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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연구원 “전세피해 협동조합, 공공지원 한계 보완”… ‘탄탄주택’ 모델 제도화 제안

▷ 3만4천 건 전세사기 피해… 청년층 75% 집중, 구조적 대응 필요
▷ 국회 토론회·현장 사례 맞물리며 협동조합 모델 확산 가능성 주목

입력 : 2026.02.20 13:52
경기연구원 “전세피해 협동조합, 공공지원 한계 보완”… ‘탄탄주택’ 모델 제도화 제안 지난해 8월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전세사기 정책연구 시민펠로우십’ 최종 연구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전세사기 피해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구조적 사회문제로 확산되는 가운데, 피해자가 직접 조합원이 돼 주거와 자산 회복을 도모하는 ‘협동조합 모델’이 공공지원의 대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전세피해 해결을 위한 협동조합 모델의 성과 및 개선방안’ 보고서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정책연구 시민펠로우십’ 발표회 내용이 맞물리며 제도화 논의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된 사례는 3만4천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30대 청년층이 75.7%를 차지했고, 피해 보증금의 97.5%가 3억 원 이하로 집계됐다.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주거 기반이 취약한 계층에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특별법 시행 이후 공공매입, 무상거주 지원 등 대응이 확대됐지만 모든 피해자를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무주택 지위를 유지하면서 장기적 주거 경로를 설계하려는 피해자, 공공매입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이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 ‘탄탄주택협동조합’ 93.6% 회복률… 민간 주도 실험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주목받은 사례가 경기도 동탄에서 출발한 ‘탄탄주택협동조합’이다. 2023년 오피스텔 약 300채, 250억 원 규모의 보증금 편취 사건을 계기로 사회주택 활동가 7명과 피해자 21명이 조합을 구성했다.

 

조합은 피해 물건 21채를 인수해 ‘출자금 10%, 전세보증금 90%’ 구조로 계약을 체결하고, 일정 기간 거주 후 월세 전환을 통해 임대 수익을 창출했다. 수익은 출자금 반환과 추가 회복 자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이었다.

 

초기에는 보증보험 가입 거부 등 난관에 부딪혔으나, 지자체 기준 충족과 저리 대출 연계를 통해 자금 조달 기반을 마련했다. 2025년 5월 임시총회에서는 전 조합원의 탈퇴와 출자금 전액 환급이 의결됐고, 조합원 1인당 평균 피해액 약 1억3,940만 원 중 93.6%를 회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8월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정책연구 시민펠로우십’ 발표회에서도 이 사례는 민간 주도 회복 모델로 소개됐다. 시민연구팀은 “사회적 경제 방식이 제도권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경기연구원 “공식 회복 수단 인정·저리 자금 연계 필요”

 

이번 경기연구원 보고서는 탄탄주택 사례를 심층 분석하며 협동조합 모델의 정책적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협동조합을 '전세사기피해자법'상 공식적인 피해 회복 수단으로 인정하고, 공공기금의 저리자금 전환·이차보전·보증 지원 등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고금리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조합의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기초자치단체는 피해자 조직화와 현장 지원을 담당하고, 광역 및 중앙정부는 금융·자산 운용을 맡는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아울러 단일 협동조합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연합회 구성, 공공주도 리츠(REITs)와 협동조합을 결합한 복층 구조 모델,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사전적 협동조합 설립과 도민 대상 캠페인도 중장기 과제로 제시됐다.

 

◇ “피해자, 지원 대상 아닌 회복의 주체”

 

다만 협동조합 모델의 확산에는 조건이 따른다. 선순위 채권이 존재하거나 지역 임대 수요가 낮은 경우, 피해자의 소득과 연령 구성이 다양한 경우에는 적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공동체라기보다 손익 계산의 수단으로 인식한 점 역시 한계로 거론됐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협동조합 모델이 피해자를 수동적 지원 대상이 아닌 ‘회복의 주체’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박기덕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피해는 주거와 삶 전반에 긴 그림자를 남긴다”“협동조합 모델은 공공지원과 결합할 때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등 민간 투자 연계 방안과 경기연구원의 제도 개선 제안이 맞물릴 경우, 협동조합 모델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정책적 틀 안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세사기 대응이 사후 구제 중심에서 구조적 예방과 자산 회복 체계로 전환할 수 있을지, ‘탄탄주택’ 모델의 제도화 여부가 향후 정책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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