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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렌탈 계약인 줄 알았는데 채권 추심?...팩토링 구조의 덫

▷렌탈사기 피해자 단체 서미진 대표 인터뷰
▷채권은 금융사로, 책임은 소비자에게… 팩토링 구조의 사각지대

입력 : 2026.01.22 12:00 수정 : 2026.01.23 13:31
[인터뷰] 렌탈 계약인 줄 알았는데 채권 추심?...팩토링 구조의 덫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렌탈사기 피해자 단체 서미진 대표는 학원을 운영하던 중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을 위해 간식용 냉동 자판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렌탈사 '다온엠엔씨’는 계약 후 자릿값과 전기료는 회사가 부담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서 대표는 렌탈사의 말을 믿고 자판기를 대여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계약 후부터 시작됐다. 2023년 11월경 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렌탈사의 기기 설치는 계속해서 지연됐고, 서 대표가 여러 차례 요청한 끝에 약 한 달이 지나서야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기계 고장이 빈번해 수리 요청이 잦았고, 렌탈사는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품 설치 후 다음 해 2월 설 명절 무렵부터 렌탈사와의 연락이 완전히 두절된 것이다. 이후 서 대표는 계약서에 함께 표기돼 있던 하나캐피탈의 로고를 떠올랐고, 금융사에 직접 문의하게 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서 대표 명의로 된 채권이 이미 금융사에 넘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서 대표는 단순 렌탈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렌탈사가 계약을 유도한 뒤 채권을 금융사에 양도하고 선지급금을 챙긴 뒤 잠적한 이른바 '팩토링(기업이 보유한 매출 채권을 금융사 등에 넘겨 현금을 지급받는 자금 조달 방식)' 구조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것이었다. 특히 서 대표는 렌탈 계약에 금융사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으며, 채권이 본인 명의로 이전돼 있다는 점도 뒤늦게야 알게 됐다. 

 

결국 서 대표는 졸지에 2000만 원 상당의 채권을 떠안게 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서 대표에 따르면 본인과 유사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약 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며, 이러한 팩토링 구조를 악용한 피해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 대표는 "렌탈 계약을 체결한 뒤 렌탈사가 돌연 자취를 감추고, 남은 채무가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팩토링 구조를 악용한 또 다른 피해 사례들도 함께 제시했다.

 

사례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한 렌탈사를 통해 제품 대여 계약을 진행하던 중 계약 과정에서 이상함을 느껴, 제품을 인도받기 전 계약을 취소했다. 

 

이후 렌탈사로부터 여러 차례 계약 취소 확인을 받았고, 관련 문자 안내도 전달받았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난 뒤 금융사로부터 채권 추심 통보를 받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A 씨는 계약이 정상적으로 해지된 줄 알았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 채권이 금융사로 넘어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결국 추심 절차에 놓이게 됐다.

 

또 다른 피해자인 B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당구장에 설치할 자판기 대여를 검토하던 중,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설명을 듣고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수익은 미미했고, 관리 부담까지 커지면서 렌탈 1년 만에 계약 해지를 위해 렌탈사에 연락했다. 

 

이 과정에서 렌탈사는 계약 해지를 만류하며, 계약은 유지한 채 자판기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제품을 넘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B 씨는 이를 수락해 자판기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이후 제품이 어디에 설치돼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금융사로부터 채권 추심을 받게 됐다.

 

서 대표는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계약 단계에서의 허위·과장된 설명과, 실질적인 확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해피콜 절차 등을 꼽았다.

 

서 대표는 "팩토링 구조를 악용한 사기 행위의 가장 큰 원인은 렌탈사들의 거짓 설명"이라며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 지원 사업인 것처럼 안내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뒤, 실제로는 해당 채권을 금융사에 넘기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뤄져야 할 확인·보완 절차인 해피콜을 렌탈사 자체가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제품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해피콜 과정에서 설치가 완료된 것처럼 답변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이처럼 서류상 절차만 갖추면 렌탈사는 금융사로부터 선금을 받아 빠져나가고, 이후 채권 추심은 금융사가 직접 맡는 구조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체결 시 확인·보완 설명 절차인 해피콜을 렌탈사에서 진행하고 있다""제품 설치가 안됐음에도 해피콜에 설치가 됐다고 이야기를 해야 렌탈한 제품의 설치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렌탈사는 금융사에 서류를 갖다주는 것만으로 금융사로부터 선금을 받고 이후 채권 추심은 금융사가 직접 진행하는 방식으로 도덕적 해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팩토링 구조가 결합된 렌탈 계약에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법·제도적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서 대표는 "팩토링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금융사가 제품 렌탈 이후 AS나 사후 관리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채권만 양도받는 구조"라며 "이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구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계약 과정에서 채권 양도·양수에 이의가 없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후 발생한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계약이 형식적으로는 법적 요건을 충족했을지라도, 계약 과정에서 거짓 설명이 있었고, 채권 양도·양수라는 핵심 사항을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면 계약의 효력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이는 단순히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팩토링 구조로 인해 렌탈 계약을 체결한 이용자가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로 간주되면서 법적 보호 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했다.

 

서 대표는 "일반적인 렌탈 계약이라면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계약으로 인식되기 마련이지만, 팩토링 구조에서는 일정 수준의 수익 지급을 명분으로 B2C가 아닌 B2B 계약으로 분류된다""하지만 실제로 사업을 한다면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하고 계약에 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팩토링 구조를 활용한 대부분의 계약은 월 10만 원 안팎의 소액에 불과해 실질적으로는 사업자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로 판단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이처럼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도 렌탈 계약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례를 내놓고 있어, 피해를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가 반복되고 더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대표는 팩토링 구조를 악용한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관련 금융사에 대한 제도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우선은 많은 사람들이 팩토링 구조가 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정보 비대칭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소비자들은 계약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의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이러한 인식 자체가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으며, 팩토링 사기 사례들이 축적되고 공론화된다면, 정부나 관련 기관 차원의 해결책 마련도 빨라질 것으로 본다""이를 통해 법·제도적 장치 역시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방향으로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여기에 팩토링 구조를 악용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 동일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미진 렌탈사기 피해자 단체 대표(사진=렌탈사기 피해자 단체) 

 
이정원 사진
이정원 기자  nukcha45@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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