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의 경제가치 582조원…커졌지만 GDP 비중은 되레 줄었다
▷국가데이터처, 2024년 가계생산위성계정 발표…무급 가사노동 가치 5년 새 20% 증가
▷1인 가구·남성·취업자 증가세 두드러져…미성년자 돌보기 줄고 성인 돌보기 늘어
2024년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582조4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20.0% 늘었지만, 명목GDP 대비 비중은 22.8%로 1.0%포인트 낮아졌다. (자료=국가데이터처)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음식 준비와 청소, 돌봄 같은 집안일을 돈으로 환산한 2024년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582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만 보면 5년 전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22.8%로 오히려 1.0%포인트 낮아졌다.
집안일의 경제적 가치 자체는 커졌지만, 배달과 공공돌봄 같은 시장 서비스 확대, 여성 고용 증가, 가전 보급, 인구구조 변화가 겹치며 가계 안에서 처리되는 노동의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2024년 가계생산위성계정’과 이날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무급 가사노동을 포함한 확장 경제 규모는 317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생산위성계정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화폐로 평가해 보여주는 통계다. 2024년 가계 내 생산활동의 총산출은 809조4000억원, 중간소비는 190조3000억원, 부가가치는 619조1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무급 가사노동 가치인 피용자보수는 582조4000억원으로, 전체 가계생산의 핵심 비중을 차지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생활시간조사의 가사노동 시간, 관련 직종 임금, 만 15세 이상 일반가구원 수를 반영해 이 수치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 1인 가구·남성·취업자 늘며 무급 가사노동 구조도 달라졌다
눈에 띄는 변화는 누가 집안일을 더 많이 떠안고 있는가보다, 어떤 집단에서 증가 속도가 빨랐는가에 있다. 1인당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1125만원으로 5년 전보다 20.0% 늘었다. 여전히 여성이 1646만원으로 남성 605만원보다 2.7배 높지만, 5년 전 3.2배와 비교하면 격차는 줄었다. 실제 무급 가사노동 총가치는 여자가 425조8000억원으로 남자 156조6000억원보다 훨씬 컸지만, 증가율은 남자가 35.3%로 여성 15.2%를 웃돌았다. 브리핑에서는 기혼 남성의 가사 분담 확대와 미혼 남성 중심의 1인 가구 증가가 이런 변화를 이끈 요인으로 설명됐다.
가구 형태별로 보면 변화는 더 선명하다. 2024년 무급 가사노동 가치 비중은 3인 가구가 28.5%로 가장 높았고, 4인 가구가 25.3%, 2인 가구가 23.5%였다. 5년 전만 해도 4인 가구 비중이 가장 컸지만, 이제는 3인 가구가 앞섰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1인 가구가 66.2%로 가장 높았고 2인 가구도 40.9% 늘었다. 반면 5인 이상 가구는 11.3% 줄었다. 취업 여부별로는 비취업자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297조4000억원으로 취업자 284조9000억원보다 여전히 많았지만, 증가율은 취업자가 25.4%로 비취업자 15.1%보다 높았다. 특히 여자 취업자의 증가 폭이 컸다.
◇ 미성년자 돌보기는 줄고 성인 돌보기는 늘어…‘가계 밖 돌봄’ 확대 영향

가정관리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459조5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미성년자 돌보기는 5년 전보다 1.8% 줄어든 반면 성인 돌보기는 20.8% 늘었다. (자료=국가데이터처)
행동별로 보면 무급 가사노동 가치의 중심은 여전히 가정관리다. 가정관리는 459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78.9%를 차지했고,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는 113조6000억원, 자원봉사 및 참여활동은 9조3000억원이었다. 세부 항목으로는 음식 준비가 192조1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청소 및 정리 89조6000억원, 상품 및 서비스 구입 57조2000억원 순이었다. 증가율은 반려동물 및 식물 돌보기가 60.4%로 가장 높았다.
반면 돌봄 영역만 따로 떼어 보면 흐름은 단순하지 않다.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 전체는 5년 새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 안에서 미성년자 돌보기는 1.8% 감소했고, 성인 돌보기는 20.8% 증가했다. 브리핑에서 국가데이터처는 미성년자 인구 감소와 함께 돌봄이 가계 안에서 가계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돌봄과 지역 단위 돌봄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아동 돌봄은 일부 외부화되고, 고령화로 성인 돌보기 수요는 늘고 있지만 그 속도는 고령인구 증가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돌봄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가계 내부와 외부가 나눠 맡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늘었는데도 GDP 대비 비중이 낮아진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된다. 국가데이터처는 2019년보다 2024년의 무급 가사노동 시간이 하루 평균 137분에서 132분으로 3.8%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가사노동 인구는 2.6% 늘고 시간당 가치는 21.6% 상승했지만, 전체 시간 감소 폭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했다.
브리핑에서는 배달음식 이용 확대 같은 가사노동의 시장화, 여성 경제활동 참가 확대, 건조기·스타일러 등 가전제품의 시간 절감 효과가 함께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규모는 커졌지만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진 배경이다.
이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집안일도 경제다”라는 선언이 아니다. 누가 더 많이 하고 있는지뿐 아니라, 가사노동이 어떤 인구집단으로 이동하고 있고 어떤 부분은 시장으로 빠져나가며 어떤 부분은 여전히 가정 안에 남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4년 무급 가사노동의 총가치는 여전히 거대하지만, 그 내용은 5년 전과 다르다. 여성에게 집중됐던 부담은 다소 완화되고, 1인 가구와 취업자, 남성의 비중은 커졌다. 동시에 미성년자 돌보기는 줄고 성인 돌보기는 늘었다. 돌봄 정책, 일·가정 양립, 고령화 대응을 논할 때 이제는 ‘가사노동 총량’만이 아니라 그 안의 구조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이번 통계가 다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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