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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범죄 X-파일] “지금 회의 중이야”…긴급 상황 꾸며 돈 뜯는 메신저 피싱

입력 : 2026-03-24 13:30
[금융범죄 X-파일] “지금 회의 중이야”…긴급 상황 꾸며 돈 뜯는 메신저 피싱 생성형 A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금융범죄 X-파일]은 베일에 싸인 최신 금융범죄 수법과 그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는 코너입니다. 보이스피싱부터 각종 사기 범죄까지, 꼭 알아야 할 구조와 예방법을 알기 쉽게 짚어드립니다. (편집자주)

 

금융사기는 낯선 사람의 전화 한 통으로만 이뤄지는 범죄가 아니다. 최근에는 휴대폰 해킹과 메신저 사칭을 결합해 가족이나 지인, 회사 동료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적지 않다. 상대의 신뢰를 이용해 급한 상황을 연출하고, 통화를 피한 채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이다.

 

이번에 살펴볼 유형은 ‘메신저 피싱’이다. 겉으로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급히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악성코드 감염과 통신 가로채기, 대포통장 사용이 맞물린 범죄다.


◇휴대폰 감염 뒤 지인에게 접근…“급하니 먼저 보내 달라”

 

메신저 피싱은 스마트폰이 악성코드에 감염되고 각종 권한이 허용되면서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사기범은 전화 수·발신을 가로채거나 문자 내용을 감시하고, 문자와 메신저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상태에 접근하게 된다.

 

이후 휴대폰에 저장된 가족, 지인, 회사 동료를 상대로 긴급한 상황을 꾸며 돈을 요구한다. 예컨대 “지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데 OTP 카드를 집에 두고 와서 뱅킹을 못 하고 있다”, “오늘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바로 돌려주겠다”는 식이다.

 

문제는 상대가 의심해 “통화 가능하냐”고 묻는 순간 드러난다. 사기범은 이때 “지금 회의 중이라 전화받을 상황이 아니다”, “점심때 전화하겠다”며 통화를 피한다.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서도 정작 가장 확실한 본인 확인 수단인 통화는 피하는 것이다.

 

◇통화 피하고 타인 명의 계좌 보내면 의심해야

 

메신저 피싱의 핵심은 피해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데 있다. 급한 사정을 내세워 서둘러 송금하게 만들고, 통화는 피하면서 의심을 최소화한다. 이어 미리 준비한 타인 명의 계좌를 보내 입금을 유도한다.

 

사기범은 “일단 내가 보내는 계좌로 송금 좀 부탁해”라고 말한 뒤 준비된 계좌번호를 전달한다. 피해자는 이를 믿고 돈을 보내지만, 이후 연락이 닿지 않으면 그제야 사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런 유형은 휴대폰이 해킹된 사람의 평판과 신뢰도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평소 약속을 잘 지키고 금전 거래에서도 신용이 높았던 사람일수록 주변에서는 “설마”라는 생각으로 쉽게 송금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방의 핵심은 단순하다…반드시 직접 통화로 확인

 

예방 방법은 분명하다. 아무리 신뢰가 깊고 평소 금전 거래에서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돈을 보내기 전에는 반드시 통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사기범들은 대체로 “회의 중”, “미팅 중”, “지금은 통화가 어렵다”는 식으로 바쁜 상황을 만들어 통화를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돈을 빌릴 만큼 급한 상황이라면 통화를 피할 이유가 크지 않다. 따라서 통화를 계속 회피한다면 우선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계좌 명의 확인도 중요하다. 돈을 빌려 달라는 사람이 보낸 계좌가 본인 명의가 아니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금전을 빌려줄 때는 반드시 통화로 본인 확인을 한 뒤, 빌려 달라고 한 사람의 본인 명의 계좌로만 송금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메신저 피싱은 첨단 기술 범죄처럼 보이지만, 결국 피해를 키우는 건 사람 사이의 신뢰다. “급하다”, “지금은 통화가 어렵다”, “이 계좌로 먼저 보내 달라”는 말이 함께 나온다면, 그 메시지는 부탁이 아니라 범죄의 신호일 수 있다.

 

본 기사는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의 저서 『범죄의 심리학』을 참고해 작성됐습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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