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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성장이라는데 왜 체감은 차가울까…KDI가 짚은 ‘반도체 성장의 그늘’

▷KDI, 올해 성장률 전망 2.5%→3.2%로 상향…내년도 1.7%→2.2%
▷수출·설비투자·경상수지 반도체 중심 대폭 개선…취업자 증가는 11만명으로 하향
▷“성장 성과, 민간소비·고용으로 충분히 확산 안 돼”…체감경기와 지표 괴리 지속

입력 : 2026-08-19 12:02
3.2% 성장이라는데 왜 체감은 차가울까…KDI가 짚은 ‘반도체 성장의 그늘’ 지난 18일 부산항 신감만, 감만 부두에 수출입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사진=연합)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반도체 수출 기업의 실적은 뜨겁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과 내수 업종 종사자가 느끼는 경기는 다르다. 수출액은 늘고 경상수지는 사상급 흑자를 향해 가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은 줄고 실질임금 상승세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숫자로는 ‘고성장’인데, 일상에서는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다.

 

KDI가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크게 올려 잡았다.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5%보다 0.7%p 높은 수치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1.7%에서 2.2%로 0.5%p 상향했다. 배경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렸고, 한국 경제가 그 수혜를 가장 크게 받는 구조에 놓였기 때문이다.

 

브리핑에서 KDI는 “올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곧바로 단서를 달았다. 그 성과가 민간소비나 고용 같은 다수 가계의 소득으로는 아직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망의 핵심은 성장률 상향보다 이 괴리다.

 

◇ 성장률 0.7%p 상향…대부분은 반도체 효과

 

이번 수정전망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반도체 경기 전제다. KDI는 5월 전망 이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망이 “드라마틱하게”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 속보치도 예상보다 좋았다. 2분기 GDP는 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해 전분기에 이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효과는 수출과 설비투자에 먼저 반영됐다. KDI는 올해 수출 증가율을 8.7%, 내년을 5.0%로 전망했다. 5월 전망에서는 올해 수출 증가율을 4.6%, 내년 2.2%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만으로 수출 전망이 사실상 두 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설비투자 전망도 크게 달라졌다. KDI는 올해 설비투자가 7.9%, 내년에는 7.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5월 전망치였던 올해 3.3%, 내년 2.4%와 비교하면 상향 폭이 크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관련 장비 수입도 함께 확대되는 흐름이 반영됐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 상향분 0.7%p 가운데 약 0.6%p가 반도체와 그 파급효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반도체 수출 자체뿐 아니라 반도체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 그로 인한 소득 증가가 일부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까지 포함한 추정이다. 올해 성장률 3.2%의 절반 이상도 반도체와 반도체 관련 요인이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 경상수지 3600억달러 전망…좋지만 ‘한쪽 성장’의 신호

 

반도체 호황은 경상수지도 끌어올렸다. KDI는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가 각각 3600억달러 안팎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5월 전망에서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2390억달러, 내년을 2137억달러로 봤다. 불과 몇 달 사이 올해 전망이 약 1200억달러, 내년 전망이 약 1400억달러 상향된 것이다.

 

KDI는 이 수치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600억달러는 3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만 이미 1900억달러에 달해 과거 연간 흑자 수준을 넘어섰다는 설명도 나왔다.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에도 긍정적 요인이다. KDI는 경상수지가 좋지 않았을 가상의 상황과 비교하면 원화 가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과거보다 경상수지 흐름이 원화 절상에 미치는 영향이 약해졌다는 연구도 있어, 환율 안정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경상수지 흑자가 커진 이유다. 수출이 잘돼 돈을 많이 벌어도 그 돈이 국내 소비와 투자로 넓게 확산되면 수입도 함께 늘고 흑자 폭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KDI는 내년까지도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전망하는 이유에 대해 반도체 업황이 양호하되, 이를 장기적인 구조 변화로까지 확신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흑자 확대는 호재이지만, 동시에 성장이 특정 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 성장률은 올렸는데 취업자는 낮췄다

 

이번 전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모순은 성장률과 고용 전망이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KDI는 올해 성장률을 3.2%로 대폭 상향하면서도 취업자 수 증가 전망은 11만명으로 낮췄다. 5월 전망에서는 올해와 내년 취업자 수가 각각 17만명 증가할 것으로 봤다.

