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근로자 여부 통째로 추정해야 하나…"정보 접근 어려운 부분 입증책임 조정해야"

▷사회보험·세금·기간제 근로관계 등 다른 제도와 연계 영향도 살펴야
▷"알고리즘 등 노무제공자 접근 어려운 정보 중심으로 입증책임 조정"

입력 : 2026-11-03 09:31
근로자 여부 통째로 추정해야 하나…"정보 접근 어려운 부분 입증책임 조정해야" 권혁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노란봉투법 시즌2, 사용자성 확대 이어 근로자 추정제 타당한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플랫폼 노동과 프리랜서 등 다양한 노무제공 형태가 늘면서 실제 근로자임에도 계약 형태 등에 따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 오분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기보다 근로자성 판단에 필요한 정보 가운데 노무제공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의 입증책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권혁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시즌2, 사용자성 확대 이어 근로자 추정제 타당한가' 토론회에서 '근로자 추정제 등 입법논의의 허와 실'을 주제로 발제하며 이같이 밝혔다.

 

◇ 근로자 추정제, 사실상 '근로계약 추정'?…"다른 제도 영향 살펴야"

 

근로자 추정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근로자 여부가 문제 될 경우 일정 요건에 따라 근로자로 추정하는 방식이다.

 

논의의 배경에는 계약상으로는 도급이나 위임, 프리랜서 등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종속적으로 일하는 노무제공자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권 교수는 이 같은 노동법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근로자 지위 자체를 추정하는 방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근로계약 관계까지 추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권 교수는 "근로자 추정제라고 하지만 법률적으로 보면 근로계약 추정제"라며 노무 제공이 포함된 계약관계를 우선 근로계약으로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근로자 여부에 대한 판단은 퇴직금이나 임금 등 개별 분쟁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제도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권 교수는 근로자 추정이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사회보험 제도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사후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사회보험 적용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금 문제도 제기했다. 프리랜서 등으로 일하며 사업소득으로 처리했던 노무제공자가 사후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기존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간제 근로관계와의 연계 가능성도 언급했다. 예컨대 프리랜서 형태로 2~3년간 노무를 제공한 사람이 이후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기존 노무제공 기간과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달라지는 노동 형태…"지위 아닌 정보 입증책임 조정해야"

 

권 교수는 플랫폼과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일하는 시간과 장소,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기존 노동법은 사용자와 근로자를 특정하고 사용자에게 임금과 근로시간 등 법적 의무를 부과해 근로자를 보호하는 구조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이나 프리랜서 등 새로운 노무제공 형태에서는 전통적인 근로관계보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기존 방식만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영역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노무제공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노무제공 관계를 기존 근로관계 안으로 다시 편입시키는 방식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근로자성 판단 과정에서 노무제공자가 확보하기 어려운 정보가 문제라면 근로자 지위 전체를 추정하기보다 해당 정보에 대한 입증책임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처럼 노무제공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사용자나 플랫폼만 알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이를 가진 측이 관련 사실을 밝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권 교수는 이를 통해 근로자성 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불균형을 보완하면서도 모든 노무제공 관계를 일률적으로 근로계약으로 추정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기존의 사용자와 근로자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기존 노동법의 보호방식에서 나아가 변화한 노동시장에 맞는 새로운 보호체계를 모색하는 '노동법 2.0'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노란봉투법 시즌2, 사용자성 확대 이어 근로자 추정제 타당한가' 토론회 참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장석찬 사진
장석찬 기자  seokchanj26@wisdot.co.kr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