했고, 납부 능력이 없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심의를 거쳐 납부의무 소멸도 승인했다. 체납관리단의 역할이 단순히 “돈을 걷는 조직”에 그치지 않고, 고의적 납부 회피자와 생계 곤란형 체납자를 현장에서 구분하는 데 맞춰지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은 27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오는 7월부터 본격 가동되는 ‘국세·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의 운영 방향과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올해 체납관리단은 지난 3월 먼저 채용된 500명에 더해 7월 5,500명, 10월 4,000명이 추가로 활동하면서 총 1만명 규모로 운영된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체납관리단을 전국 단위 조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세무서별 관리체계, 안전대책, 개인정보 보호, 실태확인 방식 등을 통일하는 데 있었다. 체납관리단은 전국 133개 세무서별로 세무서장이 총괄 책임을 지고 운영한다. 세무서장 직속으로 체납관리단장을 두고, 국세 체납관리단과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다.

 

◇ 체납관리단 80일, 숫자는 나왔다…관건은 ‘징수’보다 ‘분류’

 

국세청이 이날 공개한 1차 운영 성과는 작지 않다. 지난 3월 5일부터 5월 22일까지 운영된 국세 체납관리단은 전화·방문 실태확인 3만6,532건을 수행해 체납액 100억원을 즉시 징수했다. 투입 예산 42억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두 배 이상의 징수 실적을 낸 셈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강조한 것은 단순 징수액만이 아니다. 김지훈 국세청 기획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체납관리단의 1차 목표가 “체납자의 생활 실태와 납부 능력을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납액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 확인을 통해 체납자를 유형별로 나누는 것이 먼저라는 취지다.

 

실제로 80일간 운영 결과 1만230명은 납부를 약속했다.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고의적으로 납부를 피한 것으로 보이는 체납자 1,049명 중 329명은 추적조사팀에 인계돼 재산은닉 혐의 분석이 진행 중이다. 향후 실제 추적조사가 이뤄지면 추가 징수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반면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조치도 병행됐다. 질병·사고 등으로 생계가 어려운 체납자 904명은 복지제도와 연계됐다. 납부의무 소멸을 신청한 8,535명 중 4,786명에 대해서는 실태확인이 이뤄졌고, 심의를 거쳐 479명, 75억원의 납부의무 소멸이 승인됐다.

 

이 지점은 체납관리단을 둘러싼 평가에서 중요하다. 체납행정은 자칫 체납자를 일률적으로 ‘납부 회피자’로 보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체납 현장에는 납부 능력이 있으면서도 재산을 숨기는 사람과, 당장 생계가 어려워 세금을 낼 수 없는 사람이 함께 존재한다. 체납관리단의 성패는 두 집단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세 체납관리단 80일간 실태확인 실적. 3월 5일부터 5월 22일까지 실태확인 3만6,532건, 납부인원 6,022명, 분납희망 1만230명, 납부금액 99억7,700만원을 기록했다. (자료=국세청)

체납관리단이 현장에서 맞닥뜨릴 문제도 여기에 있다. 실태확인은 전화 한 통으로 끝나는 행정이 아니다. 실제 거주 여부, 생활 형편, 납부 여력, 재산 은닉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악성 체납자에 대해서는 추적조사로 넘겨야 하고,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는 복지와 연결해야 한다. 단순히 더 많은 체납자를 접촉하는 것보다, 그 결과를 어떤 행정 판단으로 연결할지가 더 중요하다.

 

국세청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 브리핑에서 김 기획조정관은 “목표치라기보다는 징수 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내용”이라며 “현장에 가서 체납자의 실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는 체납관리단의 성과를 단순 징수액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 1만명 조직의 과제…안전·정보보안·성과압박 관리가 시험대

 

국세청은 하반기 체납관리단 기간제 근로자 9,500명 중 1차로 5,500명을 채용한다.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원서를 접수한 결과 국세 분야 1만942명, 국세외수입 분야 1만3,681명 등 총 2만4,623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은 4.5대 1이다. 최종 합격자는 6월 24일 발표되며, 교육을 거쳐 7월부터 현장에 투입된다.

