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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권 예금 기반 흔들까?

▷금융연구원 “예금·대출·결제 기능 전반에 영향”
▷은행권 “결제 혁신은 기회지만 예금 이탈은 경계”

입력 : 2026-05-14 17:03
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권 예금 기반 흔들까?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은행권의 예금 기반과 결제 수익 구조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은행 예금이 발행사 준비금으로 이동하고, 이는 대출 재원 축소와 결제 수수료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디지털 화폐 혁신을 막을 수는 없지만, 준비금 관리와 발행 주체를 둘러싼 규제 설계가 허술할 경우 은행의 신용 공급 기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금융연구원은 발표한 금융브리프 논단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활성화가 은행의 예금 수취, 신용 창출, 결제 중개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국채, 머니마켓펀드 등 안전자산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디지털자산이다. 가격 변동이 큰 일반 암호자산과 달리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 확산, 은행 예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은행권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예금 이동이다. 이용자가 은행 예금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사면 은행의 예금은 줄어든다. 해당 자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으로 옮겨간다. 준비금이 국채나 MMF 등 비은행 자산으로 운용되면 은행의 대출 재원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는 예금 수취, 신용 창출, 결제 중개라는 은행의 핵심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은행업은 높은 예대율과 인터넷은행의 요구불예금 의존도 등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은행의 원화예대율은 100%를 웃도는 수준이다. 예금만으로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미 은행채 등 시장성 자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은행은 대출을 줄이거나 더 비싼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인터넷은행, 요구불예금 의존 구조가 취약점

 

인터넷은행은 더 민감한 구조다. 인터넷은행은 간편한 앱 사용성과 결제 편의성을 앞세워 요구불예금을 끌어왔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낮아 은행 수익성을 떠받치는 핵심 자금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간편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인터넷은행의 저원가 조달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 시장에 들어오면 단순한 가상자산 이슈가 아니라 예금 경쟁의 문제가 된다”며 “특히 결제 편의성을 앞세운 인터넷은행과 간편결제 사업자는 영향을 더 빨리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으로서는 방어만 할 수는 없다”며 “준비금 수탁, 원화와 스테이블코인 간 전환 서비스, 기업 간 결제 인프라 등에서 역할을 찾지 못하면 새 시장을 비은행권에 넘겨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발행 주체와 준비금 관리 방식

 

핵심은 규제 설계다. 누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지, 준비금을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에 따라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하면 금융 안정에는 유리하다. 대신 핀테크 혁신은 제약될 수 있다. 반대로 빅테크와 비금융사까지 폭넓게 허용하면 서비스 경쟁은 빨라진다. 그러나 예금이 비금융권으로 대규모 이동할 위험도 커진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발행 주체 허용 범위, 준비금 관리 방법, CBDC와의 관계 설정이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금융 안정과 혁신 촉진의 균형을 고려한 규제 설계가 요구된다”고 했다.

 

준비금 일부를 은행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져도 자금 일부가 은행권에 남기 때문이다. 반대로 준비금을 국채나 MMF 중심으로 운용하게 두면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이 곧 은행 예금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권도 대응 전략 서둘러야

 

은행권도 제도 논의만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형 시중은행은 공동 발행이나 자체 발행을 검토할 수 있다.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은 지역 중소기업, 수출입 기업, 농수산업 고객을 겨냥한 특화 서비스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행은 결제 서비스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요구불예금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권에 위협이자 기회다. 제도 설계가 허술하면 은행의 예금 기반과 신용 공급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은행이 발행, 수탁, 결제 인프라 영역에서 역할을 확보하면 새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속도가 아니라 구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금융 혁신의 수단으로 키우려면 은행 시스템을 흔들지 않는 안전장치가 먼저 필요하다. 금융 안정 없는 혁신은 오래가기 어렵다. 혁신 없는 규제도 시장을 붙잡아둘 수 없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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