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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에 먹고 즐기는 돈 줄였다…1인가구의 불안한 ‘머니 무브’ ②

▷1인가구 월세 비중 48.8%…전세 줄고 월세·자가는 증가
▷주거비 부담에 식비·여가비 축소…월세 거주자 10.7%는 연체 경험
▷예·적금 줄이고 주식·ETF 확대…대출 활용한 투자 경험도 34.0%

입력 : 2026-07-21 13:30
월세에 먹고 즐기는 돈 줄였다…1인가구의 불안한 ‘머니 무브’ ②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1인가구의 주거와 금융생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세 거주자는 줄고 월세 거주자는 늘면서 매달 고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주거비가 커졌다. 이에 따라 식비와 여가·쇼핑 등 일상적인 소비가 줄어드는 모습도 확인됐다.

 

한편에서는 예·적금 비중을 낮추고 국내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가상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머니 무브’가 진행되고 있다. 생활비를 줄이는 동시에 자산 증식을 위해 위험자산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문제는 일부 1인가구가 대출까지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과 자산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1인가구에게 주거비 상승과 부채를 동반한 투자가 겹치면 금융시장 변동이 곧 생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6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인가구의 연간 소득은 3423만원으로 전체 가구의 46.1% 수준에 그쳤다. 가구원 수를 고려한 균등화 소득 역시 전체 가구보다 낮았고, 순자산 규모는 전체 가구의 59% 수준이었다.

 

반면 주거비와 식비, 공과금 등을 혼자 부담해야 해 다인가구처럼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 어렵다. 소득과 자산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의 부담은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 전세 줄고 월세 48.8%…20대는 66.5%가 월세

 

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1인가구의 주거 형태는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26년 조사에서 1인가구의 주택 점유 형태는 월세가 48.8%로 가장 많았다. 자가는 23.8%, 전세는 23.4%, 기타는 4.1%였다.

 

2024년과 비교하면 전세 비중은 30.0%에서 23.4%로 6.6%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월세 비중은 45.1%에서 48.8%로 3.7%포인트, 자가 비중은 21.8%에서 23.8%로 2.0%포인트 증가했다. 전세가 월세와 자가로 나뉘어 이동한 셈이다.

 

연령별로는 20대의 월세 거주 비중이 66.5%에 달했다. 30대도 52.7%가 월세에 거주했다. 반면 50대는 자가 비중이 42.1%로 가장 높았다. 청년층일수록 월세에 집중되고 나이가 들수록 자가 거주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주거 형태에 따라 매달 사용할 수 있는 돈의 격차도 발생했다. 전체 월 지출에서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월세 거주자가 43.9%로 가장 높았고 자가 거주자는 36.1%로 가장 낮았다.

 

◇ 늘어난 월세·관리비, 식비와 여가비 밀어냈다

 

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1인가구는 월 소득의 39.3%를 생활비로 사용했다. 저축에는 31.5%, 대출 상환에는 12.6%를 지출했고, 남은 여유자금은 16.6%에 불과했다.

 

생활비의 세부 내역을 보면 주거비 부담이 뚜렷하게 커졌다. 생활비에서 월세·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22.7%에서 2026년 24.9%로 2.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식비 비중은 같은 기간 0.7%포인트, 여가활동·쇼핑 비중은 1.8%포인트 감소했다. 월세와 관리비 지출이 늘면서 먹고 즐기는 데 사용하는 돈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월세 거주자는 생활비의 34.4%를 월세·관리비로 지출했다. 자가 거주자의 15.3%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월세 거주자의 식비 비중은 30.0%, 여가활동·쇼핑은 12.9%로 자가나 전세 거주자보다 낮았다.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한 경험이 있는 거주자도 7.9%에서 10.7%로 늘었다. 월세 거주자 10명 중 1명꼴로 연체를 경험한 셈이다. 주거비 부담이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주거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의미다.

 

◇ 예금에서 주식으로…30·40대가 이끈 ‘머니 무브’

 

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1인가구의 금융자산 운용은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 방향으로 이동했다.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예·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36.2%에서 2026년 28.3%로 7.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국내외 주식·ETF 비중은 15.0%에서 21.1%로 6.1%포인트 상승했다. 가상자산 비중도 2.2%에서 3.5%로 늘었다.

