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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문 여니 온라인 소비가 움직여…KDI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검토해야”

▷대구·서울·부산 평일 전환 지역서 대형마트 매출 2.8~7.9% 증가
▷전통시장 매출 감소는 뚜렷하지 않아…일부 온라인 소비가 오프라인으로 이동
▷KDI “유통정책 판단 기준에 소비자 선택권·시간비용 반영해야”

입력 : 2026-05-21 12:16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맞벌이 부부와 자녀가 있는 가구에게 장보기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평일 저녁에는 퇴근과 식사 준비, 돌봄, 학원 이동이 겹치고, 가족 단위로 대형마트를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로 몰리기 쉽다. 그런데 일요일마다 대형마트 문이 닫히면 선택지는 달라진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건만 사거나, 온라인 장보기 앱을 켜는 방식으로 소비가 이동한다.

 

대구가 2023년 2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꾼 이후 나타난 변화는 이 지점을 보여준다. KDI 분석에 따르면 평일 전환 이후 대구 지역 대형마트 매출은 4.66% 증가했고, 온라인 결제금액은 전체적으로 2.89% 감소했다. 특히 20대와 30대, 40대에서 온라인 소비 감소가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주말에 닫혀 있던 대형마트가 다시 열리자, 일부 소비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KDI가 21일 발표한 KDI FOCUS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논의를 전통시장 보호와 대형마트 규제의 구도에서 한 걸음 더 넓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에 대해 월 2회 주말 휴업을 지정하는 규제다. 당시 정책 설계의 핵심 전제는 대형마트가 쉬면 소비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유통시장의 중심축은 크게 달라졌다. 온라인 플랫폼 소비가 급성장했고, 편의점과 SSM은 생활권 소비를 흡수했다. 대형마트는 더 이상 ‘유통 공룡’으로만 보기 어려운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KDI는 이런 변화 속에서 “오프라인 점포 간 대체관계를 전제로 운영돼 온 주말 중심 의무휴업일 제도가 최근 유통환경과 지역별 여건에 맞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통 업태별 매출액 추이. KDI는 대형마트 매출이 2014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된 반면, 전자상거래 소매업은 2006년 3.8조원에서 2023년 96.3조원으로 확대되며 유통시장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자료=KDI)

 

◇ 대형마트 규제의 전제가 흔들렸다…유통 중심축은 온라인으로

 

KDI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2006년 26조4천억원에서 2014년 39조5천억원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감소세로 전환돼 2023년에는 28조3천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사업체 수도 2012년까지 늘어난 뒤 증가세가 둔화됐고 최근에는 감소 흐름으로 바뀌었다. KDI는 이를 두고 “대형마트가 점포 확장 중심의 성장 단계에서 벗어나 구조적 조정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온라인 유통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무점포 소매업 매출은 2006년 3조8천억원에서 2023년 96조3천억원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전체 유통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를 넘어섰다. 이진국 KDI 선임연구위원은 브리핑에서 “과거에는 대형마트를 ‘유통 공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해 보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유통시장의 중심은 대형마트가 아니라 온라인이라고 표현해도 크게 과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편의점도 빠르게 성장했다. 편의점 매출액은 2006년 4조7천억원에서 2023년 34조8천억원으로 확대됐고, 사업체 수는 같은 기간 약 5.8배 증가했다. 1인 가구 증가, 소량·근거리 소비 확대, 자체브랜드 상품 강화, 24시간 영업 모델이 맞물린 결과다. 결국 의무휴업일 제도가 처음 설계됐던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이라는 단순한 구도는 더 이상 현재 유통시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최근 일부 지자체의 평일 전환은 이런 변화 속에서 나온 정책 실험이다. 2023년 2월 대구가 관내 전 구·군의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일괄 변경했고, 이후 청주,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부산 일부 자치구, 경기 의정부시 등으로 확산됐다. 2025년 2월 기준 평일 전환에 참여한 시군구는 30곳, 해당 지역 대형마트는 67개, SSM은 245개로 늘었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참여 시군구 및 점포 수 누적 추이. 2023년 2월 대구를 시작으로 평일 전환 지역은 2025년 2월 기준 30개 시군구, 대형마트 67개, SSM 245개로 확대됐다. (자료=KD)I

 

◇ 평일 전환 뒤 대형마트 매출 늘었지만, 전통시장 감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KDI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의무휴업일 조정 현황을 전수로 구축하고, 2015년부터 2024년까지의 월별 신한카드 결제자료와 연계해 평일 전환 효과를 분석했다. 지자체별 전환 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해, 전환 지역과 아직 전환하지 않은 지역의 변화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평일 전환 이후 대형마트 매출은 대구에서 4.66%, 서울 서초·동대문에서 2.77%, 부산 사하·강서·동·수영에서 6.22%, 부산 동래에서 7.90% 증가했다. 주말 장보기 제약이 완화되면서 대형마트 이용이 회복된 것으로 해석된다.

