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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노조 '영업이익 성과급' 요구에 전문가들 "최종 이익·투자 여력 반영해야"

▷영업외손익 빠진 중간지표…“당기순이익·EVA 기준이 합리적”
▷대법원은 성과급별 임금성 달리 판단…노란봉투법 적용 기준 쟁점

입력 : 2026-08-05 17:01
대기업 노조 '영업이익 성과급' 요구에 전문가들 "최종 이익·투자 여력 반영해야"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가 4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쟁으로 바라본 노란봉투법 문제점' 토론회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최근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n%)’을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라는 요구가 확산하는 가운데, 회계학 및 법률 전문가들이 이는 회계학적 원칙과 상법상 지배구조 기준을 크게 훼손하는 부적절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쟁으로 바라본 노란봉투법 문제점 토론회’에서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의 회계적 타당성과 노사 합의의 법적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 영업이익은 ‘중간 지표’일 뿐… 당기순손실 나도 성과급 줘야 하나

 

이날 토론자로 나선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회계학의 기본 원칙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만을 뺀 중간 단계의 이익에 불과하다"며 "기업이 실제로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 환률 차이에 따른 손실(환차손), 법인세, 비경상 손실 등 영업외손익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지표"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영업이익을 냈더라도 막대한 이자 비용이나 환율 변화, 투자 손실 등으로 인해 최종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수 있는데, 단지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대규모 성과급을 먼저 배분받는 구조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회계학적으로 성과인센티브가 사후적 분배라면, 그 기준은 영업이익이 아닌 최종 잔여이익인 '당기순이익'이나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주주는 당기순이익이 누적된 잉여금 범위 내에서 배당을 받는데, 근로자가 중간 단계 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먼저 가져가는 것은 주주와 근로자 간 심각한 비대칭을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희 한국경영자총협회 근로기준정책팀장 역시 "반도체·AI 등 대규모 설비투자와 R&D가 필수적인 기술 패권 경쟁 상황에서, 기업 이익을 미래 투자 재원이 아닌 단기 성과급으로 고정화하는 것은 기업 생존을 위협한다"며 "영업이익의 배분은 노사 간 실력행사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경영진의 고도의 경영전략적 판단 영역"이라고 보탰다.

 

◇ 대법원 “성과급은 이익배분”… 개정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와 충돌

 

법리적 차원에서도 영업이익 성과급 약정은 중대한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올해 1월 29일 선고(2021다248299)를 통해 경영성과급(성과인센티브)이 근로의 대가인 통상임금이 아니며, 본질적으로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이익배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홍기용 교수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성과인센티브는 배당과 유사한 이익배분의 성격을 가진다"며 "주식회사에서 이익배당은 상법 제462조에 따라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인데, 이를 노사 간 협약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상법상 지배구조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5년 개정 상법에 따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명시된 점이 결정적 변수로 꼽혔다.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영업이익 기준의 과도한 성과급을 노조와 장기 약정할 경우,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배임 리스크나 주주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구자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도 "근로조건의 문언적 의미는 근로제공에 따라 약정되거나 보장된 조건"이라며 "지급 여부와 규모가 근로제공이 끝난 후 경영성과에 따라 정해지는 n% 성과급은 언어의 통상적 용법으로 보더라도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 TSMC 등 글로벌 기업도 ‘이사회 승인’ 절차… “명확한 법리 정립 시급”

 

해외 주요 기업들 역시 영업이익 단일 지표를 기계적으로 성과급에 연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대만 TSMC의 경우, 정관에 따라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을 기준으로 성과를 배분하며, 구체적 금액과 배분은 노사 협상만이 아닌 보상위원회와 이사회의 승인, 주주총회 보고 절차를 거친다.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 역시 세전이익, 당기순이익, 주가수익률, ESG 지표, 등을 복합 활용한다.

 

토론자들은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나 ‘복지’ 문언을 고리로 성과급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대법원이 성과인센티브 지급 이유로 ‘근로복지’ 차원을 언급한 점과 노란봉투법상 ‘복지’ 규정이 맞물리며 법적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며 “노사 간 단기 타협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성과인센티브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법률 또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석찬 사진
장석찬 기자  seokchanj26@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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