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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산성의 착시③] 개인은 AI를 쓰는데 회사는 그대로…생산성 막는 ‘업무 병목’

▷초안 작성은 빨라졌지만 검토·결재·협업 구조는 여전히 기존 방식
▷기업 단위 업무 재설계 없이 개인 활용만 늘면 생산성 효과 제한

입력 : 2026-06-10 10:14
[AI 생산성의 착시③] 개인은 AI를 쓰는데 회사는 그대로…생산성 막는 ‘업무 병목’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한 이미지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보고서 초안은 10분 만에 나왔지만, 결재는 다음 날로 밀린다. 자료 정리는 빨라졌지만, 부서 간 확인과 회의 일정은 그대로다. 생성형 AI가 개인의 손끝에서는 업무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회사 전체의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은 이 간극을 ‘생산성 단절’로 설명했다. AI가 개별 작업의 효율은 높였지만, 업무 흐름과 조직 구조, 인력 재배치 변화로 확장되지 못하면서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분석에서 생성형 AI 활용 근로자의 업무시간은 평균 3.8% 줄었다. 그러나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 사이의 상관계수는 0으로 나타났다. 일을 빨리 끝내는 효과와 더 많은 성과를 내는 효과가 아직 연결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AI가 빠르게 끝낸 건 ‘일부 작업’이었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AI 활용이 아직 업무 전체가 아니라 특정 작업 단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짚었다. 같은 직무 안에서도 문서 요약, 초안 작성, 자료 정리, 데이터 분석처럼 AI가 잘하는 일은 빨라졌지만, 그 앞뒤에 붙은 검토와 승인, 협업, 의사결정 과정은 기존 방식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시간 절감률이 20%를 넘는 작업은 전체의 4.4%에 그쳤다. 일부 업무에서는 AI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대부분의 일은 여전히 기존 업무 흐름 안에서 부분적으로만 영향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개인이 시간을 아껴도 조직 전체의 산출은 크게 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직원이 AI로 보고서 초안을 빠르게 만들더라도 상급자의 검토 시간이 그대로라면 결과물 제출 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데이터 분석이 빨라져도 최종 의사결정 회의가 일주일 뒤에 열린다면 절약된 시간은 대기시간으로 흡수될 수 있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결재·검토·보상 구조가 병목으로 남았다

 

생산성은 가장 빠른 작업이 아니라 가장 느린 단계에 맞춰 결정된다. 보고서는 이를 생산 과정 내 병목 문제로 설명했다. 문서 작성이나 분석처럼 특정 단계가 빨라지더라도, 다른 단계가 그대로라면 전체 산출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조직의 보상 구조도 변수다. 추가 성과가 임금이나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근로자가 AI로 아낀 시간을 더 높은 부가가치 업무에 다시 투입할 유인은 약해진다. 업무는 빨리 끝났지만, 남는 시간이 새로운 성과로 전환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자영업자와 전문직, AI 고강도 사용자는 시간 절감이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성과가 소득이나 평판과 직접 연결되고, 업무 방식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회사 조직보다 개인의 판단과 재량이 넓은 환경에서 AI 효과가 더 쉽게 성과로 바뀐 셈이다.

 

보고서는 기업의 AI 활용률과 근로자 활용률 사이의 차이도 주목했다. 근로자 단위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51.8%였지만, 기업활동조사 기준 기업의 AI 활용률은 9.6%에 그쳤다. 이는 현재 AI 확산이 기업 차원의 체계적인 업무 재설계보다 개인 단위 활용에 더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생산성 논쟁의 핵심은 도구의 성능보다 조직의 흡수 능력에 있다. 많은 회사가 AI 사용을 허용하거나 권장하지만, 정작 보고 체계와 결재 라인, 평가 기준, 인력 배치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상태에서는 직원 한 명의 업무 속도가 빨라져도 회사의 생산성이 함께 뛰기 어렵다.

 

AI 도입은 프로그램 하나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작업을 줄이고, 줄어든 시간을 어디에 다시 배치하며, 그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지까지 바꾸는 일이다. 개인은 이미 AI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회사가 그 속도를 받아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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