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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가 놀이가 된 교실”…처벌보다 예방·회복 중심 대응 필요

▷ 온·오프라인서 놀이처럼 번지는 혐오…의무교육만으로 해결에 한계
▷ 민주시민교육 제도화 추진…인권위·교육청 “관계 회복 프로그램 확대해야”

입력 : 2026-08-06 13:01
“혐오가 놀이가 된 교실”…처벌보다 예방·회복 중심 대응 필요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이어갔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지난 6월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구호 사건을 계기로 학교 내 혐오·차별표현 문제가 주목받는 가운데, 국회와 교육계·인권 분야 관계자들이 처벌보다 예방교육과 관계 회복에 무게를 둔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학생들이 혐오표현을 농담이나 밈, 놀이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단순히 사용을 금지하거나 가해 학생을 징계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학교 안팎에서 혐오와 차별의 의미를 이해하고 배려와 공존의 가치를 함양하는 교육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토론회의 핵심 쟁점은 학생들 사이에서 놀이처럼 소비되는 혐오표현을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할 것인지였다. 참석자들은 표현이 사용된 맥락과 피해 정도가 제각각인 만큼 단순한 금지와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 “혐오가 놀이가 된 학교”…민주시민교육 제도화 추진


고민정 의원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특정한 말과 행동이 조롱이나 혐오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놀이처럼 사용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고 의원은 “학교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을 만나 혐오와 조롱의 표현이 어느 수위까지 와 있는지 들었다”며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는 지금의 혐오와 조롱이 놀이가 돼버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온라인과 학교에서 혐오·차별표현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그 심각성에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 의원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 주변의 혐오시위 등을 규제하는 교육환경보호법 개정안과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을 발의했다.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은 학생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다양성 존중 등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민주시민교육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고 의원은 교육부와 법안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과 학교 현장 안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 제정이나 의무교육만으로 학교 안에 퍼진 혐오문화를 없애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고 의원은 “교사들에게 의무적으로 교육하라고 지시하는 것만으로 놀이문화처럼 번진 혐오를 없애기는 어렵다”며 “법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고 최소한의 로드맵을 만들어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혐오와 차별의 기준을 가르치는 한편 처벌 중심의 징계에서 벗어난 대응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혐오표현을 단순히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박과 연대의 목소리로 대응하는 ‘대항표현’과 가해 학생의 처벌뿐 아니라 피해 회복, 책임 있는 성찰, 관계 개선을 함께 추구하는 ‘회복적 정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 의원은 “이는 학교 안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의 혐오·차별표현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토론하고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혐오가 밈으로 소비돼”…예방·관계 회복 중심 대응 주문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서 김학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인사말을 이어갔다. 사진=위즈경제

 

김학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일부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놀이문화나 밈으로 받아들이며 심각성을 경시하는 현상이 역사적 진실과 인권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역사왜곡과 혐오표현이 빠르게 확산하며 피해자 개인과 집단뿐 아니라 전체 사회의 공감대를 무너뜨리는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청소년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반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발생한 혐오표현을 사후에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방교육과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 위원은 학교 인권교육을 확대하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제도화해 혐오표현이 발생하는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정부가 역할을 나눠 예방교육과 피해 회복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인사말을 이어갔다. 사진=위즈경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특정 지역과 역사, 성별, 장애, 인종, 국적, 종교, 성적 지향 등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육감은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일은 표현의 자유와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는 실수를 통해 배우고 갈등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힘을 길러가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혐오·차별표현 대응 안내와 교육자료를 보완하고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책임 있는 성찰과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회복적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국가인권위원회·서울시교육청·교육부 관계자들은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혐오·차별표현의 실태를 진단하고 예방교육과 피해자 보호, 관계 회복 중심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5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 참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장석찬 사진
장석찬 기자  seokchanj26@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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