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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학강사의 삶과 노동을 생각한다

입력 : 2025.10.24 13:33 수정 : 2025.10.24 13:58
[칼럼] 대학강사의 삶과 노동을 생각한다 박중렬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대학 강사제도는 2019년 8월 이른바 ‘강사법’으로 불리는 고등교육법 제14조2(강사)의 개정과 함께 시작됐다. 그 이전까지 강사는 속칭 ‘보따리장수’로 불렸던 시간강사였다. 이들의 삶은 척박했다. 한 학기 단위로 위촉과 해촉이 반복됐다. 불완전고용 그 자체였다. 임금은 연 700~1,5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강의가 없는 방학은 실업자로 전락했다. 간혹 연구비를 수주하기도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시간강사의 교육연구 노동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2016년 촛불 정국이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학 내의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힘입어 대학과 시간강사 단체가 사회적 기구인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하였고, 오랜 대화 끝에 지금의 강사법이 생겨난 것이다.

 

◇이름 바꾸고 지위 부여했지만...제도는 제자리 


 

비정규교수노조가 지난해 11월 대학강사 고용안정 처우개선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비정규교수노조

 

강사법에서는 강사에게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지위를 인정하고, ‘교육 및 지도, 학문연구’가 그 임무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름도 시간강사에서 강사로 바꾸었다. 이 외에 공개 채용과 1년 이상 계약 임용, 신규 임용을 포함하여 3년 간 재임용 절차 보장, 교원소청심사권 부여 그리고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적어도 이 기간만이라도 ‘교육연구 노동자인’인 강사가 고용 불안 없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그러나 3년 간격으로 두 번의 대규모 공채가 진행되었지만 강사제도는 단 하나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교직원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독소조항은 그대로이다. 무늬만 교원인 것이다. 「교원의지위향상및교육활동보호를위한특별법」에서 교원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개선하고 교원 보수를 우대해야 한다고 명문화되어 있지만 대학강사에게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각종 법률에서도 대학강사의 고용과 처우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직장건강보험도 적용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법률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강사법 제정 당시 방학 중에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과거의 시간급에서는 벗어났지만 4주 정도만 지급하고 있다. 퇴직금도 국공립대학에서 한 주에 5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 70% 정도를 사업비로 지원하지만 5시간 미만 강사에게는 이마저도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규모가 작은 사립대학이다. 방학 중 임금이나 퇴직금에 소요되는 재정 부담도 부담이지만 대학을 구조조정할 때 3년까지 임용을 보장하는 강사의 고용 안정이 불편한 대학은 이름도 생경한 각종 기타 교원제도를 신설하고 강사보다도 못한 강의료를 지급하면서 이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강사제도를 대놓고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 교육연구의 한 축인 대학강사 삶이 황폐해지고 대학의 학술생태계마저 점점 무너지고 있다.

 

노동의 가치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비정규직이므로 차별을 합리화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무시하는 인권 문제이자 사회 통합의 위협 요인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노동 존중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출발점이다. 노동의 상품화, 인간의 비인간화를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는 건전하고 구성원 모두가 불행해지지 않는다. 노동헌법을 기초했던 김선수 전 대법관의 지적이다. 

 

◇사회적 가치로서 학문과 교육 지켜야


대학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의 강사들이 쌓아 올린 학문은 그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그들 자신에게만 환원되지 않는다. 대학을 거쳐 사회와 국가로 확산되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문명으로 전승된다. 이들의 교육연구활동은 우리 모두가 향유하는 일종의 사회적 노동이다. 대학과 국가가 나서서 그 역할을 존중하고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보전해주어야 한다. 그들을 비인간화의 상태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대학 공동체가 최소한의 여건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답고 교육과 학문 공동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대학, 정부, 국회는 실종된 자신들의 공적 책임을 회복해야 한다.

 

강사제도에는 불평등과 차별이 없는 대학을 만들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 강사들의 땀과 눈물이 그 안에 녹아 있다. 대학과 정부는 그 지난했던 시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 대학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더 나아가 대학이 재정 문제로 힘들다면 국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것 또한 국가의 책무일 것이다.

 

박중렬 비정규교수 위원장 약력

국어국문학을 전공해 문학 박사 과정을 거쳤으며, 1995년부터 전남대학교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며 강사로 재직해왔다.현재는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이자 전남대학교 분회장을 맡고 있으며, 전남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수십 년간 대학 강사의 권익 향상과 고용 안정, 그리고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현장 활동에 매진해왔으며,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학문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제고에 힘쓰고 있다.특히 강사법 제정과 후속 대책 마련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으며, 교육현장에서 소외되기 쉬운 비정규 교원의 목소리를 제도권에 반영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학 강사의 고용 안정을 보장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2019년 2학기부터 시행된 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과 3년 이상 재임용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방학 중에 임금을 지급하고 4대 보험과 퇴직금을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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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발달장애인의 안전한 삶을 지켜주는 장애인시설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무런 판단도 하지못하는 중등발달장애인의 보금자리를 파괴하고 이권을 챙기려는 전장연의 실체를 알아야합니다 무조건적인 탈시설은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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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는 시설 폐쇄가 아니라 선택 균형과 안전 전환이 우선이라는 현장의 목소리에 깊이 공감합니다. 중증장애인의 삶의 지속성, 가족의 선택권, 지역사회 수용 기반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그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오늘의 외침은 반대가 아닌, 존엄한 삶을 위한 대안의 요구입니다. 함께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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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발달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빼앗지 말아야 합니다. 의사표현도 안 되고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발달 장애인을 시설을 폐쇄하고 밖으로 내몰겠다는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요? 중증발달장애인의 보금자리를 강제로 빼앗아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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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거주시설은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곳이며 삶을 지탱해 주는 곳이다. 인권이란 미명하여 장애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악의 무리는 반드시 처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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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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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하는게 맞는거 아닌가요? 그게 진짜 제주도를 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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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동성애자들이 말합니다 동성애는 절대적으로 하면 안된다고요.왜냐하면 에이즈 뿐만 아니라 병명도 알수없는 많은 성병으로 고통당하고 그로인해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급기야 극단적인 자살도 생각한다고요 제주평화인권헌장안은 절대적으로 폐기되어야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