 

왜 성장률은 오르는데 일자리는 줄어드는가. KDI의 답은 반도체 산업의 낮은 고용 유발효과다.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와 장비 투자를 기반으로 생산성과 수출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자동차나 전통 제조업처럼 부품·유통·정비·판매 등 넓은 고용망을 만들어내는 산업과는 다르다. 반도체 부문 종사자 비중도 전체 고용에서 크지 않다.

 

실제 최근 고용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KDI는 건설업과 제조업 고용 감소세가 지속되고, 서비스업 고용 증가 폭도 축소되면서 청년층 고용 여건이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높은 성장률에도 실질임금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어 경제 성장의 성과가 다수 가계의 소득 개선으로 넓게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취업자 수 증가 전망은 20만명으로 상향됐다. KDI는 올해 전망을 낮춘 데 따른 기저효과와 내년 내수 개선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이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로 일부 확산되고, 중동전쟁의 영향도 내년에는 완화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 3%대와 취업자 11만명 증가가 함께 제시된 것은 한국 경제의 성장 구조가 고용 친화적이지 않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킨다.

 

◇ 소비는 완만, 물가는 2%대 후반…가계 체감은 더딜 수밖에

 

민간소비 전망도 성장률만큼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가 2.3%, 내년에는 2.0% 증가할 것으로 봤다. 5월 전망과 비교하면 올해는 소폭 상향에 그쳤고, 내년은 경제 성장 성과가 시차를 두고 가계로 확산될 가능성을 반영해 0.5%p 올렸다.

 

KDI가 소비 전망을 조심스럽게 본 이유는 분명하다. 높은 성장률에도 실질임금 상승세가 낮고 고용 여건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국내총소득이 크게 늘어도 그 소득이 반도체 관련 기업과 일부 부문에 집중되면 가계 전반의 소비 여력은 제한적으로 개선될 수밖에 없다.

 

물가도 부담이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 내년을 2.2%로 전망했다. 5월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유가 전제는 낮아졌지만 상반기 환율 상승 폭이 예상보다 컸고,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도 일부 더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근원물가도 올해 2.5%로 물가안정목표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와 관련해 KDI는 추가 인상 여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헤드라인 물가와 근원물가 모두 목표 수준인 2%보다 높고, 유가와 환율 충격의 시차 효과가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중립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는 가계 입장에서는 고성장에도 체감 부담이 쉽게 낮아지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 반도체가 살린 성장, 반도체만으로는 부족한 회복

 

KDI 수정경제전망은 한국 경제의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장점은 분명하다. 글로벌 AI 투자 경쟁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성장률, 수출, 설비투자, 경상수지를 한꺼번에 끌어올릴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없었다면 올해 한국 경제는 훨씬 더 낮은 성장률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성장률 3.2%라는 숫자가 국민 다수의 체감 회복으로 곧장 연결되지 않는다. KDI가 직접 언급했듯 반도체 성과는 고용 유발효과가 낮고, 실질임금과 민간소비로 넓게 확산되는 속도도 더디다. 대기업 중심 수출 산업은 뜨겁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청년 고용·건설업이 동시에 따뜻해지는 구조는 아직 아니다.

 

더 큰 위험은 전망의 변동성이다. 올해 성장률 상향분 대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왔다는 것은 반대로 AI 투자 수요가 꺾이거나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해질 경우 성장 전망도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KDI도 반도체 업황에 따라 거시경제 전망 자체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결국 정책의 초점은 “반도체 호황을 얼마나 오래 누릴 것인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도체 수출로 벌어들인 소득이 임금, 고용, 내수, 지역경제, 중소기업 투자로 흘러가게 만드는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 성장률은 높아졌지만 체감경기는 낮다는 말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배분과 확산 경로가 막혀 있다는 신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 호황에 대한 환호보다, 그 호황을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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