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확인에서 벗어난다…진료기록 없는 6세 이하 아동 5.8만명 전수조사
▷정부, 5월부터 2·3분기 집중 점검…2세 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 동행
▷조사 거부 땐 재방문 후 수사의뢰…쉼터 확충·법 개정도 함께 추진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정부가 의료기관 진료기록이 없는 6세 이하 아동 약 5만8000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최근 아동학대 사망 의심 사건이 잇따르자 조사 대상을 넓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장 확인 방식과 보호 체계까지 함께 손보겠다는 취지다. 특히 2세 이하 아동 가정을 방문할 때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전문인력이 동행해 조사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관계부처와 함께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영유아의 특성을 고려해 의료기관 진료기록이 없는 6세 이하 아동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조사 대상은 현재 기준 약 5만8000명이며, 조사는 5월부터 시작해 2·3분기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의료정보를 절대지표로 활용하고, 위기아동 발굴 변수도 정기적으로 검증해 발굴 모형을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 조사 대상 확대보다, 현장 확인 방식 변화에 무게
이번 대책은 단순히 조사 범위를 넓히는 데만 의미가 있지 않다.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복지부는 기존 시스템으로도 분기별 전수조사가 이뤄졌지만, 발굴 모형과 전달체계에 한계가 있었고 현장 확인도 형식적으로 흐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읍면동 공무원이 단독으로 확인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2세 이하 가정 방문 시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이 함께 나가 아이 상태와 위험 징후를 보다 면밀히 살피도록 할 방침이다.
현장조사 절차도 더 엄격해진다. 복지부는 조사 과정에서 현관문 안쪽 사진이나 녹취 등 현행법상 가능한 범위의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필요한 항목을 충족해야 조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프로시저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방문을 거부하는 가정에는 일정을 다시 정해 2회 방문하고, 재방문 때도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번 조사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아동을 보느냐’보다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확인하느냐’에 더 가깝다.
◇ 쉼터 확충·전담인력 보강…법적 대응도 함께 손질
정부는 조사 확대와 함께 보호·지원 체계도 손질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인프라 부족 지역을 중심으로 확충하고, 영유아 특화쉼터는 시·도별로 1개씩 운영할 계획이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인력 보강도 추진한다. 현재 정부 권고 기준은 1인당 연 50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별 편차가 커 어떤 곳은 20건 미만, 어떤 곳은 100건 이상을 담당하는 상황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평균 수치보다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춰 인력 보강을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법적 대응도 강화된다. 정부는 아동학대 살해와 치사 범죄의 법정형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살인과 살인미수를 아동학대처벌체계 안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사전 학대 행위가 입증되지 않으면 일반 형법상 살인·미수죄로 다뤄져 피해아동보호명령 등 보호조치를 연계하기 어려운 만큼, 생존 아동에 대한 보호 근거를 더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올해 8월 시행되는 아동학대 의심 사망사건 분석 제도도 차질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위원회 구성 등 사전 준비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결국 조사, 보호, 수사가 따로 움직이던 흐름을 좀 더 촘촘히 묶어보겠다는 시도에 가깝다. 다만 제도의 성패는 발표 문구보다 현장 집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의료 미이용이라는 위험 신호를 더 강하게 반영하고 조사 절차를 조이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의 과제는 형식적 방문을 줄이고 조사 결과를 실제 보호조치로 얼마나 제대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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