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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엔 항공료, 출근길엔 기름값…5월 물가 3%대로 뛰었다

▷소비자물가 3.1% 상승…전월보다 상승폭 0.5%p 확대
▷석유류 24.2%·교통 11.6% 급등…중동전쟁發 유가 충격 반영
▷신선식품은 하락했지만 생활물가 3.3%·근원물가 2.5% 상승…체감 부담 확산

입력 : 2026-06-02 10:30
연휴엔 항공료, 출근길엔 기름값…5월 물가 3%대로 뛰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고, 생활물가지수는 3.3%,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5% 올랐다. (인포그래픽=국가데이터처)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5월 연휴를 맞아 가족여행을 준비한 소비자라면 항공권과 숙박비에서 먼저 물가 상승을 체감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항공료는 1년 전보다 33.5% 올랐고, 해외단체여행비도 26.3% 상승했다. 국내항공료 역시 연휴 수요와 유류할증료 영향이 맞물리며 큰 폭으로 뛰었다.

 

출퇴근길 주유소에서도 부담은 커졌다. 휘발유는 전년 동월 대비 23.1%, 경유는 33.3%, 등유는 21.7% 올랐다.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불안정해진 데다 지난해 5월 석유류 가격이 낮았던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교통 부문 물가는 11.6% 급등했다.

 

반면 장바구니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신선채소와 신선과실 가격은 내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4% 하락했다. 양배추, 무, 양파, 당근, 배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크게 내렸다. 그러나 쌀, 돼지고기, 달걀, 국산 쇠고기, 수입 쇠고기, 갈치 등 자주 사는 품목은 올랐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농산물이 내렸으니 안정됐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월 2.6%에서 0.5%p 확대됐다. 2월 2.0%, 3월 2.2%, 4월 2.6%에 이어 상승폭이 커지는 흐름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올랐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같은 폭인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다.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봐도 물가 압력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 장바구니보다 먼저 뛴 이동비…물가 상승의 중심은 ‘기름값과 여행비’

 

5월 물가 상승의 가장 큰 특징은 농산물보다 석유류와 이동·여행 관련 서비스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 이 가운데 석유류는 24.2% 급등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0.92%p 끌어올렸다.

 

교통 부문의 상승세는 더 뚜렷하다. 지출목적별로 교통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1.6% 올랐고,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1.17%p로 가장 컸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1%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교통 부문이 설명한 셈이다.

 

국가데이터처는 브리핑에서 이번 달 물가 상승 요인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폭 확대와 5월 연휴에 따른 여행 관련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을 꼽았다. 중동전쟁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석유류 가격 상승폭이 4월 21.9%에서 5월 24.2%로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여행 관련 비용도 물가를 밀어올렸다. 5월에는 연휴가 많았고, 항공권과 숙박 수요가 늘어났다. 국제항공료는 전년 동월 대비 33.5%, 해외단체여행비는 26.3%, 승용차임차료는 25.7% 올랐다. 국가데이터처는 국제항공료 상승에 대해 유류할증료와 성수기 일수 증가가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5월 연휴라는 계절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다.

 

이 대목은 이번 물가 지표를 읽는 핵심이다. 5월 물가는 단순히 밥상물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이동비와 여행비가 물가 전반을 끌어올린 성격이 강하다. 소비자가 출근길에는 주유비로, 연휴에는 항공권과 숙박비로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구조다.


5월 교통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1.6%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1.17%p 끌어올렸다. 음식·숙박은 2.7%, 오락·문화는 5.0% 상승했다. (자료=국가데이터처)
 

◇ 신선식품 하락이 가린 체감물가…생활물가는 더 빨리 올랐다

 

5월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대비 1.4%, 전년 동월 대비 1.4% 각각 하락했다. 신선채소는 4.9%, 신선과실은 2.8% 내렸다. 품목별로 보면 양배추는 전년 동월 대비 43.9%, 무는 27.5%, 당근은 24.8%, 양파는 18.5%, 배는 17.8% 하락했다. 배추와 마늘도 각각 8.9%, 6.9% 내렸다.

 

그러나 이를 두고 장바구니 부담이 전반적으로 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축수산물 전체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쌀은 13.5%, 달걀은 10.2%, 돼지고기는 5.8%, 국산 쇠고기는 4.2%, 수입 쇠고기는 7.6% 올랐다. 수산물에서도 갈치는 15.1%, 조기는 14.6%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1%보다 높다. 생활물가지수는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커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다. 특히 식품이외 생활물가지수는 4.2% 상승했다. 식품은 2.1% 올랐지만, 식품이외 품목이 더 빠르게 뛰면서 체감 부담을 키웠다.

