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폴앤톡] 공문 없는 도서 열람 제한, 학교도서관에 내려진 ‘사실상 금서령’인가?

입력 : 2026-06-26 15:00
[폴앤톡] 공문 없는 도서 열람 제한, 학교도서관에 내려진 ‘사실상 금서령’인가?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공식 공문도 없이 학교도서관 도서의 열람 제한이 지시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교육 현장에 ‘사실상 금서령’ 논란이 번지고 있다.

 

두 교원단체(자유역사교사모임·대한민국교원조합)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5월 20일 관내 초·중·고등학교 교감 또는 사서에게 전화해 『대한민국 사회교과서』를 포함한 5·18 관련 도서 45권을 학교도서관 대출 시스템에서 열람 제한하도록 지시했다.

 

이들에 따르면 일부 학교가 공문 없는 전화 지시의 절차 문제를 묻자, 교육청은 5·18기념재단이 해당 도서들을 5·18 역사 왜곡 도서로 지정해 협조 요청을 했고 시급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위즈경제가 교육부 측에 확인한 결과, 학교도서관 열람 제한과 관련한 교육부 공문은 시행된 적이 없고 관련 정책도 수립된 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교육부 차원의 공식 지시가 없었는데도 교육청이 전화로 일선 학교에 열람 제한을 요구한 것이다. 일부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행정 절차상 정당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18기념재단이 진행 중인 '우리 동네 도서관을 지켜라' 캠페인 포스터. 전국 도서관의 도서 구입·열람 제한 규정 점검과 시민 모니터링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5.18 기념재단
 

논란의 출발점은 5·18기념재단의 ‘우리 동네 도서관을 지켜라’ 캠페인이다. 재단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도서가 국공립도서관과 학교도서관 등에 비치돼 있다며 전국 시도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도서는 45권이다.

 

문제는 민간단체가 지정한 목록이 교육청 행정을 거쳐 곧바로 학교도서관 열람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자유역사교사모임은 해당 도서 45권 중 관련 법에 따라 유죄 또는 원고 일부 승소 판단을 받은 도서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다수 도서는 법적 판단보다 역사 해석과 관점 차이에 따라 지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교원조합이 펴낸 『대한민국 사회교과서』도 제한 대상으로 거론됐다. 두 단체는 이 책이 5·18을 신군부의 불법적인 권력 장악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북한군 개입설을 사실로 단정한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이 존재했다는 점을 소개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5·18 왜곡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학교도서관은 학생이 이용하는 교육 공간인 만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특정 민주화운동을 폄훼할 소지가 있는 자료는 교육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미성년 학생이 이용하는 공간에서는 도서 접근 기준을 일반 공공도서관보다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도서 열람 제한은 학생의 독서권과 학습권, 학교도서관 운영의 자율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조치다. 명확한 법적 근거, 공식 공문, 도서관운영위원회 심의, 학교 구성원 의견 수렴 없이 이뤄졌다면 검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위즈경제는 자체 여론조사 플랫폼 ‘폴앤톡’을 통해 학교도서관 도서 열람 제한에 대한 교육 현장의 의견을 듣는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번 조사는 공문 없는 전화 지시가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있었는지, 도서 열람 제한 결정이 어떤 절차로 이뤄져야 하는지, 역사 왜곡 대응과 학생 독서권 사이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본지는 이번 설문을 통해 학교도서관이 교육의 공간인지, 검열의 공간인지에 대한 현장 인식을 데이터로 살필 계획이다. 조사 결과는 향후 도서관 운영 기준, 교육청 행정 절차, 논쟁적 역사 도서의 교육적 활용 방안을 공론화하는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5·18의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공적 교육기관이 공식 절차 없이 특정 도서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느냐다. 역사 왜곡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식이 공문 없는 전화 지시와 일방적 열람 제한이라면 교육 행정은 설득이 아니라 통제가 된다.

 

※ 학교도서관 도서 열람 제한과 관련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법안, 제도 개선 과제 등을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현장의 의견은 향후 설문 결과 분석 기사인 ‘폴플러스’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