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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블록체인②] 코인에서 신원 확인으로…블록체인의 역할이 바뀐다

▷디지털 화폐·스마트컨트랙트·토큰화 넘어 AI 에이전트 인프라로 확장
▷AI가 거래 주체로 부상하면서 신원·권한·결제 검증 기능 주목

입력 : 2026-08-20 10:00
[Next 블록체인②] 코인에서 신원 확인으로…블록체인의 역할이 바뀐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생성형 AI가 검색과 추천을 넘어 예약, 구매, 결제, 자산관리까지 대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경제’가 다가오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26년 8월 발간한 보고서 ‘블록체인의 다음 진화: AI 에이전트 경제 인프라로의 도약’은 AI가 경제활동의 주체로 부상하면서 금융 인프라의 경쟁축이 단순 결제에서 신원 확인, 권한 관리, 거래 검증, 컴플라이언스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즈경제는 보고서를 토대로 블록체인의 역할 변화와 카드·블록체인 진영의 경쟁, 국내 금융권의 과제를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블록체인은 오랫동안 비트코인이나 가상자산을 떠올리게 하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 경제가 현실화되면 블록체인의 역할은 코인 발행이나 자산 거래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AI가 경제 활동의 주체로 움직일 때 필요한 신원 확인과 권한 검증, 거래 기록의 신뢰를 제공하는 인프라로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발전 단계 (자료= KB경영연구소)
 

보고서는 블록체인의 발전 과정을 네 단계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2009년 이후 디지털 화폐 단계다. 비트코인의 등장은 중앙기관 없이도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거래 이력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기존 금융에서는 은행 등 중앙기관이 거래 승인과 장부 관리를 맡았지만,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을 통해 네트워크 참여자가 거래 기록을 공유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두 번째 단계는 2015년 이후 스마트컨트랙트다. 이더리움의 등장으로 블록체인은 단순 거래 기록 장부에서 조건부 계약을 자동 실행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사전에 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코드에 따라 이행되는 방식이다. 탈중앙화금융과 대체불가토큰도 이 흐름에서 성장했다.

 

세 번째는 2018년 이후 실물자산 토큰화다. 채권, 펀드, 부동산, 예금 등 현실 세계의 금융자산을 블록체인상 토큰으로 전환하는 흐름이다. 블록체인이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만드는 기술에서 기존 금융자산을 디지털 환경에서 유통하고 관리하는 인프라로 활용 범위를 넓힌 셈이다.

 

보고서가 주목한 네 번째 단계는 2026년 이후 AI 에이전트 경제다. 이 단계에서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상에 자산을 기록하는 장부를 넘어 거래 주체인 AI 에이전트의 신원과 권한을 검증하고 결제를 지원하는 인프라로 진화한다. AI 에이전트가 상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금융거래를 수행하려면 누가 만든 AI인지, 누구를 대신하는지, 어떤 권한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블록체인의 기능은 ‘거래 기록’에서 ‘거래 주체 검증’으로 옮겨간다. AI 에이전트별 고유 신원과 위임 권한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사전에 정의된 조건을 스마트컨트랙트로 자동 검증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AI가 수많은 소액 거래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검증 빈도도 크게 늘어난다. 보고서는 레이어 구조의 발전으로 처리 속도를 높이고 수수료를 낮추면서 대량의 소액·고빈도 거래를 경제적으로 처리할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블록체인이 AI 에이전트 경제의 유일한 인프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카드 중심의 기존 결제망도 대안을 제시하며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고 봤다. 일반 소비자 결제와 대규모 지급결제는 기존 금융 인프라가 계속 담당할 가능성이 높고, 블록체인은 AI 신원과 권한, 계약 검증을 보완하는 신뢰 계층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다음 진화는 ‘코인 가격’보다 ‘검증 기능’에 있다. 그동안 블록체인 논의는 투자자산과 규제 논란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돈을 쓰고 계약을 맺는 시대에는 거래 장부의 투명성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이 AI는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고, 그 행위는 누가 책임지는가다.

 

블록체인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금융권의 블록체인 활용 논의도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새로운 결제수단을 붙이는 문제가 아니라, AI가 신뢰받는 경제 주체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신원과 권한, 이력을 관리하는 기반을 만드는 문제다. 블록체인이 코인을 넘어 AI 경제의 신뢰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금융권의 중요한 실험대가 될 것이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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