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크다고 같은 규제?”…AI 시대엔 실제 문제 따져야
▷선지원 교수 "플랫폼, 거래 중개 넘어 행위까지...복잡하고 다양해져"
▷문제·서비스 특성에 따라 규제 달리해야…이용자 후생·선택권 강조
선지원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발제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인공지능(AI)이 결합하면서 플랫폼 서비스와 이용 방식이 더욱 복잡·다양해진 가운데 플랫폼의 규모나 유형을 기준으로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기보다 실제 발생한 문제와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선지원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한국정보통신법학회가 공동 개최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플랫폼 산업의 규제 현안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 AI 더해지며 다양해진 플랫폼…“일률적 규제 어려워”
선 교수는 AI가 결합하면서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뿐 아니라 이용 방식도 이전보다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플랫폼은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거래만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행위를 연결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며 "여러 주체와 행위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얽혀 있는 만큼 기존의 방식으로 플랫폼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이란 이유만으로 동일한 규제 방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플랫폼 크다고 규제?”…시장실패·집행 가능성·이용자 편익 따져야
선 교수는 플랫폼에 직접적인 규제를 적용하기에 앞서 크게 세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 번째는 플랫폼으로 인한 시장의 문제가 실제로 확인됐는지 여부다. 대형 플랫폼의 영향력으로 경쟁이 제한되거나 소규모 사업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다수의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도 언급했다. 당시 입점업체들이 플랫폼 서비스에 일부 불만을 나타냈지만, 연구 과정에서 플랫폼의 존재로 입점업체의 수익이나 사업 여건이 나아진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 교수는 "단순히 플랫폼의 규모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제하기보다 실제 경쟁이나 입점업체·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규제가 실제 현장에서 집행될 수 있는지 여부다. 플랫폼에는 운영자뿐 아니라 입점업체와 이용자 등 다양한 주체가 얽혀 있고 서비스의 구조도 서로 다르다.
규제 당국이 이러한 구조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만큼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규제가 궁극적으로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다. AI를 활용해 플랫폼 서비스가 이용자별로 더욱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규제가 오히려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선택하거나 이용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 교수는 규제 당국이 플랫폼의 구조와 시장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단순히 덩치가 크기 때문에 규제해야 된다. 이런 접근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일률규제 대신 문제·서비스별 접근…“이용자 후생·선택권이 기준”
다만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플랫폼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보고 같은 규제를 적용하기보다 실제 문제가 발생한 영역과 행위에 따라 규제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령 경쟁 문제라면 실제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소비자나 아동·청소년 보호 문제라면 플랫폼이라는 이유 자체보다 이용자의 권익을 침해한 구체적인 행위를 중심으로 규제하는 방식이다.
선 교수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규제를 제시했다. 다만 모든 영역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 각 경제 영역과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해 달리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선 교수는 "플랫폼에 대해서 전혀 규제를 하지 않아야 된다가 아니라 슬기롭고 합리적으로 이용자 후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규제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을 얼마나 강하게 규제할 것인지보다 규제가 이용자에게 실제로 어떤 편익을 가져오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AI가 결합한 플랫폼 환경에서는 이용자를 단순히 보호받는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용자가 플랫폼 안에서 직접 행동하고 경험하는 주체가 된 만큼 보다 자유롭게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플랫폼의 규제·진흥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용자 후생을 위해서는 이용자의 선택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이용자가 알고리즘 기반 추천 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등을 스스로 결정하고,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용 여부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 교수는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등 관련 주체의 의견이 정책 과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방적인 '탑다운' 방식의 규제보다 기술개발자와 서비스 제공자, 이용자 등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규제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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