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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다트] 한미약품, 1.9조 기술수출에도 주가 키워드는 ‘릴리·임상·추가 L/O’

▷일라이 릴리에 소네페글루타이드 기술이전…총 1조9000억원 규모
▷월 1회 GLP-2 단장증후군 치료제로 차별화…희귀질환 시장성 재조명
▷임상 2상 이후 개발 리스크 남아…추가 기술이전과 R&D 성과가 관건

입력 : 2026-06-02 10:02
[증시다트] 한미약품, 1.9조 기술수출에도 주가 키워드는 ‘릴리·임상·추가 L/O’ 한미약품 전경. 사진=한미약품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한미약품이 일라이 릴리와 1조9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약바이오 투자심리의 핵심 변수가 다시 ‘연구개발 성과’로 이동하고 있다. 단기 실적보다 신약 후보물질의 상업화 가능성과 추가 기술이전 여부가 주가를 움직이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5월 31일 일라이 릴리와 GLP-2 유사체 신약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7500만 달러, 약 1129억원을 포함해 최대 12억6000만 달러, 약 1조9000억원이다. 경상기술료는 별도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단장증후군에 따른 장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인 월 1회 제형 후보물질이다. 단장증후군은 소장의 상당 부분이 소실돼 영양분 흡수에 장애가 생기는 희귀질환이다. 현재 대표 치료제는 다케다의 개텍스로, 하루 한 차례 피하주사 방식이다. 한미약품은 자체 플랫폼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투약 주기를 월 1회로 늘리는 방식을 내세웠다.

 

◇6년 만의 빅파마 계약…한미약품 R&D 신뢰 회복

 

이번 계약은 한미약품이 2020년 머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뒤 6년 만에 성사시킨 빅파마향 대형 계약이다. 키움증권은 이번 계약이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경영권 분쟁과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겪은 한미약품이 다시 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 경쟁력을 입증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계약 발표 뒤 한미약품 주가는 6월 1일 10% 올랐고 시가총액은 약 6149억원 증가했다.

 

증권가의 시선도 빠르게 움직였다. 키움증권은소네페글루타이드 신약 가치를 새로 반영해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66만원으로 올렸다. DS투자증권은 목표주가 68만원을 유지하면서 소네페글루타이드 가치 재산정과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근육보존제 HM17321 등 후속 파이프라인을 함께 주목했다.

 

◇하루 한 번에서 월 한 번으로…희귀질환 시장성 부각

 

소네페글루타이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장 규모보다 투약 편의성에 있다. 단장증후군은 환자 수가 많지 않지만, 치료가 시작되면 장기간 투여가 이어지는 질환이다. DS투자증권은 2025년 기준 개텍스 매출을 9억3600만 달러, 약 1조4161억원으로 제시하며 희귀질환 치료제라도 지속 투여 특성이 수익성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도 월 1회 제형이 상업적 차별화의 핵심이라고 봤다. 기존 승인 약물이 있는 GLP-2 계열인 만큼 표적 자체의 검증 가능성이 있고, 매일 맞아야 하는 치료제를 월 1회로 줄일 경우 환자 편의성과 시장 침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릴리가 염증성 장질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온 점도 이번 계약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계약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임상 통과

 

다만 이번 계약만으로 기업가치 재평가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아직 임상 2상 단계다. 키움증권은 미국 임상에서 18명 등록을 목표로 진행 중이며 2027년 말 종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총 계약 규모 1조9000억원 가운데 선급금을 제외한 금액은 임상, 허가, 판매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이다.

 

이는 투자자에게 분명한 경고를 준다. 기술수출 공시는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실제 현금 유입과 기업가치 증가는 임상 성공과 상업화 진전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한미약품 입장에서는 릴리 계약 이후 환자 등록, 임상 종료, 후속 개발 일정, 마일스톤 수령 가능성을 시장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반등의 조건은 추가 성과

 

이번 계약은 한미약품만의 호재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증권은 2분기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한올바이오파마의 면역질환 데이터, ASCO 항암 후보물질 발표, 디앤디파마텍의 MASH 임상 2상 데이터, 오스코텍의 9600억원 규모 기술이전, 올릭스의 투자 유치 등이 이어졌다고 짚었다. 다만 성과에 비해 주가 반응은 제한적이었다고 봤다.

 

시장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대형 기술수출 자체가 주가 재평가의 출발점이었다. 지금은 선급금 비율, 임상 단계, 파트너의 개발 의지, 후속 마일스톤 가능성까지 함께 따진다. 한미약품도 이번 계약을 일회성 성과로 끝내지 않으려면 HM17321, 에페글레나타이드, MASH 파이프라인 등 남은 후보물질에서 추가 데이터를 보여줘야 한다.

 

결국 한미약품의 주가 키워드는 ‘릴리 계약’ 이후에 있다. 이번 기술수출은 연구개발 신뢰를 되살린 사건이다. 그러나 주가의 다음 단계는 임상 진전, 추가 기술이전, 주주가 납득할 수 있는 수익화 전략에 달려 있다. 1조9000억원 계약이 제약바이오 반등의 신호가 되려면 숫자보다 데이터가 먼저 증명돼야 한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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