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제도의 역설…소액주주 보호는 왜 작동하지 않나
▷김광중 변호사 “감사의견 미달·주식병합·현금교부형 주식교환 맞물리며 피해 반복”
▷재상장 제한·배상책임 명문화·공정가액 심리 강화 등 5대 개선 과제 제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상법 개정 이후 남은 주주 보호의 과제' 토론회(사진=위즤경제)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기업 부실을 걸러내기 위한 상장폐지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일부에서는 소액주주 축출의 통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법 개정 이후 남은 주주 보호의 과제’ 토론회에서 감사의견 미달, 주식병합,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 등 여러 절차가 맞물리면서 소액주주 보호의 빈틈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상장 기업이 소액주주를 몰아내고 상장폐지를 하려고 할 때 공개매수라는 방법이 있다"면서 "공개매수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가 이뤄지면 정리매매를 거치며 주가가 떨어지고 이후 장외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서 손익을 따져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이후 공시의무 부담이 줄고 상장 유지 비용도 절감되는데, 불이익으로 꼽히는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제한은 현금성 자산이 많은 회사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대주주 입장에서도 회사 지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고, 상장폐지 이후 염가 매수나 회사에 쌓인 자산의 배당 독식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분을 100% 확보하면 향후 회사를 매각하기에도 더 수월해지고, 다수의 소액주주가 남아 있는 것보다 자기 회사인 상태로 있는 게 더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시장을 통한 매각이 어렵다는 점이 불이익이 될 수는 있지만, 회사를 통째로 매각할 수 있다면 큰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소액주주에게는 불이익이 집중된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엄청난 불이익이 발생하는데, 이익은 하나도 없고 주주권 행사에도 차질이 생긴다"며 "여기에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기회가 시장에서 상실되고 비상장 주식이 되면 세금도 더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의 이점보다 상장폐지를 통해 소액주주를 축출했을 때 얻는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며 "이런 점들이 고의적 상장폐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의 허점도 짚었다.
김 변호사는 "대주주가 상장폐지를 시도한다고 할 때 어떠한 사유를 이용할지를 생각해봤다"며 "크게 사업보고서 등 정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감사의견 미달을 유도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보고서 미제출은 제출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외부감사인에 대한 자료 제출 문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거나 방해했을 때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면서 "이 때문에 사측에서는 외부감사인이 무리한 자료를 요구했다든지 등의 자료 제출을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식으로 해명이 가능해지고 기소나 유죄 판결을 받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같은 구조를 통해 형사처벌 없이 상장폐지가 가능한 것이며, 사업 보고서 미제출의 경우에도 과징금, 과태료, 손해배상 책임 정도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실제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봤다.
그는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회사가 외부감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상장폐지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주가 하락이 발생했다는 사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한다"면서도 "다만, 현재 법원은 이런 손해를 간접손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접손해는 기본적으로 회사 재산이 감소하고, 그 결과 주주들이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구조를 뜻한다"며 "법원은 상장폐지로 인한 주가 하락 역시 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어, 결과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폐지 이후에도 소액주주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김 변호사는 "기업이 고의적인 상장폐지를 유도했을 때, 그 다음 수순은 남아 있는 소액주주들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식매도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지배주주가 95%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주주총회 승인, 매매가 협의, 협의 불성립 시 법원의 가격 결정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 같은 우회 수단이 활용될 수 있다"며 "이는 A회사가 B회사를 자회사로 만들려고 할 때 B회사 주주들에게 A회사 주식을 주고 대신 B회사 주식을 넘겨받는 방식이지만, 2015년 상법 개정 이후에는 주식 대신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시가인데, 상장폐지 이후 정리매매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했다면 그 정리매매 가격이 사실상 시가처럼 작동하게 된다"며 "이 경우 복잡한 과정 없이도 낮아진 가격 그대로 현금을 주고 소액주주를 모두 내보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주식병합도 소액주주를 정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더 쉬운 방법은 주식병합”이라며 “발행주식 총수가 1만 주인 회사에서 대주주가 보유한 7000주를 1주로 병합하는 식으로 7000대1 주식병합이 이뤄질 경우,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소액주주 지분은 단주 처리되고 만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1만대1 수준의 주식병합 사례도 봤는데, 우리 법에서는 10만 대 1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감사의견 미달로 상장폐지가 이뤄질 경우 회사와 임원의 배상책임을 명문화하고, 감사의견 미달 등을 거쳐 소액주주를 축출한 기업의 재상장을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소액주주 축출 수단을 지배주주의 주식매도청구권 제도로 일원화하고,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이나 주식병합 등 우회수단에 대해서는 절차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단주 처리 과정에서 법원이 공정가액을 실질적으로 심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소수주주의 매수청구권도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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