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천일의 그리움, 천 번의 약속”…천일 된 그날, 우린 모였다
▷ 이태원 참사 1000일, 그날 이후 멈추지 않은 유가족의 편지와 진실을 향한 목소리
▷ 159명의 이름이 부르는 사회적 약속
24일 오후 7시 명동성당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1000일 '추모의 밤'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은 스마트폰의 불빛을 밝히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래를 불렀다. (사진 = 위즈경제)
[위즈경제] 전희수 기자 = “재강아, 보고 싶다”는 떨리는 목소리에 성당 안은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다.
지난 24일 오후 7시,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이태원 참사 1000일을 기리는 ‘추모의 밤’이 열렸다. 유가족과
시민 등 4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낭독됐다.
엄마 품에 안긴 검은 원피스를 입은 아이, 보라색 셔츠 차림의 청년, LED 촛불을 손에 쥔 중년, 보라색 팔찌를 한 백발의 노년까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자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명동성당에 모였다.
◇ 그리움의 시간, 남겨진
가족의 목소리
“재강아 보고 싶다. 우리
아들 얼굴 보지 못한 지가 오늘이 천일이 되었구나. 다음 세상에서는 절대 헤어지지 말자. 잘 있어라. 다음 세상에서 꼭 만나자” (희생자 고 김재강씨 아버지)
“엄마는 천일 동안 매일매일 우리 용건이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어. 지금이라도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 용건아
너무 보고 싶고 너무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용건아. 엄마 마음속에 항상 있어.” (희생자 고 김용건씨 어머니)
어머니와 어깨동무했던 김용건, 가족과 여름휴가를 다녀왔던 김지현, 턱시도를 입고 버진로드를 걷던 임종원, 일식집에서 가족들과 외식을
했던 정주희, 겨울에 스노우보드를 탔던 최다빈, 화창한 날씨에
자전거를 탔던 차현욱.
대형 스크린에는 159명 중 25명의
희생자 이름과 생전 모습이 재생됐다. 편지를 낭독하는 유가족의 떨리는 목소리와, 객석을 채운 450여 명의 조용한 흐느낌만이 공간을 맴돌았다.
2022년 10월 29일, 평범했던 일상이 멈춘 그날 이후 유가족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었다.
◇ 진실을 향한 싸움,
1000일의 외침
2023년 8월, 유가족들은 피해자의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시간 넘는 삼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이듬해인 지난해 5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공포됐고, 지난 6월 17일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진상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참사 발생 2년 7개월 만에 진상 규명이 비로소 첫걸음을 뗀 것이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참사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려면 무엇보다도 참사의
진상을 확실하게 밝혀야 하고, 책임질 이들이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며 “진상 규명은 희생자와 모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특조위의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날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떠나야 했는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러한
잔혹한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명확한 해답을 얻고 싶다”고 밝혔다.
유가족과 특조위 관계자가 말하는 ‘진상 규명’은 단순한 과거의 진실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미래를 바꾸는 싸움’이었다.
◇ 함께 만드는 안전, 연대와
요청
송해진 운영위원장은 진상 규명을 위해 생존 피해자와 목격자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
그는 “생존 피해자와 목격자 분들만이 증언할 수 있는 그날의 진실들이 있다. 고통스럽겠지만 용기를 내어 함께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여러분의
목소리는 진상 규명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대책회의도 ‘공동의 약속문’을
낭독하며 참사 당시 현장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생존자와 구조자의 증언을 요청했다. 동시에 “참사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해 목격자와 유가족에 대한 무차별적인 2차
가해를 제재하는 사회적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대책회의는 특조위가 성역 없는 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협조도 촉구했다. 대통령 지정 기록과 자료, 관련 증언 등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추모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진상 규명은 아직 시작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건 꺼지지 않는 관심”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미현 시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특조위 조사가 시작되면 진상 규명이
곧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행사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권활동가 명숙 씨는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마음을 갖고 왔다”며 “참사를 기억하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 159명과 안전 사회를 위한 약속
“보고 싶은 우리 아들 주한아. 우리
주한이가 천국으로 유학 간 지 천일이 되었구나. 그동안 단 하루도 널 잊은 적이 없어. 우리 유가족들은 한마음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어. 너를 비롯한 159명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희생자 고 김주한씨 아버지)
“수연아, 엄마야. 우리 딸 너무 보고 싶다. 천국에서는 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엄마도 우리 딸과의 약속 꼭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게. 사랑하는
우리 딸,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희생자 고 이수연씨
어머니)
희생자 고 강가희씨, 권수정씨, 김동규씨, 김용건씨, 김원준씨, 김유나씨, 김의진씨, 김재강씨, 김주한씨, 김지현씨, 유채화씨, 이동민씨, 이민아씨, 이상은씨, 이수연씨, 이재현씨, 이해린씨, 임종원씨, 장한나씨, 정주희씨, 조경철씨, 조예진씨, 차현욱씨, 최다빈씨, 최정민씨…
159명의 이름이 울려 퍼진 그 밤,
남겨진 이들은 다시 다짐했다.
잊지 않겠다고.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도록 지켜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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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권을 줘야합니다 공산당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섣부른 정책 다시 검토해야합니다.
2탈시설 지원법은 악법이며 폐기 되어야만 합니다. 부모회는 자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 탈시설 보다는 자립을 원하면 자립 지원을 해주고 시설을 원하면 입소 지원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3탈시설은 자립의 유일한 길이 아닙니다. 중증장애인에게는 선택권과 안전한 돌봄이 먼저 보장돼야 합니다. 정부는 현실에 맞는 복지 다양성을 마련해야 합니다.
4다양한 삶의 방식 앞에 놓이는 단일 선택은 폭력입니다. 각자의 삶에 맞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5탈시설 지원법은 중증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악법이다. 다양한 시설과 시설의 처우개선은 뒤로 한체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생존권까지 무시한 폐쇄에만 목적을 둔 이권사업으로써 탈시설 지원법은 폐기 시켜야 합니다.
6탈시설 정책을 시작한 복지 선진국에서의 주요 대상자는 정신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이다. 거주시설은 중증장애인들이 부모사후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아갈 제 2의집 장애인들의 마지막 보루다! 마땅리 존치되어야한다. 정부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획일적인 자립정책으로 박탈하지말고 거주시설을 더더욱 늘리는 정책을 펼쳐라!
7자기사업의 이권을 위해 중증발달장애인들을 시설밖으로 내보려는 서미화 의원에게 법을 만들라고 맡기는 이런 국회가 필요한지? 당장사퇴하라 외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