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계는 어디로③] AI는 버블인가, 새로운 질서인가
▷기술은 과대평가되고 있는가, 아직 과소평가되고 있는가
▷2026년을 향한 산업·기술 패권의 재편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이 연재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6년 글로벌 트렌드」를 토대로, 정치·군사외교, 경제·사회, 산업·기술 분야에서 세계 질서를 흔드는 구조적 변화를 짚는다. 단편적인 기술 전망이나 유행 분석을 넘어, 산업과 기술이 어떻게 국가 경쟁력과 세계 질서 재편의 핵심 변수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보고서에 담긴 수치와 흐름을 출발점으로 삼아, 2026년 이후 글로벌 산업 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논쟁은 극단으로 갈린다. 한쪽에서는 AI가 모든 산업을 바꿀 것이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도한 기대가 만들어낸 버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26년 글로벌 트렌드」는 이 논쟁에 대해 단순한 찬반이 아닌, 보다 구조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AI는 단기적으로 과열돼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산업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보고서는 AI를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범용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규정한다. 이는 과거의 전기, 인터넷과 유사한 위치에 놓인 기술이라는 의미다. 범용 기술의 특징은 초기에는 과대평가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된다는 점이다. 현재 AI를 둘러싼 논쟁 역시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AI 논쟁의 본질은 ‘속도’에 있다
AI가 버블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확산 속도다. 보고서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과거 어떤 범용 기술보다 빠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데이터 축적, 컴퓨팅 파워, 알고리즘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AI는 단기간에 산업 전반으로 침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투자와 기대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부 AI 기업의 가치가 실적 대비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기술의 실체가 없어서라기보다, 시장이 미래 가치를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품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거품 이후 무엇이 남느냐다.
과거 인터넷 버블 이후 수많은 기업이 사라졌지만, 인터넷이라는 기술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 산업 구조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보고서는 AI 역시 유사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산업의 중심이 ‘제조’에서 ‘기술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AI 확산은 산업 구조의 중심을 바꾸고 있다. 전통적으로 산업 경쟁력은 제조 능력과 규모의 경제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데이터, 알고리즘, 플랫폼이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다. 보고서는 이를 ‘산업 권력의 이동’으로 표현한다.
이 변화는 국가 간 격차를 재편한다. 과거에는 노동력과 자본이 성장의 핵심 요소였다면, 이제는 기술 축적과 데이터 접근성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는 산업 패권 경쟁이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전략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AI를 둘러싼 미·중 갈등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는 단순한 산업 자산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술 규제와 수출 통제는 더 이상 예외적 조치가 아니라, 상시적 정책 수단이 되고 있다.
◇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없앨까
AI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일자리 문제다. 보고서는 AI가 단기적으로 특정 직무를 대체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노동 시장의 재편이라는 더 복합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 발전은 항상 기존 일자리를 대체해 왔지만, 동시에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 왔다.
문제는 전환 속도다. AI는 기존 산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노동 시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위험이 크다. 숙련 노동과 비숙련 노동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불안정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이 문제를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제도의 문제로 본다. 교육, 재훈련, 사회 안전망이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AI는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불안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디지털 자산과 금융 질서의 변화
산업·기술 변화는 금융 질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디지털 자산과 실물자산 토큰화(RWA)가 금융 시스템의 구조를 바꾸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거래 비용을 낮추지만, 동시에 새로운 규제 과제를 만든다. 각국이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은 국경을 넘지만, 규제는 여전히 국가 단위로 작동한다. 이 간극이 향후 금융 불안정성의 새로운 원인이 될 수 있다.
◇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 됐다
보고서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는 점이다. AI를 도입하지 않는 기업과 국가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다만 무작정 기술을 도입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어떻게 제도와 산업 구조 안에 녹여내느냐다.
2026년을 향한 세계는 기술 낙관론과 기술 공포론 사이에서 방향을 잡아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AI는 모든 문제의 해답이 아니지만, 동시에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술의 속도를 통제할 수 없다면, 그 영향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AI는 버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술이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군사외교의 불안정, 경제·사회의 구조적 균열, 그리고 산업·기술의 급격한 진화는 서로 분리된 현상이 아니다. 이 세 가지는 맞물리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있다.
2026년 이후의 세계는 더 불안정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기회 역시 그 안에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방향을 읽고, 그 속도를 이해하며, 구조적으로 대비하는 것이다. 이 연재는 그 출발점이 되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세계 경제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은 위기이자 전환의 신호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경제·사회 변화 속에서 산업과 기술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그리고 AI와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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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뜸기자님,우리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기피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가정 붕괴,극단적 선택,사회불신 확대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고, 현행 법체계로는 이 거대한 범죄구조를 제때 막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직사기특별법은 피해자 구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합니다!
2한국사기 예방 국민회 웅원 합니다 화이팅
3기자님 직접 발품팔아가며 취재해 써주신 기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조직사기 특별법은 반듯시 이루어지길 원합니다 빠른시일내에 통과하길 원 합니다
5피해자들은 결코 약해서 속은것이 아닙니다. 거대한 조직의 치밀한 덫 앞에서.국민의 안전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틈을 통해 쓰러러진겁니다. 조직사기특별법 반드시 하루빨리 제정해야 합니다!!!
6판사님들의 엄중한 선고를 사기꾼들에게 내려주십시요
7사기는 살인이나 마찬가지이고 다단계살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