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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그늘] ②터미널 지하상가는 누구의 것인가

▷ 공공재산 위의 불법 전대, 이권은 어디로 흘러갔나
▷ 불법 전대 해소, 형식적인 엄중 조치

입력 : 2025.08.22 13:30 수정 : 2025.08.22 14:18
[도시 그늘] ②터미널 지하상가는 누구의 것인가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서울시설공단측에서 설치한 안내문. 지하도상가 양수도와 전대행위가 위법임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전희수 기자 = 지난 6월 열린 제331회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터미널 지하상가 불법 전대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정례회에 따르면, 터미널 지하상가 620개 점포 가운데 약 80%가 불법 전대 상태인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법인 고투몰은 기존 임대인과 임차인 간 원본 계약서에 전차인을 추가로 기재한 수정 계약서를 작성해, 실제 점포에서 영업하려는 상인들에게 제시하면서 비밀유지각서를 강요하는 불공정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6월 정례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기 이전에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터미널 지하상가 불법 전대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본지는 서울시의 공유재산인 터미널 지하도상가를 법인 고투몰에 위탁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설공단(이하 시설공단)에 불법 전대 실태 조사 현황을 질의했다.

 

시설공단은 “2024년 국정감사와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터미널 상가 내 불법 전대가 만연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증거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일방적 주장 외에 입증 가능한 자료가 제출된 사례는 2건뿐이며, 해당 건은 계약 해지 등 엄중 조치했다고 답했다.

 

또한 시설공단은 “6월 정례회 이후 서울시와 합동으로 탐문조사와 부동산중개업소 점검 등을 진행했으며, 조사가 완료되면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제 수사 및 형사처벌 근거 마련을 위한 법률 개정을 건의했고, 향후 관리 개선을 위해 서울시와 함께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6월 정례회에서는 전차상인들의 이중·삼중 부담 실태도 지적됐다. 전차상인들은 시설공단에 납부하는 대부료 외에도 기존 임차인에게 별도의 대부료를 추가로 지불하고, 관리비·세금·4대 보험료까지 부담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박유진 의원은 “300만 원가량의 임대료만 내면 충분히 영업이 가능한 상가를, 중간 임차인에게 700만 원가량을 추가로 지불하며 실제로 영업하는 상인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법인 고투몰이 불법 전대를 은폐하기 위해 작성한 수정 계약서의 구체적 방식도 설명했다.

그는 고투몰은 원본 계약서에 전차인을 추가로 기재한 뒤, 실제 영업 상인에게는 수정된 계약서를 내밀고, 서울시와 시설공단 등 관리 기관에는 원본만 제출해 불법 전대를 감췄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투몰은 조작된 수정 계약서를 근거로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증을 ‘○○○ 1으로 변경 등록해 상가 구매자들이 자신이 실제 사업자라고 믿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사를 계속 하고 있으며, 조사가 완료되면 불법 전대를 해소하고 계약 기간 만료 전에 새롭게 입찰을 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답했다.

 

시설공단 전대는 불허엄중 조치할 예정”, 그러나 전차상인 불안감 여전 


 

홍윤기 고투몰 전차상인 비대위원장이 터미널 지하도상가 현장 반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6월 정례회 이후 불법 전대 문제가 공론화되자, 본지는 고투몰 전차상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통해 현장의 반응을 들어봤다.

 

홍윤기 고투몰 전차상인 비대위원장은 오히려 전차상인들이 불안감에 위축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 이유로 서울시와 시설공단의 미흡한 후속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또 비대위가 불법 전대 관련 정황 자료를 공익 제보하더라도 시설공단은 조사·수사 권한이 없어 상인들이 직접 고소·고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설령 시설공단에 관련 증거를 제출하더라도 개인정보 노출 문제로 곤란할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투몰 법인과 연관된 불법 전대 문제 해결을 위한 시설공단의 구체적 방안이나 대책은 전혀 들을 수 없었다불법 전대 실태조사 역시 사업자등록 대표자나 카드 영수증 대표자 확인 수준의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랜 세월 불법 전대가 방치되면서 서울시와 시설공단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최소한 서울시 감사위원회를 통한 전면적 조사·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 전대 해소 해법박유진 의원 고투몰 계약 해체·직영관리 필요”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터미널 지하도상가 내 불법 전대 해소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위즈경제)

 

불법 전대 해소 방안에 대해 본지는 별도로 박유진 의원을 직접 취재했다.

 

박 의원은 서울시 지하도상가는 공유재산으로 개인이 소유할 수 없음에도 불법 전대와 매매가 마치 개인 소유처럼 이뤄졌다문제 해결의 핵심은 명확한 증거 수집이며, 피해자인 전차상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불법 전대의 본질은 법인 고투몰이 전차상인을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라며 주식회사 고투몰은 원래 상가를 분양받은 임차인들의 모임이었지만, 이후 불법 전대를 알선하고 은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투몰 법인이 시설공단 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아 결국 경찰력이 투입돼야 불법 전대 증거가 잡힌다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시설공단이 법인 고투몰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직영 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차상인들의 신고는 쉽지 않다. 홍윤기 비대위원장에 따르면 지하상가에 상주하는 시설공단 관리소 및 시설공단은 불법 전대를 입증하기 위해 계약서‘3~6개월간의 임대료 이체내역등 명확한 증거를 요구한다. 시설공단에 불법 전대 관련 증거를 제출하는 자체는 가능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홍윤기 비대위원장은 불법 전대가 입증돼 임차인과 시설공단의 계약이 해지되면 전차상인은 무단 점유자로 간주돼 결국 퇴거당하게 된다며 구조적 한계를 토로했다.

 

공공재산을 사적 소유처럼 속여 이익을 챙겨온 불법 전대 문제는 형식적 조사·감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지하상가를 실제 운영하는 상인에게 직접 임대하고, 시설공단이 직영 관리하는 방식으로 임대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서울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은 약 660만 명. 도시의 혈관처럼 연결된 지하철역 안,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지하상가. 겉으로는 유동인구가 풍부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임대료 부담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위즈경제는 [도시 그늘] 연재를 통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도시의 불균형과 생활경제의 그늘을 따라가 봅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공간의 풍경 기록을 넘어, 도시 안에서 점점 더 밀려나는 삶의 자리, 그리고 그 삶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조명합니다. 더불어 단절된 공간 너머의 시민들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위즈경제는 고투몰 또는 터미널 지하상가와 관련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jebo@wisdot.co.kr)


 
전희수 사진
전희수 기자  heesoo5122@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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