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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엔 경직·노동자엔 허술…‘주 52시간제’ 이대로 괜찮나

▷성수기엔 일하기 어렵고, 하루 장시간 노동 막지 못해
▷전문가 유연화 필요성엔 공감...시간 결정권 놓고 해법 갈려

입력 : 2026-08-05 11:22
기업엔 경직·노동자엔 허술…‘주 52시간제’ 이대로 괜찮나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주 52시간제는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2018년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려 했지만, ‘주 최대 69시간’ 논란 끝에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대법원 판결로 주 단위 경직성은 일부 완화됐지만 하루 집중노동을 막을 상한이 없다는 새로운 공백이 드러났다. 기업의 업무량 변화에는 여전히 경직적이고 노동자의 하루 집중노동을 막는 데도 빈틈이 있어 어느 쪽의 요구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본지는 기업과 근로자의 현장 목소리, 전문가 진단을 바탕으로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개편 방향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정부가 주 4.5일제 확산과 실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근로시간 제도 논의도 단순히 ‘더 줄일 것인가, 더 풀 것인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이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노동자가 하루에 과도하게 일하지 않도록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기본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일주일 40시간이다. 노사가 합의하면 일주일에 12시간을 더 일할 수 있어 최대 근로시간은 주 52시간이 된다. 그런데 2023년 12월 대법원 판결 이후 연장근로 한도 위반 여부는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 전체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한 근로자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쉰다고 가정해보자. 나흘 동안 일한 시간은 모두 48시간이다. 회사가 연장근로 한도를 어겼는지 따질 때는 일주일 전체 근로시간을 본다. 48시간에서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을 빼면 연장근로는 8시간이다. 일주일에 허용되는 연장근로 12시간보다 적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다.

 

◇기업엔 ‘주 단위 족쇄’…노동자엔 ‘하루 규제 공백’

 

문제는 근로시간 감소와 별개로 현행 제도가 기업의 업무량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목은 매주 똑같이 적용되는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다. 성수기나 설비 고장, 신제품 개발 막바지처럼 특정 기간에 업무가 몰려도 일이 적은 기간의 근로시간과 합산해 관리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추가로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있지만, 대상 사유가 제한돼 있고 건별로 신청해야 해 반복적인 업무량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납기 지연과 연장근로 한도 위반 위험 사이에 놓일 수 있다.

 

지방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거나 설비가 갑자기 멈추면 며칠 동안 업무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매주 연장근로 한도가 12시간으로 묶여 있어 납기를 맞추기가 어렵다. 일이 적은 시기에 근로시간을 줄여도 서로 상계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에 이처럼 경직적으로 적용되는 주 단위 규제가 정작 노동자의 건강을 촘촘하게 보호하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일주일 총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특정 며칠에 장시간 근무가 몰려도 연장근로 한도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IT업계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B씨는 “하루 12시간씩 나흘을 일하고 나면 몸이 완전히 방전된다”며 “일주일 전체로는 48시간이라 연장근로 한도 위반이 아니라고 하지만, 다음 날 다시 출근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하루하루가 버겁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4년 2월 발간한 ‘1일 단위 연장근로 제한에 대한 입법 논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하루 단위 연장근로 상한이 없는 현행 구조가 장시간·집중노동으로 이어져 근로자의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4년 2월 발간한 ‘1일 단위 연장근로 제한에 대한 입법 논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단위 연장근로 상한이 없는 구조가 장시간·집중노동으로 이어져 근로자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유연화’, 다른 해법, ‘기간 확대’냐 ‘선택권 보장’이냐

 

전문가들은 현행 주 단위 규제만으로는 기업의 업무량 변화에 대응하면서 근로자의 건강권까지 보호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근로시간 유연성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장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배관표 충남대학교 국가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운영 유연성’에 무게를 뒀다. 매주 12시간으로 묶인 연장근로 한도를 월 또는 연 단위 총량 관리로 전환해, 일이 몰릴 때는 더 일하고 비수기에는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신 퇴근 후 다음 출근까지 최소 11시간의 연속휴식을 보장해 장시간 노동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넓히되 충분한 휴식을 의무화해 기업의 유연성과 근로자의 건강권을 함께 확보하자는 것이다. 

 

반면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본부장은 근로자의 ‘시간 선택권’에 초점을 맞췄다. 기업의 필요에 따라 근로시간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방식만 확대하면 유연근무가 ‘몰아서 일하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본부장은 '시간 배치의 결정권을 누가 갖느냐'에 집중한다. 기업의 필요로만 근로시간을 몰아 쓰면 유연근무가 장시간 집중노동으로 악용될 수 있어서다. 

 

구 본부장은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사용자의 필요에 쏠려있다"면서 "육아나 돌봄 등 필요에 따라 시차출퇴근이나 재택근무를 요구할 수 있는 유연근무 신청권이 법제화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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