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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출은 뛰는데 소비는 멈춰…중국 경제에 짙어지는 ‘K자형 양극화’

▷상반기 집적회로 수출액 95.9% 급증했지만 물량은 6.1% 증가…가격 효과가 대부분
▷AI 기업·인재·부동산 수요는 베이징·상하이·선전에 집중…지역·산업 간 격차 확대
▷소매판매 증가율 1.3%에 그쳐…AI 호황이 소비와 고용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관건

입력 : 2026-08-05 11:02
AI 수출은 뛰는데 소비는 멈춰…중국 경제에 짙어지는 ‘K자형 양극화’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중국 경제가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지만, 그 과실은 일부 산업과 대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과 AI 투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소비와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부진하고, IT 직군과 전통산업 종사자의 임금 격차도 커지는 모습이다. AI가 중국 경제를 침체에서 끌어올리는 전면적인 성장동력이 아니라 지역·산업·계층별 격차를 확대하는 ‘K자형 성장’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간한 ‘중국 내 AI 확산, K자형 경제를 심화할 우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빅테크 규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민간소비와 투자의 동반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 가계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에 의존해 온 지방정부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정 여력이 약해지면서 내수 회복을 뒷받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2.9% 증가했던 중국의 소매판매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한 이후인 2022~2025년 연평균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증가율은 1.3%로 다시 낮아졌다.

 

◇ AI 수출 호황의 이면…수출액 95.9% 늘 때 물량은 6.1%

 

내수 부진을 일부 상쇄하는 것은 AI 호황에 따른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은 올해 중국의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연초 2% 초반에서 최근 최대 10% 수준으로 대폭 상향했다. 중국 정부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AI를 접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노무라는 AI 관련 자본지출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수출액만으로 AI의 성장 기여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집적회로(IC) 누적 수출액은 1773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9% 급증했다. 반면 수출물량 증가율은 6.1%에 그쳤다. 수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생산량 확대보다는 글로벌 반도체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의 순수입국이라는 점도 변수다. 대규모언어모델과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해외에서 조달하는 구조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수출액을 늘리는 동시에 수입 비용도 끌어올린다. AI 투자가 확대될수록 첨단 반도체 수입이 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하고 무역적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수출액 급증이 중국 내 생산량과 고용, 소득의 동일한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고서는 반도체 가격 효과와 수입 의존도를 고려하면 AI 관련 수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도가 시장의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집적회로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5.9% 급증했지만 수출물량 증가율은 6.1%에 그쳤다. AI 반도체 수출 호조의 상당 부분이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출처=국제금융센터·CEIC)  

 

◇ 베이징·상하이·선전으로 쏠리는 기업과 인재

 

AI 성장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균등하지 않다. 중국의 AI 기업과 데이터센터, 연구개발·제조시설은 관련 인프라와 정부 지원이 갖춰진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투자와 고소득 일자리가 몰리면 주변 중소도시의 우수 인력과 자본까지 대도시로 이동하는 ‘빨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대도시는 기업 투자와 소비, 세수가 늘어나는 반면 중소도시는 인구 유출과 소득 정체로 내수 기반이 더욱 약해지는 구조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러한 분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70개 도시의 기존주택 가격은 올해 6월까지 37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했다. 그러나 AI 산업이 집중된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에서는 올해 들어 기존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기존주택 거래량도 전년 동기 대비 베이징 5.7%, 상하이 13.0%, 선전 5.0% 증가했다. AI 산업에 종사하는 고소득 인력 유입과 기업 투자가 주거·업무용 부동산 수요를 뒷받침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AI 산업 기반이 부족한 중소도시는 인구와 자본의 유출로 부동산 수요가 더 약해질 수 있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해소되기보다 일부 대도시만 먼저 회복하는 또 다른 형태의 K자형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중국 70개 도시의 기존주택 가격이 37개월 연속 하락한 가운데 AI 산업이 집중된 베이징·상하이·선전에서는 올해 들어 가격과 거래량이 회복되는 차별화가 나타났다. (출처=국제금융센터·블룸버그)


◇ IT 임금은 치솟는데 전통산업·청년 고용은 흔들

 

산업과 노동시장 내 격차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AI 산업은 고숙련 IT 인력을 중심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건설업과 제조업, 도소매업 종사자가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

 

보고서에 수록된 업종별 평균임금 추이를 보면 IT 업종 임금은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AI 기술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수록 이 같은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AI 자동화로 기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단기 계약 중심의 긱 경제나 저숙련 서비스업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노동 공급이 늘어나면 해당 직종의 임금 상승이 제한되고 고숙련과 저숙련 노동자의 소득 격차는 더 확대된다.

 

청년 고용에도 반드시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AI 기업이 고숙련 인재를 채용하더라도 자동화를 도입한 일반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인다면 전체 청년 일자리는 늘지 않을 수 있다. AI에 적합한 소수 인재의 몸값은 오르지만 다수 청년의 취업문은 오히려 좁아지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IT 업종의 평균임금이 제조업·건설업·도소매업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AI 확산이 직종 간 소득 격차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시 비민간법인 취업자 기준. (출처=국제금융센터·CEIC)


◇ AI 생산성 높여도 소비 회복으로 이어져야

 

AI 확산은 생산비용을 낮추고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면 가계의 실질구매력도 개선될 수 있다. 새로운 기업과 고소득 일자리가 생기면서 소비와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AI 성장의 수혜 범위다. AI로 늘어난 수출과 기업이익이 고용과 임금, 가계소득을 통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으면 GDP와 체감경기의 간극은 더 벌어진다. 수출 지표는 호조를 보이지만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현재의 구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생산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가계가 소비할 여력과 의지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자산이 줄고 청년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AI 기업의 투자 증가만으로 소비심리를 되돌리기 어렵다.

 

◇ 중요한 것은 AI의 성장률보다 과실의 이동 경로

 

AI가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집적회로 수출액 95.9% 증가라는 숫자만 보고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물량 증가가 6.1%에 그친 데다 첨단 반도체 수입 의존도까지 높기 때문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가 창출한 부가가치가 어디로 이동하느냐다. 기업이익이 임금과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고, 대도시의 성장이 중소도시의 산업과 소비로 확산돼야 AI는 중국 경제 전체의 회복 동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수익이 소수 기업과 고숙련 노동자, 일부 대도시에 머문다면 AI는 기존의 내수 부진을 해결하기보다 양극화를 더 선명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AI 투자와 반도체 자립만큼 가계소득 확대와 사회안전망 강화, 청년의 직무 전환, 지역 간 산업 연계에 힘을 실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중국 경제를 판단할 때는 수출과 투자 증가율뿐 아니라 소매판매, 고용, 임금, 중소도시의 주택시장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AI가 만들어낸 성장의 숫자가 가계의 소비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K자형 경제의 고착 여부를 가를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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