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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수산행정 디지털화… 어촌 현장 ‘언어·디지털 장벽’ 극복이 열쇠

▷서류 제출·심사 전산화로 보험금 지급 30일→15일 단축
▷고령 어선원·외국인 선원 디지털·언어 장벽 해소는 과제
▷민간 실손보험식 직청구 바람직...'디지털 포용' 갖춰야

입력 : 2026-07-21 15:03
속도 내는 수산행정 디지털화… 어촌 현장 ‘언어·디지털 장벽’ 극복이 열쇠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어선원 재해보험 청구 절차를 전산화해 보험금 지급 기간을 반으로 줄이는 '디지털 청구 시스템'이 본격 투입된다. 서류 제출 부담을 줄여 행정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어선원의 절반을 넘어서는 고령층과 외국인 노동자의 디지털·언어 장벽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서류 제출부터 지급까지 전산화… 지급 기간 30일→15일 절반 단축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는 21일 ‘수산정책보험 Web-EDI’ 정식 공개 보고회를 열고, 어업인 재해보상 보험금 청구 절차를 디지털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Web-EDI는 상거래와 주문, 결제 과정에서 필요한 전자문서를 정보시스템 간에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도입된 시스템을 통해 병원과 어선수리소가 진료·수리 관련 자료를 수협에 전자문서로 전송하면 실시간 접수가 이뤄진다.

 

기존에는 어선원이 진료기록이나 어선 수리 서류를 직접 챙겨 수협 창구에 제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동과 서류 준비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고, 보험금 지급까지도 접수 후 평균 30일가량 소요됐다. 해양수산부는 시스템이 안착하면 보험금 지급 기간이 15일 수준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류 제출부터 접수, 심사, 지급까지 전산으로 처리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심사 과정에도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해 자동심사 범위를 확대했다. 보험사기 탐지 체계(FDS)도 적용해 부당 청구 징후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종이 서류를 담당자가 육안으로 확인하던 기존 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누락과 오류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 "종이 서류 없앴지만"...현장 어선원 86%가 50대 이상 고령층

 

문제는 디지털 청구 시스템(Web-EDI)이 현장 이용자인 어민들의 디지털 활용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촌 현장에는 스마트폰 사용과 본인인증, 온라인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어민이 많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6년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연근해어선에 승선하는 내국인 어선원 8,580명 중 60세 이상 고령층은 5,025명으로 전체의 58.6%를 차지했다. 50대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비중은 86.0%(7,383명)에 달한다. 반면 40대 이하 청·장년층 비중은 14.0%에 불과하다. 

 

어업현장에서 행정 절차를 디지털화하기에 앞서 주 이용자인 어민들의 연령과 환경부터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기삼 전국어민회총연맹 총장은 "어촌 사회는 이미 고령화에 접어들었고, 신규 유입되는 청년층은 어업 종사자의 7~8% 수준에 불과하다"며 "스마트폰 활용이나 본인 인증조차 익숙지 않은 현장 어민들에게 디지털 시스템 도입을 강제하기보다, 주 이용자인 어민들의 환경을 먼저 파악하고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장벽은 외국인 어선원의 언어 문제다. 어선원 재해보험의 필요성이 가장 절신한 곳은 연근해(육지에서 가까운 바다) 현장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체 선원 재해 사고(2,370명)의 66.0%에 달하는 1,564명이 연근해어선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국내 승선자격을 가진 선원 가운데 외국은은 2만 3,933명으로 전체 21.5% 차지한다. 사고 위험이 높은 현장에서 외국인 선원이 적지 않은 만큼 다국어 안내와 통역 지원이 없다면 보험 청구와 보상절차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 “전산화 필요하지만 대면·청구 대행 함께 유지해야”

 

전문가들은 어선원 재해보험의 디지털 전환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고령 선원과 외국인 선원이 제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기존 대면 접수와 지원 체계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석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는 "최근 민간 실손보험업계가 병원 직청구 시스템을 도입했듯, 어선원 재해보상보험도 전산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며 "시스템이 안착되면 심사 기간이 단축돼 보험금 지급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고령 선원이나 외국인 선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업인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며 "기존 우편·대면 접수를 유지하고, 어선원 노동조합이나 외국인 지원단체, 선원 송입업체 등을 통한 청구 대행 창구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행정 절차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선원 개인이 처한 환경과 언어적 제약을 보완할 수 있는 대행·지원 체계를 촘촘히 구축할 때 비로소 '디지털 포용'이라는 정책적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취지다.


 
장석찬 사진
장석찬 기자  seokchanj26@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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