 

금융회사별 자산 예치 비중에서도 시중은행은 45.6%에서 43.1%로 줄었지만 증권사는 22.6%에서 28.6%로 5.9%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30·40대에서 가장 뚜렷했다.

 

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실제 금융상품 보유율에서도 예·적금은 73.8%에서 63.9%로 9.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해외주식·ETF 보유율은 24.1%에서 34.4%로 10.3%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주식·ETF는 40.4%에서 45.7%, 가상자산은 17.2%에서 22.3%로 늘었다.

 

향후 투자 의향은 더욱 강했다. 앞으로 1년 안에 국내주식·ETF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3.5%에서 42.1%로 18.7%포인트 급증했다. 해외주식·ETF 가입 의향도 24.8%에서 37.8%로 13.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정기예금·적금 가입 의향은 42.7%에서 32.8%로 9.9%포인트 줄었다. 이미 나타난 변화보다 앞으로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 대출받아 금융상품 투자…현재 이용자 15.5%

 

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더 큰 문제는 투자에 부채를 활용하는 1인가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1인가구의 대출 보유율은 56.3%로 2024년 54.9%보다 소폭 상승했다. 대출 보유자 가운데 대출을 받아 금융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8.8%에서 34.0%로 5.2%포인트 증가했다.

 

현재도 대출로 마련한 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는 응답은 11.3%에서 15.5%로 늘었다. 대출을 활용한 평균 투자금액은 약 3000만원이었다. 투자 대상은 국내주식·ETF가 가장 많았고 가상자산과 해외주식·ETF가 뒤를 이었다.

 

성별 차이도 컸다. 대출을 활용한 투자 경험은 남성이 42.4%로 여성 21.7%의 약 두 배였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험률은 49.6%에 달했다.

 

상승장에서는 대출을 활용한 투자가 자산 형성의 지름길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 손실과 원리금 상환 부담을 동시에 떠안아야 한다. 생활비와 주거비를 혼자 부담하는 1인가구는 가족 내에서 손실을 분산하기도 어렵다.

 

◇ 같은 1인가구라도 자산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지

 

적극적인 투자 확대가 모든 1인가구에게 동일한 자산 형성 기회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많은 1인가구일수록 여유자금을 펀드와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았다. 금융자산 3억원 이상 보유자의 51.2%는 여유자금을 펀드·주식 투자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금융자산 5000만원 미만 집단에서는 해당 비중이 30.2%에 그쳤다. 자산이 적은 집단은 여유자금이 생겼을 때 그동안 미뤄둔 소비에 사용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자산이 있는 사람에게 여유자금은 추가 투자로 이어지지만, 자산이 부족한 사람에게 여유자금은 그동안 줄여왔던 생활을 회복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같은 1인가구 안에서도 출발점에 따라 자산을 늘릴 기회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투자를 권하기 전에 실패해도 버틸 기반부터 마련해야

 

예·적금을 줄이고 주식과 ETF를 늘리는 현상을 단순히 1인가구의 적극적인 재테크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 배경에는 저축만으로 집을 마련하거나 노후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가 늘어 식비와 여가비를 줄이고, 그렇게 확보한 돈과 대출까지 투자에 투입하는 구조는 안정적인 자산 형성과 거리가 멀다. 자산가격이 계속 오를 때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시장이 하락하면 주거·부채·투자 위험이 동시에 현실화할 수 있다.

 

특히 월세를 연체할 정도로 주거비 부담이 커진 집단과 대출을 활용해 투자하는 집단을 하나의 ‘머니 무브’로 묶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는 투자가 여유자금의 운용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현재의 소득만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선택일 수 있다.

 

1인가구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려면 투자상품을 추천하는 데 앞서 월세 부담을 낮추고 비상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부터 만들어야 한다. 소득과 부채, 주거 형태를 반영한 맞춤형 재무상담과 부채 관리도 필요하다. 실패해도 삶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안전망이 없으면 적극적인 투자는 자산 형성의 기회보다 또 다른 취약성이 될 수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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