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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의심 계좌 방치되면 2·3차 피해 가능성↑…자금세탁·해외 유출, 해법은 ‘조직사기특별법’②

▷신고 후에도 재차 접근해 송금 유도...사기꾼에 길 터주는 수사 시스템
▷"미수 단계서도 계좌 묶어야"...조직사기 특별법 제정 목소리 '확산'

입력 : 2026.02.20 10:00 수정 : 2026.02.13 10:09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의심 계좌 방치되면 2·3차 피해 가능성↑…자금세탁·해외 유출, 해법은 ‘조직사기특별법’②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기획의도]오늘날 금융사기는 기술 발전과 함께 지능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가상자산, 정교한 심리 조작이 결합한 신종 사기 수법이 빠르게 확산하지만, 이를 막아야 할 법령과 수사기관의 매뉴얼은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본지는 로맨스스캠 피해자 김 씨(가명)의 사례를 통해 수사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의심 계좌 방치되면 2·3차 피해로 이어져

 

문제는 ‘의심 계좌’가 확인된 뒤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시간 동안 피해는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피의자는 같은 피해자에게 재차 접근해 “마지막 송금”,“수수료 정산” 같은 명목으로 2·3차 송금을 유도하고, 동시에 동일 계좌를 다른 피해자에게 돌려 추가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본지가 확보한 김 씨의 대화 캡처본은 이러한 수사 공백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사진 속 피의자는 “10~20분 기다리면 결제 계좌를 제공하겠다”며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기존의 한 시중은행 계좌가 아닌 다른 은행 계좌를 새로 내밀었다. 이들은 “다른 은행 계좌에 대한 유지 관리가 진행 중”이라는 황당한 논리로 계좌 변경을 정당화했으며, 수수료 명목의 금액 역시 이전과 동일한 약 3,690만 원을 요구하며 추가 범행을 노골화했다.

 

이는 피해자가 이미 한 차례 신고를 마친 상태에서도 피의자가 아무런 제약 없이 재차 접근해 추가 송금을 유도했음을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피의자가 현재도 활동 중이라는 점이다.본지가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피의자는 2025년부터 최근까지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며 신규 피해자 물색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그는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바꿔가며 여러 차례 특정 커뮤니티에 가입했으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회원을 직접 초대한 것처럼 행동하며 신뢰를 유도한 사례도 확인됐다.

 

회수 불가능한 자금세탁과 반복 범죄를 넘어서 국민자산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사기예방국민회 김주연 대표는 위즈경제와의 통화에서 “의심 계좌 단계에서 지급정지 같은 선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금은 여러 단계로 쪼개져 자금세탁되고, 그 뒤엔 사실상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범은 ‘계속 치면 계속 번다’는 확신을 갖게 돼 피해자가 끊이지 않는다”며 “특히 로맨스스캠은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비중이 커 대한민국 국민 재산이 국외로 유출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수 단계서도 계좌 묶을 수 있어야"...법조계 '조직사기 특별법' 제정 촉구

 

법조계에서는 로맨스스캠처럼 계좌를 갈아타며 피해를 확산시키는 범죄에선 ‘피해 확정 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본다. 특히 의심 계좌가 포착돼도 송금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정지나 강제수사가 지연되는 구조를 바꾸려면, 별도 입법을 통해 수사기관과 금융권이 움직일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세연 법무법인 회연 변호사는 위즈경제와의 통화에서 “법에서 아예 조직사기 특별법을 제정할 때 이런 유형의 범죄는 ‘미수 단계’에서도 선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계좌 압수, 전자정보 압수수색 등은 모두 강제처분에 해당하는데, 조직형 사기에 한해서는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필요한 강제처분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기예방국민회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조직사기특별법 제정'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있다.(사진=한사국)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2월 말 발의를 준비 중인 조직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약칭 조직사기특별법)은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보이스피싱, 전세 사기, 금융·부동산 관련 조직적 사기 등 지능화되고 조직화된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을 목표로 하는 법안이다. 조직적인 사기 범죄를 단순히 처벌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 회복 지원 △신종사기범죄예방 △피해자 중심의 보호 체계 구축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이러한 입법적 토대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현장의 실행력을 담보할 예산과 인력 확충 없이는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재 일선 수사 현장에서는 폭증하는 디지털 사기 범죄를 감당하기에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위즈경제와의 통화에서 "전담 인력의 만성적인 부족은 물론, 해외에 거점을 둔 사기 조직을 추적하기 위한 국제 공조와 고도화된 전산망 유지에 필요한 예산이 매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도 제도 공백을 인정하고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은 지난 6일 투자리딩방·로맨스스캠 등 신종 피싱 범죄에도 전금법 취지를 근거로 계좌 지급정지가 가능한지 금융당국과 협의에 착수했다. 지급정지 외에 본인확인 강화, 출금 지연 등 임시 조치도 함께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위즈경제가 진행하는 장기 심층취재 시리즈입니다. 불법사금융,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점점 더 정교해지고 악질적으로 변하는 범죄들과 사회적 부조리 속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일상과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실효성 없는 제도와 소극적인 보호뿐입니다. 가해자는 진화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느리고, 그 책임은 여전히 남의 일입니다. 왜 피해자만이 끝까지 남아서 홀로 그 큰 무게를 감당해야 할까요? 이에 본지는 반복되는 피해의 이면에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짚고, 피해자가 사회에서 더 이상 '관리 대상'이나 '부주의한 개인'으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모으고자 합니다.(편집자주)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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