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종렬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강사법 시행 6년...고용과 처우 더 열악해져"
▷본래 취지 무색...대학강사 대신 기타교원으로 대체
▷병가, 퇴직금, 각종 수당과 선거권까지 배제돼
▷"대학 재정 어렵다면,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인터뷰] 박종렬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강사법 시행 6년...고용과 처우 더 열악해져"](/upload/88aab3fe84244eec98e86cc6def6a13e.jpg)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취지는 좋았지만 현실은 초라했다'
6년 전 도입된 강사법의 현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대학강사의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그 기대는 현실과 정반대다. 대부분 지원사업은 폐지됐고, 대학들은 비용 부담을 피하려 강사 수를 줄이는 대신 객원교수 등 단기 계약직으로 강의실을 채우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이 점점 희미해져 갈수록 강사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생계 부담이라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어쩌다 이런 결과에 이르게 된 걸까. 위즈경제는 박종렬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에게 강사법의 현주소와 대학강사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강사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습니다. 관련 법안이 본래 취지는 무엇이었나?
강사법의 취지는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입니다. 1년 이상 임용과 두 차례 재임용 절차 보장이 고용 안정의 핵심이고, 방학 중 임금 지급은 처우 개선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방학 중 임금 지급도 명문화됐습니다. 1년 이상 임용함에 따라 방학 중에도 다음 학기의 강의를 준비하고 연구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이는 그동안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시간강사 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었습니다. 최소한 이 정도는 보장해주어야 대학교원으로서, 고등교육 학술생태계의 한 일원으로서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Q.그런데 왜 강사법이 애초의 의도와 다르게 이렇게 왜곡된 결과로 이어졌나?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생이 감소하자 대학들은 제일 먼저 비정규직인 대학강사의 일자리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강사를 3년동안 임용하면 그 사이에 구조조정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들은 기존 대학강사를 3년동안 임용하지 않아도 되는 1년 단위의 초빙교원으로 전환하거나 겸임교수, 초빙객원교수, 일반객원교수 등과 같은 이름을 붙여 과거 시간강사와 유사한 형태로 강사 인력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강의료도 강사보다 지급하고 2차례의 재임용절차가 필요없는 직군을 만들어낸 셈입니다. 이러다보니 강사법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고용도 불안정해지고 처우가 더 열악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Q.대학 강사들이 이외에도 차별받고 있는 것들이 있나?
대학의 모든 교직원에게는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 즉 병가가 적용되지만 대학 강사만 예외입니다. 아무리 오래 일해도 주 15시간 미만 근로시간이라는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국공립대는 주 5시간 이상 강의하면 퇴직금을 지급하며, 그중 70%는 교육부가 지원합니다. 또한 대학 강사의 근로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주휴수당이나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처우와 복지 측면에서 가장 열악한 형편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대학에서도 대학 강사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Q.강사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학강사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한가?
대학 강사들은 주당 평균 5시간 정도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연간 30주, 방학 중 임금 4주를 포함해 계산하면, 국공립대 강사의 연간 강의료는 2천만 원 미만, 사립대는 1,500만 원 미만 수준입니다. 도시빈민 수준의 생계로, 강의료 외에 별도의 수당이나 복지 지원은 전무합니다. 병가도 없습니다. 2~3일 정도는 휴강 후 보강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질병이나 부상 시에는 병가를 쓸 수 없어 참고 강의를 계속하든지, 강의를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 연구실은 제공되지 않으며, 공동 휴게실 정도가 전부입니다. 이 때문에 학생 상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벤치나 카페에서 이뤄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연구비도 대학에서 지원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원사업에 의존하지만, 선정률이 낮아 실질적인 지원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Q.이런 열악한 처우가 결국 강의의 질이나 학생들의 학습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대학 강사들은 자신이 수행한 교육과 연구 활동에 비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대학 강단에 서기 위해서는 최소 석사 학위 이상이 필요하며, 현재 강사 대부분은 박사 과정을 수료했거나 박사 학위를 취득한 고학력 인력입니다. 학부 과정을 포함하면 평균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학문에 전념해온 셈입니다. 학문이 좋아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보람 있어서 대학에서 강의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는 교육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강사에게 성실한 강의와 진정성 있는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좋게 말하면 ‘열정 페이’이며, 본질적으로는 구조적인 ‘노동 착취’에 가깝습니다. 강사의 교육 의지와 학문적 열정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학생 교육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Q.대학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제도적으로 시급히 보완돼야 할 부분은?
먼저 강사 임용 및 재임용 기간을 확대해야 합니다. 강사의 주요 임무는 교육과 연구에 있지만, 현재 임용 기간은 1년으로 제한돼 있고 매년 재임용 심사를 거쳐 최대 3년까지만 임용이 보장됩니다. 그러나 교육과 연구의 성과는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평가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닙니다. 이처럼 단기 임용과 반복적인 심사는 강사들의 장기적인 연구 계획 수립과 안정적인 교육 활동을 저해하는 제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사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교육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임용과 재임용 기간을 장기적으로 확대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Q.끝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대학강사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입니다. 그 임무는 고등교육법에 ‘교육·지도 및 학문연구’로 되어 있습니다.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그에 걸맞게 대우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강사는 전임교원과 더불어 학문공동체의 한 축입니다. 강사의 처우가 열악하면 그만큼 학문공동체가 흔들리고, 대학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 대학강사의 교육과 연구활동은 개인적이고 자족적인 활동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학생들을 키워냄으로써 사회 공동체와 국가 발전에 기여합니다. 대학 재정이 어렵다면 국가가 책임지고 이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공공성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그 길을 열어주길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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