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지방 제조업 덮치는 피지컬AI…일자리 위기인가 반전 기회인가

▷피지컬AI 노출도 경북·전남·충북·울산 순…비수도권 상대적으로 높아
▷제조·운수·숙박음식업 자동화 충격 우려…고노출 일자리 이미 감소세
▷현장 중심 연구개발·전문서비스 결합하면 지역 제조업 도약 가능성

입력 : 2026-09-16 09:39
지방 제조업 덮치는 피지컬AI…일자리 위기인가 반전 기회인가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생성형AI와 에이전틱AI 관련 일자리 증가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과 달리 로봇 등을 이용해 물리적 업무를 수행하는 피지컬AI의 영향은 비수도권에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과 농림어업, 단순노무 일자리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피지컬AI에 대한 노출도가 높기 때문이다. 자동화가 가속화하면 비수도권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산업 현장이 AI 연구개발과 전문서비스의 거점으로 전환되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와 지역 노동시장-지역 간 격차 확대 위험과 새로운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피지컬AI 노출도는 경북이 가장 높았고 전남·충북·울산이 뒤를 이었다.

 

생성형AI와 에이전틱AI의 노출도가 서울·세종·경기 등 수도권과 일부 행정도시에서 높았던 것과 반대되는 결과다.

 

◇AI 유형에 따라 엇갈린 수도권과 비수도권

 

AI 유형별 지역 차이는 산업과 직업 구조에서 비롯됐다. 수도권에서는 생성형·에이전틱AI 활용 가능성이 큰 사무직과 전문가 비중이 각각 20.2%, 28.1%였다. 비수도권의 15.8%, 18.0%보다 높다.

 

반면 비수도권은 피지컬AI 노출도가 높은 장치·기계조작 직군 비중이 12.0%로 수도권의 8.1%를 웃돌았다. 단순노무직도 비수도권이 14.6%로 수도권 12.7%보다 높았고 서비스직 역시 비수도권 13.1%, 수도권 12.2%로 차이가 났다.

 

피지컬AI 고노출 일자리의 취업자 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장기간 감소세를 이어왔다. 육체노동 기피와 기존 산업용 로봇을 통한 단순·반복 업무의 자동화가 이미 진행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향후 피지컬AI 기술이 고도화되면 이러한 감소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제조업뿐 아니라 숙박·음식점업과 운수업 등 비수도권 고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피지컬AI는 생성형AI처럼 기반 기술의 혁신으로 성능이 급성장하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고용 감소를 피지컬AI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

 

◇지식서비스·반도체·AI 준비도 모두 수도권 우위

 

문제는 AI 충격을 활용할 역량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식서비스업 종사자의 수도권 비중은 71.9%,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74.4%에 달했다. 생산액을 기준으로 하면 수도권 비중은 각각 73.2%, 85.6%로 더 높았다.

 

AI 투자와 숙련노동은 서로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 전문인력이 많은 수도권에 AI 투자가 집중되면 생산성과 임금이 높아지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비수도권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동해 다시 인재 집중을 강화할 수 있다.

 

인적자본과 혁신 활동, 산업·인프라를 종합해 산출한 지역별 ‘AI 준비도’도 서울과 경기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충청권에서는 세종과 대전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상당수 비수도권 지역은 AI를 도입하고 산업 성과로 연결할 기반이 부족했다.

 

지역 대학에 대한 투자 격차도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서울대의 40% 수준에 그쳤다. 중앙정부 지원액은 서울대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민간 연구비를 반영한 산업체 연구수익도 서울대의 20% 미만이었다.

 

◇공장이 AI 연구개발 현장으로…위기를 기회로 바꿀 가능성

 

피지컬AI가 반드시 비수도권의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용 AI가 발전할수록 연구개발의 상당 부분이 연구실이 아닌 실제 공장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조 대기업은 기획과 연구 기능을 수도권에 두고 비수도권 공장에는 생산 기능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피지컬AI를 생산공정에 적용하려면 현장에 축적된 데이터와 작업자의 경험, 문서화되지 않은 지식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고객사의 공장에 상주하면서 현장의 지식을 AI 제품에 반영하는 ‘전방배치기술자(FDE)’를 사례로 제시했다. 이런 인력이 지역에서 늘어나면 비수도권 공장은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을 수행하는 지식서비스 거점으로 바뀔 수 있다.

 

AI가 비수도권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의료·교육·금융·문화 등 맞춤형 서비스는 전문인력 부족과 높은 비용 때문에 비수도권에서 공급이 제한돼 왔다. AI가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근로자의 생산성을 더 크게 높이는 ‘상향평준화 효과’를 낸다면 지역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지역의 주력 제조업과 연계된 연구개발·마케팅·법률·특허·컨설팅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지역 대학을 AI 연구·교육의 거점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 서비스업에 대한 AI 활용 교육과 기업의 혁신 역량을 고려한 선별 지원도 과제로 제시했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지방이 AI 생산기지에 머물면 격차는 더 커진다

 

피지컬AI는 비수도권에 양날의 검이다. 기존 생산방식만 유지한 채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 사람의 일자리는 줄고, 기술과 이익은 본사가 있는 수도권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지방에는 생산시설만 남고 고임금 연구개발·기획 인력은 수도권에 집중되는 기존 구조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공장을 AI 개발의 실험실로 전환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조 현장의 데이터와 숙련 노동자의 경험은 수도권 사무실에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지역의 자산이다. 이를 AI 모델과 공정 개선에 활용하고 지역 대학·스타트업·전문서비스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면 비수도권은 피지컬AI 시대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자동화 설비 보급 자체가 아니라 기술과 인력이 지역에 남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 기업이 생산한 데이터를 활용할 권한, 현장 노동자의 재교육, 지역 대학의 연구역량, 제조업과 전문서비스 기업을 연결하는 생태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모든 지역에 동일한 AI 산업을 나눠주는 방식도 한계가 있다. 울산은 자동차·조선, 충북은 반도체·바이오, 경북은 전자·소재처럼 기존 산업 기반과 축적된 현장 지식이 다르다. 지역별 주력 산업과 연결되지 않은 AI 지원은 일회성 교육이나 장비 보급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AI가 지역 격차를 확대할지는 기술 자체보다 정책과 산업 구조에 달렸다. 비수도권을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남겨둘 것인지, 현장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혁신 거점으로 키울 것인지가 지역 노동시장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