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Part Ⅰ] 불공정거래 반복과 주주 피해 고착, 근본 원인은
▷고은정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연구부교수 인터뷰
▷전문가가 바라본 한국 시장에서 불공정거래 반복되는 이유
![[인터뷰 Part Ⅰ] 불공정거래 반복과 주주 피해 고착, 근본 원인은](/upload/c382b505ebf44dcc9fd49e861925f3a0.jpg)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문제는 근절되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 거래정지와 상장폐지로 투자자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떠안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본지는 고은정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연구부교수와 함께 한국 주식시장에서 반복되는 불공정거래 원인과 그로 인한 피해 양상에 대해 살펴봤다. 아래는 고 부교수와 일문일답
Q1.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사례들이 반복되는 원인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시장 구조, 제도 집행, 투자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하나의 원인을 콕 짚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다만, 몇 가지 요인을 짚어보자면 우선, 국내 주식시장은 구조적으로 발행 주식 수가 적고 유동성이 취약한 종목이 많으며, 특정 섹터나 테마에 거래가 집중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비교적 적은 자금만으로도 가격에 영향을 주기 쉽고, 순환매를 활용한 시세 조종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정보 비대칭이 심해 수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한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하고 있다.
감시와 제재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 간 역할이 분절되어 있어 이상 거래를 포착하더라도 데이터 결합, 수사, 제재까지 이르는 과정이 신속하고 일관되게 작동하기 어렵다. 특히 실거래 데이터와 수사 정보의 연계가 제한적이고 전문 인력 부족이 지속되면서 정밀 대응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지난 7월 9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하면서 긴급·중요 사건에 대한 대응 지연의 문제를 유기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만큼 개선에 대한 여지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투자 문화와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역시 간관할 수 없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추종 매매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주주권 행사나 기업 감시에 대한 교육은 미흡하다. 이에 장기적 가치 투자와 시장 건전성을 위한 투자자 경각심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불공정거래가 되풀이되는 것은 유동성 취약, 정보 비대칭, 미흡한 감시·제재 체계, 성숙하지 못한 투자 문화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이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 개선과 기관 간 데이터 통합, 전문 인력 확충, 투자자 교육과 정보 환경의 질적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 보완이 이뤄진다면 단기적 억제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불공정거래를 예방하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Q2.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등으로 인해 주주들이 입는 피해가 회복될 수 없는 구조로 고착화되는 이유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거래정지나 상장폐지에 관련된 주주 피해가 회복 불가능한 구조로 고착된 것은 제도적, 시장 구조적, 투자 심리적 요인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선 거래정지 기간이 과도화게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현행 상장폐지 심사 절차는 다단계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대 2~4년에 달하는 개선 기간을 포함한다. 이 기간 동안 해당 종목의 매매는 전면적으로 제한되며, 장기간의 매매 정지는 주주로 하여금 손실 회피나 투자 자산의 재배분 기회를 잃게 하고, 기업 가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보 공개 및 유동성 공급이 제도적으로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다. 현형 제도는 '원인 해소' 확인을 재개 요건으로 하고 있지만, 기업이 충분한 공시를 제공하더라도 매매 재개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 기업 경영 상태는 악화되고 재개 직후 주가는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또한 상장폐지 이후에도 장외시장이 제도적으로 미성숙하여, 거래량과 유동성이 극단적으로 제한되고, 사실상 현금화가 불가능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제도가 오히려 기업 가치 하락과 장기적 손실을 심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사후적 법적 구제 수단의 한계도 크다. 법원은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조치를 '미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당한 행정 조치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주주의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는 사례가 많다. 설령 상장폐지 결정이 번복되더라도 주주가 실질적인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과적으로 주주는 시간적 지연, 거래 불능, 법적 구제 부재라는 삼중 장벽에 직면하고 피해는 단기간의 가격 하락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고착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피해 구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불공정거래의 반복과 거래정지·상장폐지 문제는 제도적 허점, 시장 구조, 투자자 특성, 기술 발전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로 단기적 처방이 아닌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Q3. 자본시장 참여자인 일반 투자자, 특히 소액주주들이 주식시장에서 제대로된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소액주주는 제도와 시장 구조가 맞물린 복합적 매커니즘 속에서 정보와 권리 행사에서 배제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대주주와 지배 주주의 경우, 의결권 위임, 특수관계인 지분 결집, 계열사 간 순환 출자 등 지배구조 장치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낮은 지분율로도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사회와 경영진은 형식적 독립성을 유지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대주주 이익에 종속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내부통제 장치의 취약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외이사와 감사기구는 법적으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전제로 하지만, 선임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사외이사의 경우 상근이 아니므로 회사의 정보와 경영 환경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시제도의 한계 역시 뚜렷하다. 자본시장법상 공시 의무가 존재하지만, 실제 현상에서는 공시 지연, 선택적 공시, 불충분한 설명이 빈번하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적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아울러 의결권 행사 또한 구조적 제약이 많다. 주주총회 일정과 장소가 투자자 친화적이지 않아 참여가 어렵고, 복잡한 전자투표 절차, 주주제안권·소송권에 부과된 높은 지분율 요건은 실질적 권리 행사를 막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원·네트워크·전문성의 불균형으로 인해 소액주주가 집단행동을 조직하기 어렵고, 비용 대비 성과가 낮다는 인식이 누적되면서 심리적 단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권력 집중, 내부통제 부실, 정보 비대칭, 제도적·경제적 장벽, 심리적 위축 등으로 인해 주주들은 권리를 포기하고, 자기통제적 구조에 갇힐 수밖에 없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를 배제하는 것이 단순히 우연이 아닌 제도적 장치가 낳은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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