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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천일의 그리움, 천 번의 약속”…천일 된 그날, 우린 모였다

▷ 이태원 참사 1000일, 그날 이후 멈추지 않은 유가족의 편지와 진실을 향한 목소리
▷ 159명의 이름이 부르는 사회적 약속

입력 : 2025.07.25 17:30 수정 : 2025.07.25 19:17
[르포] “천일의 그리움, 천 번의 약속”…천일 된 그날, 우린 모였다 24일 오후 7시 명동성당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1000일 '추모의 밤'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은 스마트폰의 불빛을 밝히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래를 불렀다. (사진 = 위즈경제)
 

[위즈경제] 전희수 기자 = 재강아, 보고 싶다는 떨리는 목소리에 성당 안은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다.

지난 24일 오후 7,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이태원 참사 1000일을 기리는 추모의 밤이 열렸다. 유가족과 시민 등 4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낭독됐다.


엄마 품에 안긴 검은 원피스를 입은 아이, 보라색 셔츠 차림의 청년, LED 촛불을 손에 쥔 중년, 보라색 팔찌를 한 백발의 노년까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자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명동성당에 모였다.

 

그리움의 시간, 남겨진 가족의 목소리

재강아 보고 싶다. 우리 아들 얼굴 보지 못한 지가 오늘이 천일이 되었구나. 다음 세상에서는 절대 헤어지지 말자. 잘 있어라. 다음 세상에서 꼭 만나자(희생자 고 김재강씨 아버지)

 

엄마는 천일 동안 매일매일 우리 용건이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어. 지금이라도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 용건아 너무 보고 싶고 너무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용건아. 엄마 마음속에 항상 있어.” (희생자 고 김용건씨 어머니)

 

어머니와 어깨동무했던 김용건, 가족과 여름휴가를 다녀왔던 김지현, 턱시도를 입고 버진로드를 걷던 임종원, 일식집에서 가족들과 외식을 했던 정주희, 겨울에 스노우보드를 탔던 최다빈, 화창한 날씨에 자전거를 탔던 차현욱.

대형 스크린에는 159명 중 25명의 희생자 이름과 생전 모습이 재생됐다. 편지를 낭독하는 유가족의 떨리는 목소리와, 객석을 채운 450여 명의 조용한 흐느낌만이 공간을 맴돌았다.

 

2022 10 29, 평범했던 일상이 멈춘 그날 이후 유가족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었다.

 

진실을 향한 싸움, 1000일의 외침

 

추모제에서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위즈경제) 

 

2023 8, 유가족들은 피해자의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시간 넘는 삼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이듬해인 지난해 5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공포됐고, 지난 6 17일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진상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참사 발생 2 7개월 만에 진상 규명이 비로소 첫걸음을 뗀 것이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참사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려면 무엇보다도 참사의 진상을 확실하게 밝혀야 하고, 책임질 이들이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진상 규명은 희생자와 모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특조위의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날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떠나야 했는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러한 잔혹한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명확한 해답을 얻고 싶다고 밝혔다.

유가족과 특조위 관계자가 말하는 진상 규명은 단순한 과거의 진실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미래를 바꾸는 싸움이었다.

 

함께 만드는 안전, 연대와 요청

송해진 운영위원장은 진상 규명을 위해 생존 피해자와 목격자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
그는 생존 피해자와 목격자 분들만이 증언할 수 있는 그날의 진실들이 있다. 고통스럽겠지만 용기를 내어 함께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여러분의 목소리는 진상 규명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대책회의도 공동의 약속문을 낭독하며 참사 당시 현장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생존자와 구조자의 증언을 요청했다. 동시에 참사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해 목격자와 유가족에 대한 무차별적인 2차 가해를 제재하는 사회적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대책회의는 특조위가 성역 없는 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협조도 촉구했다. 대통령 지정 기록과 자료, 관련 증언 등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추모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진상 규명은 아직 시작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건 꺼지지 않는 관심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미현 시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특조위 조사가 시작되면 진상 규명이 곧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행사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권활동가 명숙 씨는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마음을 갖고 왔다 참사를 기억하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 159명과 안전 사회를 위한 약속

보고 싶은 우리 아들 주한아. 우리 주한이가 천국으로 유학 간 지 천일이 되었구나. 그동안 단 하루도 널 잊은 적이 없어. 우리 유가족들은 한마음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어. 너를 비롯한 159명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노력할게(희생자 고 김주한씨 아버지)


수연아, 엄마야. 우리 딸 너무 보고 싶다. 천국에서는 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엄마도 우리 딸과의 약속 꼭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게. 사랑하는 우리 딸,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희생자 고 이수연씨 어머니)


희생자 고 강가희씨, 권수정씨, 김동규씨, 김용건씨, 김원준씨, 김유나씨, 김의진씨, 김재강씨, 김주한씨, 김지현씨, 유채화씨, 이동민씨, 이민아씨, 이상은씨, 이수연씨, 이재현씨, 이해린씨, 임종원씨, 장한나씨, 정주희씨, 조경철씨, 조예진씨, 차현욱씨, 최다빈씨, 최정민씨


159
명의 이름이 울려 퍼진 그 밤, 남겨진 이들은 다시 다짐했다.
잊지 않겠다고.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도록 지켜내겠다고

 

추모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으로 '안전사회 건설'을 외치고 있다. (사진 = 위즈경제) 


 

 
전희수 사진
전희수 기자  heesoo5122@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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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토론의 장이되야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중증발달장애인의 또다른 자립주택의 허상을 깨닫고 안전한 거주시설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추구하여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수있도록 거주시설어 선진화에 힘을 쏟을때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인력충원과 시설선진화에 국가에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합니다

2

시설이 자립생활을 위한 기반이 되야합니다. 이를위해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보호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거주시설을 개선하고 지원 되이야 가족도 지역사회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정책개발 및 지원 해야 한다는 김미애의원의 말씀에 감동받고 꼭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3

중증발달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바랍니다. 탈시설을 주장하시는 의원님들 시설이란 인권을 빼앗는 곳이라는 선입관과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지 마세요. 중중발달장애인을 위해 노화된 시설을 개선해 주세요. 또, 그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폐쇄한다는 등 위협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4

지역이 멀리 있어서 유트브로 시청했는데 시설장애인 부모로 장애인들이 시설이든 지역이든 가정이든 온전히 사회인으로 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5

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경우, 자립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거주 서비스 필요성에 의해 장기요양형 거주 시설부터 지역사회 내 자립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거주시설에서의 자립생활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길 기대합니다.

6

장애인도 자기 삶을 결정하고 선택 할 귄리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삶을 대신 결정합니까? 시설에서 사느냐 지역사회에서 사느냐가 중요 한게 아니고 살고 싶은데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7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은 원가정을 떠나 공동체로의 자립을 한 것입니다.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시설안과 밖에서 너무도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원가정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운 좁은 임대주택에서의 삶과 다른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야 말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성이 향상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 입니다.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가기란 주변의 민원과 벌래 보듯한 따가운 시선 그리고 돌발행동으로 위험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늙고 힘없는 부모나 활동지원사는 대처할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심지어 경찰에 부탁을 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러나 거주시설은 가장 전문성이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과 사랑이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을 웃게 만들고 비장애인들의 눈치를 안봐도 되고 외부활동도 단체가 움직이니 그만큼 보호 받을수 있습니다 . 예로 활동지원사가 최중증발달장애인을 하루 돌보고는 줄행랑을 쳤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