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라] 총책 잡는 데 협조했다면…사기 가담자 형량 줄여줘도 될까?
지난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대한민국 TRUST 대상 2026 시상식 및 TRUST Forum 2026’ 종합토론에서는 ‘조직형 사기 수사의 돌파구, 한국형 플리바게닝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도의 필요성과 적용 범위, 협조 인정 기준 등이 논의됐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조직형 사기범죄의 총책을 검거하고 피해금을 되찾기 위해 내부 가담자의 처벌을 줄여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부 정보로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범죄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과 피해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TRUST Forum 2026’에서는 내부자의 수사 협조를 유도하는 ‘한국형 플리바게닝’의 필요성과 적용 조건, 남용 방지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번 포럼에서 다룬 한국형 플리바게닝은 단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 처벌을 줄여주는 방식과는 구분된다. 다른 조직원의 범행이나 범죄수익의 이동 경로를 밝히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가담자에게 형벌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 총책·피해금 찾을 내부 정보…협조 이끌 유인 필요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에는 조직형 사기 수사의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 범죄에 이용된 서버와 계좌를 확인하더라도 실제 범행 지시자를 밝혀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는 것이다.
이상호 이지스시큐어 대표는 악성 앱과 서버 등 디지털 흔적을 찾는 것과 특정인의 범죄 가담을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술적 분석으로 정보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더라도 이를 조직 운영자나 총책의 범행으로 연결하려면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내부 가담자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윗선의 범행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파악하지 못했던 자신의 추가 범죄까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어떤 혜택을 받을지 불확실하면 협조할 동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배근 인천대학교 교수 역시 협조보다 침묵이 유리한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장에서 협조가 중단된 사례도 소개됐다. 김화랑 더치트 대표에 따르면 한 퀵서비스 기사는 자신도 모르게 현금 수송책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상담을 요청했다가 도중에 도움을 거부했다. 김 대표는 형량을 협상한다는 개념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내부자의 협조를 유도하는 제도가 수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논리는 일부 가담자의 형벌을 줄이더라도 조직 전체를 밝혀내고 추가 피해를 막는 편이 사회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있다. 내부 정보가 은닉 자금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된다면 피해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포럼에서 김주연 한국사기예방국민회 대표는 범죄자 검거와 처벌에 그치지 않고 수사 단계부터 범죄수익을 확보해 피해회복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피해회복 없이 감형만?…공정성과 검증 기준도 쟁점
반면 수사 협조를 이유로 범죄 가담자의 처벌을 줄이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질문도 남는다.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담자에게 감형 혜택이 먼저 돌아간다면 제도의 정당성을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범행에 깊이 관여해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오히려 더 유리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실제 토론에서도 감면 대상과 협조 인정 범위를 둘러싼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총책이 자신의 지시를 받은 하위 조직원을 알려주는 것까지 감면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핵심 가담자라도 조직 전체를 밝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했다면 지위만으로 배제하지 말고 실질적인 기여를 살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협조 내용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처벌을 줄이려는 가담자가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배근 교수는 협조 과정을 서면으로 남기고 법원이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혜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허위 진술 방지뿐 아니라 피해자 의견 청취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핵심은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과 범죄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 사이의 균형이다. 내부자 협조의 필요성에 동의하더라도 누구에게, 어떤 기여를 근거로,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 것인지에 따라 제도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총책 검거와 피해회복을 위해 가담자에게 협조의 유인을 제공해야 할까. 아니면 범죄 책임을 약화할 수 있는 별도의 감면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할까.
조직형 사기 수사에 실질적으로 협조한 가담자에게 형벌 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찬성(총책 검거와 범죄 조직 해체, 피해회복을 위해 협조에 따른 형벌 감면이 필요하다)
반대(수사에 협조하더라도 범죄 책임을 줄여주는 별도의 감면제도 도입에는 반대한다)
중립·기타(적용 대상과 감면 수준, 피해회복 기여도 등 구체적인 조건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위고라 토론중인 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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