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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달라진 플랫폼 경쟁…“2022년과 다른데 규제 논의는 여전”

▷ AI 경쟁, 모델 개발 넘어 서비스와 수익 창출로…플랫폼은 기술 확산 통로
▷ 글로벌 기업, 서비스 데이터·수익 AI에 재투자…국내외 기업가치 격차 확대
▷ “국내 성장·글로벌 경쟁력도 정책 목표로”…실제 경쟁제한 행위 중심의 규율 제언

입력 : 2026-09-23 10:31
AI로 달라진 플랫폼 경쟁…“2022년과 다른데 규제 논의는 여전”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이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발제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인공지능(AI) 경쟁의 중심이 우수한 모델을 개발하는 데서 실제 서비스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I 기술을 기업과 이용자의 수요에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커진 만큼, 국내 플랫폼 정책의 목표도 달라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국내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플랫폼 정책의 핵심 목표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한국정보통신법학회가 공동 개최했다.

 

◇ AI 경쟁, ‘좋은 모델’에서 ‘쓰이는 서비스’로

 

이 연구위원은 AI가 연구개발 단계의 기술을 넘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생산·소비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첨단 모델이 먼저 높은 성능을 보이더라도 공개된 기술을 활용한 후속 모델이 시간이 지나면 더 낮은 비용으로 비슷한 성능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좋은 모델을 가진 게 중요하긴 하지만 이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는 늘어난 토큰 소비가 얼마나 경제적 가치와 수입으로 연결되는가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AI 이용량 자체보다 이를 실제 이용과 수익으로 이어가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은 기업과 이용자가 AI를 활용하는 통로가 된다. 기업이 AI 기술과 전문인력을 모두 직접 확보하지 않아도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사업에 AI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야놀자의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중소 숙박업자를 사례로 들었다. 발표에서 소개한 네이버쇼핑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AI가 고도화된 네이버쇼핑을 이용한 소규모 판매자의 판매량은 35% 증가한 반면, 대규모 사업자의 증가율은 9.7%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자체적으로 AI에 큰 비용을 투입하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자도 플랫폼을 통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플랫폼은 AI를 활용하고 확산하는 핵심 통로”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가 AI 성능 개선에 쓰이고, 개선된 서비스가 다시 이용을 늘리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AI 기업까지 서비스 시장 진출…“규제 논의는 그대로인가”

 

이 연구위원은 산업 환경이 달라졌는데도 국내 플랫폼 정책 논의는 AI 확산 이전부터 제기된 규제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플랫폼 산업이 성장했고,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내에서도 여러 플랫폼 규제 법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2022년 말 ChatGPT 등장 이후에는 기존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AI 기업도 이용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검색과 추천을 넘어 이용자의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양측의 사업 영역도 겹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AI 개발에 필요한 기반시설과 모델, 데이터, 플랫폼, 최종 서비스를 함께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비스에서 얻은 데이터로 AI를 개선하고, 클라우드 등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개발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이 연구위원이 지난 11일 기준으로 비교한 시가총액에서도 국내외 기업 간 격차는 커졌다. 알파벳과 네이버의 격차는 2020년 약 27배에서 올해 약 175배로, 애플과 카카오의 격차는 같은 기간 약 71배에서 약 426배로 확대됐다.

 

그는 “2026년 플랫폼 생태계는 2022년과 동일하지 않지만 우리는 아직까지도 온플법 등 플랫폼 규제 논의에 집중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AI 시대의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 플랫폼은 무조건 살려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플랫폼 규율의 필요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 “성장과 경쟁력도 정책 목표로”…규제는 행위 중심 제언

 

이 연구위원은 AI 경쟁이 서비스와 가치 창출 단계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기업의 진입 기회도 생겼다고 봤다. 반면 국내 기업의 진입이 늦어지면 미국과 중국 기업이 서비스 생태계와 표준을 먼저 차지해 후발 기업의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 개발 기반시설부터 모델, 데이터, 플랫폼, 실제 서비스에 이르는 정책이 서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과 역량을 확보한 정책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시장 가치를 창출하고 서비스 시장으로 연결되는 데까지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방식도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안전을 위한 규율은 필요하지만, 법률에 세부 규칙을 고정하는 방식에만 의존하기보다 업계가 참여하는 자율규제 등 유연한 수단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AI 개발 기반시설을 확보한 소수 글로벌 기업이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른 플랫폼과 서비스 기업의 진입·혁신을 가로막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 규모 자체보다 실제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다른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행위가 있는지를 규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석찬 사진
장석찬 기자  seokchanj26@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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