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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범죄 X-파일] “엄마, 신용카드 사진 좀”…가족 사칭해 카드정보 털어가는 메신저 피싱

입력 : 2026-03-27 14:00
[금융범죄 X-파일] “엄마, 신용카드 사진 좀”…가족 사칭해 카드정보 털어가는 메신저 피싱 생성형 A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금융범죄 X-파일]은 베일에 싸인 최신 금융범죄 수법과 그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는 코너입니다. 보이스피싱부터 각종 사기 범죄까지, 꼭 알아야 할 구조와 예방법을 알기 쉽게 짚어드립니다. (편집자주)

 

메신저 피싱은 단순히 돈을 송금하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가족을 사칭해 신용카드 정보와 신분증 사진, 카드 비밀번호까지 빼낸 뒤 이를 곧바로 범죄에 활용하는 수법도 반복되고 있다. 겉으로는 자녀가 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카드 정보를 통째로 털어 모바일 상품권을 사고 현금화하는 범죄다.

 

이번 유형의 특징은 대포통장을 앞세워 송금을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피해자 스스로 카드 정보를 넘기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기범은 부모의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가족 간 신뢰와 긴박한 상황을 동시에 이용한다.

 

◇“휴대폰 액정 깨졌다”…가족 사칭해 카드 정보 요구

 

사기범은 자녀를 사칭해 “지금 너무 바쁘다”, “휴대폰 액정이 깨져 수리를 맡겼다”, “지금은 컴퓨터로 문자하고 있다”고 접근한다. 이어 “급하게 뭔가를 사야 한다”며 신용카드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 요구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부탁처럼 보이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요구 수위는 높아진다. “상품권을 사야 한다”, “10만 원어치면 된다”, “수리 끝나면 바로 돈을 보내드리겠다”는 식으로 안심시킨 뒤, 결국 신용카드 앞뒷면 사진은 물론 신분증 사진과 카드 비밀번호까지 요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실제 가족 간 대화처럼 보이도록 치밀하게 설계된다는 점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다급한 상황에 놓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조심해서 다녀라”라고 답할 정도로 의심을 풀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 피해는 단순한 소액 결제를 넘어 카드 부정 사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빼낸 정보로 모바일 상품권 구매…피해는 10만 원에서 끝나지 않아

 

이 수법의 핵심은 탈취한 카드 정보로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하는 데 있다. 사기범은 자녀를 사칭해 부모에게 카드 정보를 받아낸 뒤, 해당 정보로 상품권을 결제한다. 이후 확보한 상품권 번호를 현금화하면서 범죄 수익을 챙긴다.

 

피해 금액도 처음 언급한 액수에 그치지 않는다. 겉으로는 “10만 원만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피해는 카드사 정책과 한도에 따라 3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이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카드 정보와 신분증 정보, 비밀번호까지 함께 넘어간 만큼 추가 피해 위험도 커진다.

 

특히 모바일 상품권은 상품권 번호만 있으면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피해 회복이 매우 어렵다. 이미 사용된 상품권은 환불이 거의 불가능해, 한 번 결제가 이뤄지면 금전적 손실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 대포통장 없이도 사기가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신저만 믿지 말아야…가족끼리 ‘암호’ 정해두는 것도 방법

 

예방의 핵심은 단순하다. 가족을 사칭한 메시지를 받았더라도 문자나 메신저만 믿고 카드 정보나 개인정보를 보내선 안 된다. 반드시 직접 통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처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특히 “휴대폰이 고장 났다”, “지금 바빠서 통화가 어렵다”, “급하게 카드 사진이 필요하다”는 식의 요청은 우선 의심할 필요가 있다. 금전이나 개인정보가 오가는 상황에서 통화 확인 없이 대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가족 간에 미리 간단한 암호를 정해두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평소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가족만 아는 질문과 답을 정해두고, 돈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이를 확인한 뒤 응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암호를 대세요”라는 질문에 미리 정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응하지 않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신저 피싱은 낯선 번호보다 익숙한 가족의 이름으로 들어올 때 더 위험하다. “엄마, 신용카드 사진 좀”, “신분증도 같이 찍어줘”, “비밀번호 알려줘”라는 말은 급한 부탁이 아니라 범죄의 시작일 수 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경계를 풀기보다,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먼저 두는 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본 기사는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의 저서 『범죄의 심리학』을 참고해 작성됐습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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