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충격과 자산 재편… 지수 아래 균열이 커진다
▷ ‘겉은 안정, 속은 격변’… AI가 바꾸는 기업 가치의 기준
▷ 금·유가·CDS 상승… 위험은 사라진 게 아니라 이동 중
2편 뉴욕증권거래소(사진=연합뉴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겉으로 보면 글로벌 증시는 비교적 차분하다. 주요 지수는 큰 폭으로 무너지지 않았고,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그러나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산업과 기업 간 명암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위험 프리미엄은 조용히 재배치되고 있다.
24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국제금융속보에 따르면 미국 S&P500 지수는 1.04% 하락했다. 특히 IBM 등 소프트웨어 기업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대됐다. 단순한 차익실현이 아니라 AI 확산에 따른 사업 모델 재평가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he Economist는 “지수는 비교적 평온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격렬한 재편이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AI로 인해 수익 기반이 흔들리는 기업의 주가는 급락하는 반면,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산업(HALO: heavy assets, low obsolescence)과 AI 하드웨어·메모리칩 기업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 업종 순환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재편 국면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 ‘분산도’도 확대되고 있다. 개별 종목 간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며 지수는 버티지만 체감 변동성은 커지는 구조다.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과 함께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일부 사모대출 업체 주가는 급락했다는 점도 위험 신호로 읽힌다.
특히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미국 AI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임대 비용 등과 관련해 장부에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부채’를 보유했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 장기 임대 계약이 누적될 경우, 향후 현금흐름 압박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AI가 ‘성장 서사’만이 아니라 ‘재무 리스크’도 동시에 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도 포착된다. 금 가격은 2.35% 상승했고, 변동성지수(VIX)는 10% 이상 급등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6만5000달러를 하회했다. 위험자산 내부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정학 변수도 여전히 시장을 압박한다. 컨설팅업체 NexantECA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충돌 강도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역시 4분기 WTI 가격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 정책 경로를 다시 흔들 수 있는 변수다.
중국과 유럽의 경기 흐름도 엇갈린다. 독일의 2월 Ifo 경기기대지수는 상승하며 개선 신호를 보였지만, 중국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는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 둔화와 소비 위축이 반영된 결과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동조화 국면이 아니라 ‘비대칭 회복’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시장은 단일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리는 하락하고, 주가는 일부 조정받고, 금은 오르고,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상승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bp 하락했지만, 한국 CDS는 소폭 상승했다.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 ‘안정된 지수’에 속으면 안 되는 이유
이번 시장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지수의 안정’이 곧 ‘리스크 해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첫째, AI는 생산성 혁신 기대를 높이지만 동시에 자본 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와 장기 임대 계약이 누적되면 현금흐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 급격한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기술 혁신은 항상 선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 과도한 기대는 변동성을 키운다.
둘째, 관세와 지정학 리스크는 ‘저빈도·고충격’ 변수다. 당장은 휴전과 판결로 봉합되는 듯 보이지만, 정책 재도입이나 충돌 확대가 발생할 경우 시장 충격은 비선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재가속을 통해 통화정책 경로를 다시 매파적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있다.
셋째, 자산 간 상관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위험자산 하락 시 채권이 강세를 보이며 완충 역할을 했지만, 정책 리스크와 재정 부담이 결합될 경우 이 전통적 관계도 약화될 수 있다. 금 상승과 CDS 확대는 이런 구조적 긴장을 반영한다.
넷째, 한국과 같은 개방경제는 이중 충격에 노출돼 있다. 달러 강세·약세 방향성과 무관하게 변동성 자체가 확대될 경우 환율·자본유출입·외화조달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국 CDS의 소폭 상승은 글로벌 위험 재배치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결국 지금의 시장은 ‘낙관과 경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과도기’에 가깝다. AI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은 높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 간 생존 격차는 확대될 것이다. 관세와 지정학 리스크는 잠복해 있을 뿐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지수만 보고 시장을 판단하기에는 구조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방향성 예측이 아니라, 변동성 확대 국면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구조 점검이다. 성장 서사와 재무 건전성, 지정학 리스크와 정책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감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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