 

결국 5월 물가는 ‘농산물 일부 하락’과 ‘생활비 전반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구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부 채소·과일 가격이 내려도, 주유비와 교통비, 여행비, 관리비, 보험서비스료, 외식비 등이 함께 오르면 체감물가는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서비스 물가도 부담이다. 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에 1.56%p 기여했다. 특히 개인서비스는 3.7% 올랐고,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4.4% 상승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6%로 전월과 같았지만, 여행·숙박·보험 등 외식 외 개인서비스가 더 큰 폭으로 오르며 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렸다.


5월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4.2%, 서비스는 2.8% 상승했다. 석유류는 24.2% 급등해 전체 물가 상승률에 0.92%p 기여했다. (자료=국가데이터처)
 

◇ 근원물가 2.5%의 의미…유가 충격이 ‘2차 물가’로 번질지 관건

 

이번 지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근원물가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2.5% 올랐다. 전체 물가 상승률 3.1%보다는 낮지만, 4월 2.2%에서 5월 2.5%로 상승폭이 커졌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충격을 제외한 물가의 추세를 보여준다. 석유류와 신선식품처럼 변동성이 큰 품목을 걷어내고도 물가 상승률이 올라갔다는 것은 가격 압력이 특정 품목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가데이터처도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국제유가가 핵심 변수라고 봤다. 브리핑에서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석유류 가격 안정으로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그동안 상승했던 국제유가가 가공식품이나 외식 등에 얼마나 전이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5월 물가의 다음 국면을 가르는 핵심이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먼저 반영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류비와 생산비를 통해 가공식품, 외식, 숙박, 택배, 여행서비스 가격으로 번질 수 있다. 즉, 현재의 물가 상승이 석유류와 여행 성수기라는 일시 요인에 그칠지, 아니면 생활비 전반으로 확산될지가 관건이다.

 

환율도 변수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이번 달 일부 수입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 상승에 환율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당 국가의 작황과 정부 할당관세 등도 함께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할당관세가 일부 수입품목의 가격 상승폭을 둔화시킨 것으로 본 것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됐다. 국가데이터처는 석유류 가격 상승과 관련해 최고가격제 시행 등으로 국제 석유류 가격에 비해 상승폭이 일부 제한됐고, 할당관세가 수입 품목의 상승폭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선 만큼, 정책 효과가 체감물가를 충분히 낮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서울보다 경남·강원·전북·전남·경북이 더 올랐다

 

지역별로도 물가 상승률은 차이를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는 경남이 3.6%로 가장 높았다. 강원, 전북, 전남, 경북은 각각 3.5% 상승했다. 울산, 세종, 경기, 제주는 3.3%, 충북은 3.2%, 광주와 충남은 3.1% 올랐다. 반면 서울은 2.7%, 대구는 2.8%, 부산은 2.9%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지역별 차이가 컸다. 경남은 4.1%, 경북은 4.0%, 전북은 3.9%로 높았다. 서울, 부산, 인천은 각각 3.8%였다.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는 전북 5.1%, 인천 5.0%, 부산 4.8% 등에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역별 물가 차이는 소비자 체감과도 연결된다. 에너지와 교통비 비중, 관광 수요, 외식·숙박 서비스 가격, 지역별 공공요금 조정 여부에 따라 같은 3%대 물가라도 체감 강도는 다를 수 있다. 특히 지방 일부 지역에서 개인서비스와 생활물가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면, 소득 여력이 약한 가계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5월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는 경남이 3.6%로 가장 높았고, 강원·전북·전남·경북은 3.5% 상승했다. 서울은 2.7%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자료=국가데이터처)
 

이번 5월 소비자물가동향은 물가 불안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와 달리 신선식품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국면은 아니다. 오히려 신선채소와 과실 가격은 내려갔다. 하지만 석유류와 교통비, 여행·숙박 서비스,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가 동시에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생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5월 물가 상승은 중동전쟁이라는 외부 충격과 연휴라는 계절 요인이 겹친 결과다. 문제는 이 충격이 단기에 그칠지 여부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석유류 물가는 둔화될 수 있지만, 이미 오른 운송비와 서비스 가격이 가공식품·외식·숙박 등으로 전이되면 물가 부담은 더 오래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채소값 일부 하락보다 매일 쓰는 기름값, 이동비, 여행비, 보험료, 관리비 상승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가 불안은 더 이상 장바구니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와 서비스 가격이 생활비 전반을 흔드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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