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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권리냐, 기술의 진화냐… AI 시대 저작권의 경계선

▷29일 'AI 시대 , 창작산업계 권리자 보호와 산업 발전의 조화 방안' 세미나 개최
▷AI 기술 발전과 창작자 권리 보호의 균형점 모색

입력 : 2025.07.29 22:00 수정 : 2025.07.29 22:30
창작자의 권리냐, 기술의 진화냐… AI 시대 저작권의 경계선 29일 'AI 시대, 창작산업계 권리자 보호와 산업 발전의 조화 방안' 세미나에서 발제 중인 남형두 연세대학교 교수(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생성형 AI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창작자의 콘텐츠가 무단으로 학습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AI 산업 발전과 창작자 권리 보호의 균형점을 모색하기 위한 'AI 시대 , 창작산업계 권리자 보호와 산업 발전의 조화 방안' 세미나가 29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됐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범창작자정책협의체와 한국방송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행사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창작자 권리 보호와 문화 생태계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6월 AI 학습데이터 공개 노력 및 권리자 확인 절차 마련과, 민관협의체 구성 근거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는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방문신 한국방송협회 회장, 벤자민 응(Benjamin Ng) CISAC 아시아태평양 이사, 남형두 연세대학교 교수, 최승재 세종대학교 교수, 황선철 범창작자정책협의체 대표, 최진훈 MBC 법무팀장, 김준호 악보 생성형 AI 주스 대표이사, 김동훈 만화가, 이윤정 영화감독, 김성수 음악감독 등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첫 발제를 진행한 남형두 연세대학교 교수는 'AI 시대 인간 창작의 보호 필요성과 수단'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남 교수는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해 특정 작품의 스타일을 모방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지적했다.

 

남 교수는 "최근 (챗GPT를 사용해서) 미아자키 하야오의 작풍을 모방해 만든 이미지를 프로필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운을 띄었다.

 

남 교수는 이어 "정말 충격적이었던 건 이스라엘 군인이 가자지구 전쟁 중에 군복을 입은 군인을 지브리 풍의 이미지로 제작한 사례였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로 하야오 그림의 화두는 평화인데, 이를 전쟁을 하는 군인의 모습으로 표현된다는 것이 하야오에게 얼마나 폭력적이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마치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미키 마우스가 담배를 피고 있는 장면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전쟁터 군인을 하야오의 작풍으로 만드는 것에 깊은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같이 챗GPT가 학습 과정을 통해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에 대해 "대다수의 매체에서는 '지프리 프사' 유행을 두고 '하야오의 스타일을 갖다썼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라며 "스타일은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것이 맞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저작권은 아이디어와 표현 중에서 표현은 보호하지만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는다"라며 "이는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일과 풍이라는 건 학습하고 남은 결과물인 것일 뿐이며, 다시 말해 지브리 풍의 그림을 AI에 학습시키기 위해 입력을 하는 순간 저작권 침해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결과만 남은 것을 가지고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수박을 훔쳤지만, 다 먹고 난 뒤에 괜찮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아울러 향후에는 결과물보다 창작 과정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교수는 "봉은사 대웅전에는 '판전'이라는 글씨가 있는데, 이는 추사가 쓴 작품이고 말년에 쓴 작품으로 어린아이가 쓴 듯 삐둘빼뚤하게 썼지만, '대교약졸'이라는 노자의 철학이 담겨 있는,추사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다"라며 "인공지능에게 어린아이처럼 써달라고 지시하면 비슷한 형식을 흉내 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말년에 만들어진 추사의 작품이 지닌 깊이와 무게야 말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고유성이며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AI와 관련해서 산업계의 목소리가 너무 큰 상황이며, AI는 기술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기도 하다"라면서 "빅테크에게 저작권 문제는 손톱 밑에 가시 같겠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저작권이 창작자들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가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막아내는 뜻밖의 보검(寶劍)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정원 사진
이정원 기자  nukcha45@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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