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잃고 삶까지 무너졌다”…전세사기, 피해자의 ‘존엄’까지 위협
▷ 심리상담사 참여한 연구 “전세사기, 단순 사기 아닌 재난 수준의 고통”
▷ “집은 더 이상 쉼터가 아니다”…지원제도 불신 속 회복 중심 정책 대안 제시
전세사기 피해자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느낀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단순한 금전 손실을 넘어 ‘삶의 붕괴’ 수준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7일 서울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정책연구 시민펠로우십’ 최종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나온 주장이다.
‘전세사기 정책연구 시민펠로우십’은 6개 연구팀이 5개월 동안 전세사기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방지대책과 피해구제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활동했다. 피해 당사자의 심리사회적 고통과 회복 경험을 중심으로 기존 피해 지원 제도의 한계도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는 제도적 개선을 바라는 시민 181명이 펀딩에 참여했다.
김은빈, 양하영, Chui Songhua, 김정화 연구진으로 구성된 시민연구팀은 ‘전세 피해 지원 제도의 한계 인식 및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사례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심리상담사 3명과 공간 연구자 1명으로 구성됐으며, 총 16명의 피해자를 심층 인터뷰해 심리·사회적 고통에 대해 분석했다.
김은빈 연구자(심리상담사)는 “보증금 반환만으로 피해가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는 일상과 주거권을 지켜주던 ‘집’이라는 공간이 붕괴되며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함께 발표에 나선 양하영 연구자(도시환경계획과 박사)는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집이라는 공간이 감정적 기반이자 정체성의 상징이었는데, 그 공간에서 사기를 당하면서 인간다운 삶의 뿌리까지 흔들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대부터 50대까지의 한국인과 중국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전세사기 이후 주거 공간에 대한 감각 변화와 심리사회적 고통, 제도 평가를 중심으로 질문을 구성했다. 연구 결과는 피해자의 고통을 ▲주거공간 감각 변화 ▲심리사회적 변화 ▲정책적 평가 및 요구로 구분했다.
◇ 안전했던 공간이 고통의 장소로…변형된 주거 감각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집’을 더 이상 휴식의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포, 무력감, 분노를 떠올리는 장소가 됐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국인 A 씨는 “작지만 내 취향이 담긴 소중한 공간이었다”며 “그러나 사건 이후 집이 족쇄 같고 통제할 수 없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양하영 연구자는 “집이라는 회복의 공간이 분노와 우울을 유발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며 “주말마다 축제나 행사장 등 비일상적 장소로 도피하는 경향도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자는 또 피해자들이 주거 개념을 재구성하며 불신과 회피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전세는 이제 죽어도 못 믿는다”, “자본금이 없어 이사도 못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피해자들은 우울, 분노, 외로움, 대인기피 등의 증상을 일상에서 겪고 있었다. 중국인 B 씨는 “아버지가 구한 집에서 사기를 당했다. 가족 모두가 고통받았고 부모님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토로했다.
◇ ‘재난 수준’ 심리 피해…지원 제도는 외면
김은빈 연구자는 전세사기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재난’에 비유했다. 그는 “경제적 트라우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며 “초기에는 부정과 무덤덤함으로 시작되지만, 보증금 반환이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하면서 심각한 심리적 충격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트라우마는 피해자의 일상생활을 무너뜨렸다. 한국인 C 씨는 “생계를 위해 퇴근 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 11시에야 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중국인 D 씨는 “집에 전기와 수도가 끊겨 비상구 불빛에 의존해 생활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대인 관계 악화, 고립, 그리고 국가·사회에 대한 불신 심화도 겪고 있었다. 특히 김 연구자는 외국인 피해자가 제도적 지원에서 소외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과 똑같이 세금을 내는데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피해자들은 언어 장벽, 행정 구조적 차별, 체류자격 문제로 이중고를 겪는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자는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무료 법률 상담은 실효성이 없고, 운영 정보도 불투명해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행정 절차 과정에서 담당 인력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피해자들의 불만으로 드러났다.
◇ “전세사기 아닌 임대차 피해”…회복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연구팀은 이러한 실태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전세사기’라는 용어 대신 ‘임대차 피해’로 바꾸는 용어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 회복은 단순히 법률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인간다운 주거권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둘째, 지자체 중심의 ‘임대차 피해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설립해 법률·심리·사례관리 등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외국인 피해가 많은 지역에는 통·번역 전담 인력을 배치해 언어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셋째, 사법 영역에서 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형사사건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을 동시에 인정하는 ‘배상명령제도’를 적극 활용해,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가해자의 자산을 압류하고 실질적인 회복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보증금 반환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 회복 방안이 필요하다”며 “사회 전반의 역량을 모아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회복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발표회는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 LAB2050,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플랫폼 나이오트(Naioth),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또한 염태영·김남근·박정현·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국회의원, 서울대학교 ESG 사회혁신센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공동 주관하고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시민센터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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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토론의 장이되야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중증발달장애인의 또다른 자립주택의 허상을 깨닫고 안전한 거주시설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추구하여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수있도록 거주시설어 선진화에 힘을 쏟을때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인력충원과 시설선진화에 국가에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합니다
2시설이 자립생활을 위한 기반이 되야합니다. 이를위해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보호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거주시설을 개선하고 지원 되이야 가족도 지역사회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정책개발 및 지원 해야 한다는 김미애의원의 말씀에 감동받고 꼭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3중증발달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바랍니다. 탈시설을 주장하시는 의원님들 시설이란 인권을 빼앗는 곳이라는 선입관과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지 마세요. 중중발달장애인을 위해 노화된 시설을 개선해 주세요. 또, 그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폐쇄한다는 등 위협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4지역이 멀리 있어서 유트브로 시청했는데 시설장애인 부모로 장애인들이 시설이든 지역이든 가정이든 온전히 사회인으로 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5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경우, 자립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거주 서비스 필요성에 의해 장기요양형 거주 시설부터 지역사회 내 자립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거주시설에서의 자립생활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길 기대합니다.
6장애인도 자기 삶을 결정하고 선택 할 귄리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삶을 대신 결정합니까? 시설에서 사느냐 지역사회에서 사느냐가 중요 한게 아니고 살고 싶은데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7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은 원가정을 떠나 공동체로의 자립을 한 것입니다.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시설안과 밖에서 너무도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원가정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운 좁은 임대주택에서의 삶과 다른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야 말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성이 향상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 입니다.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가기란 주변의 민원과 벌래 보듯한 따가운 시선 그리고 돌발행동으로 위험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늙고 힘없는 부모나 활동지원사는 대처할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심지어 경찰에 부탁을 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러나 거주시설은 가장 전문성이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과 사랑이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을 웃게 만들고 비장애인들의 눈치를 안봐도 되고 외부활동도 단체가 움직이니 그만큼 보호 받을수 있습니다 . 예로 활동지원사가 최중증발달장애인을 하루 돌보고는 줄행랑을 쳤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