 

SSM도 대체로 증가했다. 대구에서는 3.36%, 서울 서초·동대문에서는 0.91%, 부산 동래에서는 4.05% 늘었다. 다만 부산 사하·강서·동·수영에서는 1.29% 감소했다. KDI는 대형마트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평일 전환으로 일부 수요가 대형마트에 다시 집중되면서 SSM 매출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편의점은 서울에서만 약 3.97% 감소했다. 이 연구위원은 브리핑에서 서울은 인구밀도가 높고 근거리 소비가 발달해 있어,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쉬는 동안 편의점으로 이동했던 수요가 평일 전환 이후 다시 대형마트로 회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다. KDI 분석에서 생활·식품·잡화, 농축수산·전통유통 업태는 대부분 지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매출 감소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 서초·동대문에서는 농축수산·전통유통 매출이 12.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구에는 경동시장, 서울약령시장, 청량리종합시장 등 전통시장이 밀집해 있다. 대형마트 방문객 증가가 인접 상권과 전통시장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의 업태별 매출 효과. KDI 분석 결과 대형마트 매출은 대구·서울·부산 주요 지역에서 2.77~7.90% 증가했지만, 농축수산·전통유통 등 전통시장 관련 업태의 매출 감소는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KDI)

 

이는 기존 논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결과다. 그동안 의무휴업일 논의는 대형마트 영업일이 늘어나면 전통시장 매출이 줄어든다는 전제를 깔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KDI 분석은 적어도 평일 전환이라는 제한적 조정에서는 대형마트 매출 증가가 전통시장 매출 감소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연구위원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일부 영역에서는 경쟁하지만 일정 부분 독립적인 유통채널로 기능하는 상황에서는 대형마트 매출 증가가 따로 전통시장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은 신선식품 중심의 소량·빈번 구매, 대면 거래, 지역 기반 소비라는 특성이 있고, 대형마트는 대량 장보기와 가공식품·생활용품 계획구매에 강점을 갖는다. 소비자의 목적과 이용 방식이 이미 분화됐다는 뜻이다.

 

◇ 소비는 전통시장에서 빠진 게 아니라 온라인에서 돌아왔다

 

그렇다면 대형마트 매출 증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KDI는 추가 분석을 통해 온라인 소비 변화를 살폈다. 분석 대상은 평일 전환이 가장 먼저 이뤄져 충분한 관측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대구였다.

 

결과적으로 대구의 온라인 결제금액은 평일 전환 이후 전체적으로 2.89%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72%, 30대가 2.57%, 40대가 3.48% 줄었다. 50대와 60대에서는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평일 전환의 효과가 단순히 오프라인 업태 내부에서의 매출 재배분이 아니라, 온라인에 머물던 소비 일부가 오프라인으로 이동한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40대에서 감소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난 점은 맞벌이·유자녀 가구의 주말 장보기 수요와 연결된다. 이들은 평일 대형마트 이용이 어려운 대신 주말 장보기 의존도가 높은 층이다. 주말 영업 제약이 풀리자 온라인 장보기 일부가 다시 오프라인 대형마트 방문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평일 전환 전후 온라인 결제금액의 연령대별 변화. KDI는 대구 지역에서 평일 전환 이후 20대·30대·40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결제금액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자료=KDI)

흥미로운 점은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KDI는 평일 전환 이후 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온라인 소비 감소가 점진적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제도 변화를 인지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편익을 비교하며, 실제 구매 습관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해석이다.

 

이 대목은 의무휴업일 논의를 단순한 찬반 구도로 다루기 어렵게 만든다. 의무휴업일이 주말에 유지되면 대형마트 소비가 전통시장으로 옮겨간다는 정책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소비도 적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평일 전환은 대형마트만의 이익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빠져나간 소비를 지역 오프라인 상권으로 되돌리는 경로가 될 수 있다.

 

물론 KDI도 모든 지역에서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온라인 소비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았거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 대체관계가 강한 지역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평일 전환은 전국 일괄 해법이 아니라 지역별 유통구조와 소비 행태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 유통정책 기준, ‘상권 보호’에서 ‘소비자 영향’까지 넓혀야

 

KDI가 제시한 정책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방자치단체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지역 여건과 상권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말 소비 집중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평일 전환에 따른 소비자 편의 확대와 매출 회복 효과가 클 수 있고, 온라인 의존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규제 완화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소비 이동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유통규제 운영에 소비자 영향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소비자 보호와 소비자 편익 증진을 주요 목적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의무휴업일 제도 논의에서는 소비자 선택권, 시간비용, 접근성, 가격 영향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브리핑에서 “오늘날과 같이 한 번의 클릭으로 구매가 이루어지는 유통환경에서는 오프라인 점포에 제약을 가했을 때 의도한 전통시장보다 온라인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 영향평가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KDI 분석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없애자는 단순한 규제 완화론과는 결이 다르다. 핵심은 2012년의 유통환경에 맞춰 설계된 제도가 2026년의 소비 현실에도 맞는지를 따져보자는 데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만을 놓고 보면 갈등 구도가 선명하지만, 실제 소비자는 대형마트, 편의점, SSM, 전통시장, 온라인 플랫폼 사이를 오가며 선택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유통정책은 ‘대형마트를 누르면 전통시장이 산다’는 단선적 접근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소비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사고, 어떤 시간 제약을 갖고 있으며, 규제 효과가 어느 채널로 흘러가는지를 봐야 한다. 전통시장 보호 역시 대형마트 영업 제한만으로 접근하기보다, 대형마트의 집객력을 전통시장과 연결하는 공동 할인행사, 지역상품 연계 마케팅, 지역 특산물 입점, 배송 협력 등 상생 설계와 함께 가야 한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단순히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이 유통시장의 중심이 된 상황에서 소비자를 다시 지역 오프라인 상권으로 불러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소비가 대형마트 안에만 머물지 않고 주변 상권과 전통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묻는 정책 실험이다. KDI 보고서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유통정책도 이제 소비자가 실제로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다시 설계돼야 한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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