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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53% 뛰었지만 고용은 꺾였다…‘회복’보다 커진 민생 경고음

▷반도체·컴퓨터·선박 수출 호조에도 생산·소비·투자 동반 감소
▷물가 3.1%, 취업자 4만명 감소…정부도 ‘고용 둔화’ 우려 공식화

입력 : 2026-06-12 10:19
수출 53% 뛰었지만 고용은 꺾였다…‘회복’보다 커진 민생 경고음 사진=연합뉴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한국경제가 겉으로는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안쪽에서는 민생 부담을 키우는 균열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와 컴퓨터, 선박을 중심으로 수출은 큰 폭으로 늘었고 소비자심리와 기업심리도 개선됐다. 그러나 4월 산업활동에서는 전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모두 줄었다. 5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섰고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수출이 경제지표의 윗단을 끌어올리는 사이, 고용과 물가가 가계 체감경기를 누르는 흐름이 뚜렷해진 셈이다.

 

재정경제부가 12일 발표한 ‘2026년 6월 최근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0.7%, 서비스업 생산은 1.0%, 건설업 생산은 1.4% 각각 줄었다. 지출 측면에서도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각각 3.6% 감소했다. 민간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흔들린 것이다. 다만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42억8000만달러로 60.7% 늘었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컴퓨터·선박 수출 확대가 전체 수출을 밀어올렸다.

 

문제는 수출 호조가 아직 내수와 고용 전반으로 충분히 번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수출 호조, 소비·기업심리 개선 등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동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고용 둔화 등 민생 부담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기존에 쓰던 ‘경기 하방 위험’이라는 표현 대신 ‘불확실성’을 전면에 둔 것도 눈에 띈다. 브리핑에서 재정경제부는 중동전쟁 장기화 가능성은 여전히 하방 위험으로 남아 있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 등 상방 요인도 함께 반영해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고용 지표는 이번 경제동향에서 가장 민감한 대목이다. 5월 취업자는 2916만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줄었다. 고용률은 63.3%로 전년 동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실업자는 87만8000명으로 2만5000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2.9%로 0.1%포인트 올랐다. 재정경제부는 브리핑에서 취업자 수 감소가 2024년 12월 이후 17개월 만이라고 정정 설명했다. 경기 회복 국면이라는 정부의 큰 판단과 달리, 일자리 시장에서는 이미 둔화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고용의 질적 부담은 더 선명하다. 서비스업 취업자는 24만8000명 늘었지만 제조업은 14만명 감소했고 건설업도 4만3000명 줄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17만1000명 증가한 반면 15~29세 청년층은 25만5000명 감소했다. 40대 취업자도 4만3000명 줄었다. 고령층 일자리가 전체 고용 감소 폭을 일부 완충했지만, 청년층과 제조업·건설업의 부진은 노동시장 체감도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특히 제조업 고용 감소는 수출 호조와 맞물려 더 주목된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확대가 생산성과 매출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단기간에 폭넓은 고용 증가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물가도 민생 부담을 키우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4월 2.6%에서 한 달 만에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석유류 물가는 중동전쟁 영향과 기저효과 등으로 24.2% 올랐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농산물 하락 폭 축소와 축·수산물 상승 영향으로 2.2%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개인서비스 물가 역시 여행서비스 상승 등의 영향으로 3.7%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3.3% 올랐다. 가계가 실제 장바구니와 이동비, 외식·서비스 비용에서 느끼는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환율도 변수다. 5월 금융시장에서는 주가와 국고채 금리, 원·달러 환율이 모두 상승했다. 주가는 반도체 경기 호황과 기업실적 개선 전망을 반영했지만, 국고채 금리는 국내외 인플레이션 우려로 올랐다.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는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와 내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재정경제부도 브리핑에서 과거보다 수출에 미치는 환율 효과는 축소되고 있으며, 최근 수출 호조를 높은 환율 효과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신 높은 환율과 유가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물가 대응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수 지표는 회복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6% 증가했지만 4월 소매판매는 내구재와 비내구재 판매가 줄며 3.6%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1분기에는 6.6% 증가했으나 4월 설비투자지수는 운송장비 감소 영향으로 3.6% 줄었다. 건설투자 역시 1분기에는 1.4% 증가했지만 4월 건설기성은 건축공사와 토목공사가 모두 줄어 1.4% 감소했다. 소비자심리지수 상승과 기업심리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지출과 투자 집행은 아직 고르지 않다.

 

부동산 시장도 민생 변수로 남아 있다. 4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16%, 전세가격은 0.31% 상승했다. 매매가격 상승률은 3월 0.15%에서 소폭 확대됐고 전세가격 상승률도 3월 0.28%에서 높아졌다.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고용이 둔화되고 물가가 상승하면 가계의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경기 회복의 숫자와 생활 현장의 부담이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정부는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를 위해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의 신속 집행, 주요 품목 수급관리, 물가 안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경제동향이 보여주는 핵심은 단순한 경기 부양보다 회복의 전달 경로를 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출이 늘어도 고용이 줄고, 심리가 개선돼도 소비가 꺾이며, 주가가 오르는 와중에 금리와 환율, 생활물가가 함께 오르면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회복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결국 6월 경제동향의 메시지는 ‘회복은 이어지고 있지만 안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는 분명한 버팀목이다. 다만 수출 의존 회복이 청년 일자리와 자영업 매출, 가계 구매력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경기 회복의 온도차는 더 커질 수 있다. 앞으로의 정책 대응은 수출 실적을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유가·환율 충격을 생활물가로 번지지 않게 막고,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 부진, 청년층 일자리 감소, 소상공인 체감경기 악화를 동시에 들여다보는 정밀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경제동향은 한국경제가 숫자로는 회복 국면에 있지만, 민생 현장에서는 여전히 방어가 필요한 구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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