 

국세청은 이번 채용 과정에서 청년층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했다. 중앙청년지원센터와 전국청년지원센터 오픈카카오톡, 대학내일·캠퍼스픽 등 청년층 접근성이 높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했고, 일부 세무서는 마을방송망과 맘카페 등 지역 밀착형 홍보도 진행했다. 다만 브리핑에서 국세청은 블라인드 채용 원칙상 현재 단계에서는 지원자의 연령대나 성별을 파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기간제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관리체계도 관건이다. 체납관리단은 전국 133개 세무서별로 세무서장이 운영을 총괄한다. 본청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지방청은 운영총괄, 세무서는 총괄책임을 맡는다. 세무서에는 체납관리단장이 임명되고, 국세 체납관리단과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이 나뉘어 운영된다.

 

대표 사례로 제시된 평택세무서는 전국 최대 규모 체납관리단을 운영한다. 국세 체납관리단 48명,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 40명 등 총 88명 규모다. 평택세무서장이 총괄책임자가 되고, 징세과장이 체납관리단장을 겸임한다. 국세 체납관리단에는 운영공무원과 동행공무원이 배치되고,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에는 별도 체납관리팀장이 임명된다.

 

국세·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 관리체계. 국세청은 전국 133개 세무서별로 세무서장이 체납관리단 운영을 총괄하는 관서장 책임 관리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자료=국세청)

 

현장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도 핵심 과제다. 체납관리단은 체납자를 직접 상대하는 업무 특성상 민원, 갈등,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국세청은 체납자 대응요령과 실태확인 과정의 위험요인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배포하고, 업무 수행 중 사고에 대비해 책임보험에도 가입한다. 책임보험은 타인 재물 파손 배상책임, 체납자 고소·고발에 따른 변호사 선임 등을 사건당 3,000만원, 1인당 6,000만원 한도로 보장한다.

 

업무자료 유출 방지도 중요한 문제다. 기간제 근로자는 체납자의 개인정보와 납세정보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업무 단말기에 다중 보안 통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실태확인 결과를 태블릿PC로 입력해 국세청 내부망으로 전송하는 페이퍼리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출퇴근, 휴가, 출장 등 근태관리도 전산화한다.

 

페이퍼리스 실태확인 시스템. 체납관리단은 상담·방문 결과를 태블릿PC로 입력하고 국세청 내부망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국세청은 다중 보안 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료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자료=국세청)

 

성과관리 방식도 향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세청은 기간제 근로자의 성과관리카드를 매월 작성하고, 실태확인 실적이 우수한 경우 유급 포상휴가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반대로 사회적 물의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다.

 

문제는 체납관리단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다. 단기 징수액만 강조하면 현장에서 무리한 납부 독려나 과도한 접촉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실태확인 건수만 늘리면 실제 징수와 복지 연계, 재산은닉 분석으로 이어지는 행정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체납관리단이 “국가적 프로젝트”로 자리 잡으려면 징수액, 납부약속, 고의 회피자 분류, 복지 연계, 납부의무 소멸 승인 등 여러 지표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

 

국세청은 직무교육과 사전교육도 강화한다. 7월 1일부터 7일까지 5일간 업무 매뉴얼, 근태, 전화상담·방문상담 스킬, 현장 안전, 성인지 감수성, 장애인식 개선, 개인정보보호, 전산처리와 전자기기 작동법 등을 교육한다. 매월 우수사례 공유 등 수시교육도 진행한다.

 

이번 체납관리단 확대는 세정 행정의 방향을 보여주는 시험대다. 고의적 납부 회피자에게는 재산은닉 분석과 추적조사로 대응하고,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복지 연계와 납부의무 소멸을 안내하는 이중 구조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단순히 체납액을 많이 걷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낼 수 있는데도 내지 않는 사람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사람을 구분하는 정밀함이 필요하다.

 

올해 1만명 규모의 체납관리단이 실제 현장에 들어가면 체납행정은 지금보다 훨씬 촘촘해질 수 있다. 동시에 납세자 개인정보 보호, 기간제 근로자 안전, 성과관리의 적정성, 일선 세무서의 관리 부담이라는 과제도 커진다. 국세청이 이날 전국 세무관서장을 한자리에 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납관리 혁신은 인력 규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누구를 어떻게 만나고,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며, 그 결과를 어떤 행정 조치로 연결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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