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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률대리 정황에 세법 위반까지...솔루션업체 운영 실태 논란[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금전 받고 법률대리 행위 정황 드러나
▷법률사무소 명칭 표기로 채무자 오인 유도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업체측 "상담만 제공...법적 문제 없어"
▷금융당국 "대응방안 검토 중...구체적 내용은 확정 안 돼"

입력 : 2025.09.02 09:42 수정 : 2025.09.02 10:29
[단독] 법률대리 정황에 세법 위반까지...솔루션업체 운영 실태 논란[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불법 사금융 피해를 대신 해결해준다는 한 민간솔루션 업체가 불법 법률 대리 행위를 벌이고 정식 법률기관이 사건을 맡은 것처럼 채무자를 속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업체는 실질적인 법률 행위는 외부 고문 법률사무소가 수행하고 있다며 법률 위반 소지는 없다고 반박했다. 일러스트=DALLㆍE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불법 사금융 피해를 대신 해결해준다는 한 민간솔루션 업체가 불법 법률 대리 행위를 벌이고 정식 법률기관이 사건을 맡은 것처럼 채무자를 속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업체는 실질적인 법률 행위는 외부 고문 법률사무소가 수행하고 있다며 법률 위반 소지는 없다고 반박했다.

 

위즈경제가 입수한 사설솔루션 업체 위임장. 수권사항에 법률 행위가 적혀 있고 위임장 하단에는 법률사무소 명칭도 적혀있다. 사진=제보자

 

지난 8월 위즈경제가 입수한 사설솔루션 업체의 위임장을 보면, 수권사항란에 '고소 및 고소 취소', '고소장, 고소 취소장의 작성 및 제출행위 등이 적혀있고 수임인에는 해당 업체의 이름과 주소가 기재돼 있었다. 본지가 확보한 또다른 위임장에는 업체 관계자로 보이는 계좌번호도 적혀있었다. 이는 해당 업체가 금전을 받고 사실상 법률대리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유상으로 법률상담이나 법률 관계 문서 작성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김치라 민생연대 변호사는 "채무자가 위임장을 작성했고 해당업체가 수수료를 받았다면 법률 사건을 돈을 받고 대리한 것으로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위임장 하단에 기재된 법률사무소 명칭도 문제로 지적된다. 채무자 입장에서 해당 사건을 법률사무소가 주관하는 듯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채 피해 카페 운영자 A씨는 "채무자로 하여금 마치 법률사무소가 본 건의 주관기관인 듯한 인상을 준다" "이 같은 방식이 채무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사실상 기만 행위"라고 지적했다. 

 

해당 표기가 법률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도 제기됐다. 이은하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위임장 내 표기가 소비자의 오인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충분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계약체결시 약자인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약간이 불공정한 것을 제한하는 법이다. 이에따라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내용을 약관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즈경제가 입수한 또 다른 위임장. 해당업체는 법인계좌가 아닌 개인계좌로 수임료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제보자

해당업체가 수임료를 개인 계좌를 활용해 받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은행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사업용 입출금 계좌 형태는 예금주(상호명)이다. 하지만 위임장에는 상호명이 아닌 개인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이는 세법상 위반에 해당해 세무조사 대상이 되거나 높은 가산세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단순한 세법 위반을 넘어 형사적 처벌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치라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조세포탈 혐의가 드러날 경우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고 차명계좌를 이용했다면 금융실명거래법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업체측 "상담만 제공...법적 문제 없어"

 

해당업체는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저희 업체는 직접 법률대리를 하지 않고 상담만 진행한다. 고문 법률사무소가 법률 행위를 담당하고 있어 변호사법 위반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수임료를 개인 계좌로 받는 것에 대해서는 "의뢰인의 채무조정 과정에서 악의적인 사채업자들이 핑돈(통장 묶기)를 시도해 법인 계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개인 계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임료를 개인 계좌로 받은 뒤, 세금 신고를 통해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핑돈'은 주로 채권추심이나 사채업 등의 과정에서 악의적으로 상대방의 계좌를 압류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를 의미하는 은어다. 구체적으로는, 채권자가 일부러 소액의 돈을 보내 계좌에 거래 이력을 남긴 뒤, 이를 근거로 해당 계좌에 대한 가압류나 추심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계좌는 사용이 제한되거나 압류 대상이 되어, 당사자가 정상적인 금융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위즈경제가 진행하는 장기 심층취재 시리즈입니다. 불법사금융,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점점 더 정교해지고 악질적으로 변하는 범죄들과 사회적 부조리 속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일상과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실효성 없는 제도와 소극적인 보호뿐입니다. 


가해자는 진화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느리고, 그 책임은 여전히 남의 일입니다. 왜 피해자만이 끝까지 남아서 홀로 그 큰 무게를 감당해야 할까요? 이에 본지는 반복되는 피해의 이면에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짚고, 피해자가 사회에서 더 이상 '관리 대상'이나 '부주의한 개인'으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모으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위즈경제는 불법사금융과 관련 피해자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jebo@wisdot.co.kr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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