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의대 정원 증원, 숫자보다 응급·외상 살리는 배치가 관건”
▷“정부 2027학년도 490명 늘려 3548명 선발…‘지역의사’만으로는 필수의료 공백 못 메워”
▷“경기남부 권역응급·외상 거점 수요 재점검해야…정원 재배분 기준과 수련 연동 대책 촉구”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국회의원(수원정)이 12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을 두고 “정책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곳에 인력이 배치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국회의원(수원정)이 12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을 두고 “정책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곳에 인력이 배치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2027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기존보다 490명 늘려 총 3548명을 선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의료 인력 확충과 지역 격차 완화를 목표로 한 방향성 자체는 공감한다”면서도 “필수의료의 핵심인 응급·외상 안전망이 증원 설계에 충분히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증원 인력을 ‘지역 의사’로 선발해 의료 취약지역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운다. 김 의원은 이 대목이 “지역 의료의 만성적 공백을 메우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단순한 지역 균형 논리만으로는 응급·외상 등 고난도 필수의료의 구조적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응급의료는 환자 발생이 집중되는 지역, 중증도가 높은 환자가 몰리는 권역, 24시간 가동 체계를 유지하는 거점의 부담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응급의료는 무엇보다 공공성이 강한 필수 분야”라며 “의대 입학부터 전공의 수련, 전문의 배치까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인력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골든타임을 책임질 현장 인력이 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지역 간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숫자는 정책의 시작일 뿐이고, 그 숫자가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이 특히 강조한 지점은 경기 남부의 응급·외상 의료 수요다. 그는 “경기 북부가 의료 취약지라는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동시에 경기 남부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한 축에 속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가 실질적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취약지’로만 구획을 나누면 실제 중증 환자 대응 부담이 큰 지역의 인력 부족이 방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사례로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언급했다. 그는 “아주대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경기 남부 응급환자 구급 이송의 핵심 거점”이라며 “사망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치료하는 권역외상센터 기능,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능 수행’이 실제 인력 수요를 결정하는데, 정원 배분이 ‘국립이냐 사립이냐’ 같은 단순 기준에 갇히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김 의원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공공성이 강한 병원은 설립 형태가 아니라 공공의료 영역에서의 역할과 규모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외상 의료는 평상시에도 인력 소모가 크다. 명절이나 연휴처럼 환자 유입이 늘고 이송이 지연되는 시기에는 부담이 더 커진다. 김 의원은 “지자체와 정부가 응급진료 상황실을 운영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와 함께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그 책임 진료를 현장에 요구할수록, 병원에 충분한 전담 인력이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특정 전문과 기피, 야간·주말 근무 부담, 중증환자 진료의 위험과 소진이 겹치면서 인력 유출이 반복된다는 호소가 이어져 왔다.
김 의원은 이번 정부 결정에 따라 정원이 50명 이하인 수도권 사립대 의대가 증원을 최대 30% 상한선에서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연간 수만 명의 중증환자를 책임지는 대형병원 권역 기능을 생각하면, 상한선만으로는 응급의료 강화 목표에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 증원 총량이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어떤 전공과 수련 체계를 통해 배치할지까지가 동시에 설계돼야 한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정부에 세 가지를 촉구했다. 첫째, 경기 남부를 포함한 필수의료 거점병원의 인력 수요를 다시 점검하라는 요구다. 둘째, 정원 배분 기준을 ‘지역 균형’ 단일 잣대에서 ‘기능과 책임’ 중심으로 보완하라는 주문이다. 셋째, 의대 정원 확대가 실제 전문의 확충으로 이어지도록 수련 병원, 전공의 정원, 전문과목 선택, 근무 여건 개선을 연동하는 패키지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다. 김 의원은 “단순히 숫자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가장 많이 책임지는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사 인력 확충이 의료 접근성 개선과 필수의료 강화의 출발점이라는 입장이다.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지역 근무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 왔다. 다만 김 의원의 지적처럼, 증원 정책이 응급실·외상센터의 ‘당장 쓸 수 있는 인력’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국민이 체감하는 안전망 개선은 지연될 수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원을 늘려도 응급·외상·산모·소아 같은 고난도 필수 분야로 의사가 유입되지 않으면 공백은 그대로 남는다”는 문제 제기가 반복돼 왔다.
대안으로는 기능 기반 배분 기준 마련이 거론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기관처럼 24시간 필수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에 대해 인력 기준을 제도화하고, 이에 맞춰 정원과 수련 자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전공의 수련의 질과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중증환자 진료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강화해 ‘가고 싶은 필수의료’로 만드는 유인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 배치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필수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생명을 살리는 정책은 숫자 계산이 아니라 책임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증원이 단기 성과로 끝나지 않으려면, 환자 흐름과 중증도, 권역 거점의 기능, 24시간 대응 체계의 부담을 기준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수련부터 전문의까지 이어지는 실행 설계를 촘촘히 짜야 한다는 게 이날 기자회견의 요지다. 향후 정부가 배분 기준과 수련·배치 연동 대책을 어디까지 구체화하느냐가 정책 논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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