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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플랫폼 규제, ‘기업 규모·행위 유형’보다 실제 시장 영향 봐야

▷ 플랫폼 규제 비용, 입점사업자·소비자에게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야
▷ 자사우대·끼워팔기, 행위 자체보다 실제 경쟁제한 효과 따져야
▷ AI로 검색·추천·거래 재편…이용자 접점과 데이터 통제 주체도 판단 기준

입력 : 2026-09-23 11:05
AI 시대 플랫폼 규제, ‘기업 규모·행위 유형’보다 실제 시장 영향 봐야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AI가 플랫폼의 검색·추천·거래 방식을 바꾸는 가운데, 플랫폼 규제도 기업의 규모나 특정 행위의 유형에만 주목하기보다 시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플랫폼에 부과한 규제 비용이 입점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어떻게 이어지는지, 자사우대나 끼워팔기 등이 실제로 경쟁을 제한하는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이용자와 서비스를 연결하고 데이터의 흐름을 통제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제시됐다.

 

지난 22일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정보통신법학회가 공동 주최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 종합토론에서는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과 규제 효과를 판단하는 방법을 놓고 논의가 이뤄졌다.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황혜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성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 등이 참여했다.

 

◇ 규제 비용은 누구에게 돌아가나

 

플랫폼에 규제를 부과하면 법적으로 의무를 지는 주체와 그에 따른 비용을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주체가 다를 수 있다. 규제로 플랫폼의 비용이 늘어난 뒤 이용요금이나 입점조건, 지원 서비스가 달라지면 다른 시장 참여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황용석 교수는 플랫폼이 직접 부담하는 규제 준수 비용만으로 정책 효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예컨대 특정 수수료를 제한한다면 수수료 인하에 따른 비용 절감뿐 아니라 다른 요금의 조정 여부, 서비스 품질과 거래량의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상호의존성 관점에서 보면 플랫폼 시장 참여자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규제 수단이 정책 목적에 적합한지, 발생한 비용을 실제 누가 부담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해당 행위가 실제로 경쟁을 제한했나

 


황혜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황혜선 변호사는 플랫폼의 특정 행위를 규율할 때도 행위의 형태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시장에 미친 효과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변호사에 따르면 자사우대나 독점계약, 인센티브 제공, 끼워팔기 등은 경쟁자를 배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이용자 편의를 높이거나 거래비용을 줄일 가능성도 있어 구체적인 시장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말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위법한 행위인지에 대한 판단은 관련 시장의 경쟁제한성 정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기반으로 사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의 네이버쇼핑 검색 알고리즘 자사우대 사건 판결도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해당 판결을 두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경쟁사업자를 동등하게 대우할 의무가 당연히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가격 상승이나 산출량 감소, 혁신 저해 등 구체적인 경쟁제한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 AI 시대 영향력은 누가 쥐고 있나

 


김성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가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김성옥 박사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기존 플랫폼이 수행해온 검색·추천·거래 기능이 분해되고 다시 결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정 기업을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하고 규모나 시장점유율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파악하는 방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존에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판매자 수, 거래액 등이 플랫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활용돼 왔다. 반면 AI 시대에는 이용자의 의도를 누가 먼저 파악하고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하는지, 어느 서비스로 요청을 연결하는지가 새로운 ‘통제지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 이후 발생한 데이터를 누가 확보하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이용자와 만나는 접점이 바뀌면 데이터의 흐름뿐 아니라 사업자 간 협상력과 수익 배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 중심에서 기능이나 통제지점에 영향력을 가진 주체로 규제의 시각이 전환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쟁 상황을 판단할 때는 시장점유율과 함께 수익과 데이터의 집중 정도, 다른 사업자의 의존도와 접근조건을 누가 결정하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봤다.

 

규율 방식으로는 시장 변화에 따라 대응하는 ‘적응형 규율’을 제시했다. 서비스 간 연동과 이용자의 데이터 이동, 정보 공개, 책임 주체 설정 등 경쟁에 필요한 기본 환경을 마련하되, 그 밖의 영역은 실제 문제가 나타나는 정도에 따라 규율하자는 것이다.

 
장석찬 사진
장석찬 기자  seokchanj26@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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