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바이오연료 시장 11년간 담합 의혹…입찰 규모 9조7000억원

▷ 바이오연료 7개사, 낙찰자 사전 결정하고 들러리 입찰…2013년부터 11년 넘게 지속
▷ 담합 참여사 비중 바이오디젤 80%·바이오중유 사실상 100%…시장 경쟁 기능 무력화
▷ 경유·발전 연료비에 비용 전가 가능성…친환경 연료 확대 앞서 조달시장 감시 강화해야

입력 : 2026-07-30 12:01
바이오연료 시장 11년간 담합 의혹…입찰 규모 9조7000억원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차량용 경유에 반드시 섞어야 하는 바이오디젤과 발전용 바이오중유 시장에서 약 11년에 걸친 대규모 입찰 담합이 이뤄졌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유사와 발전사가 경쟁입찰을 실시했지만, 참여 사업자들은 사전에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나머지 업체가 높은 가격을 써내는 ‘들러리 입찰’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의 영향을 받은 입찰 규모는 약 9조7000억원에 달한다. 바이오연료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정부가 사용을 의무화한 연료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기업 간 담합과 성격이 다르다. 정책이 만든 안정적인 수요가 장기간 사업자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담합 시장으로 변질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지난 29일 바이오연료 제조·판매사업자 7곳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 심사보고서는 조사 담당 부서의 판단과 조치 의견을 담은 것으로,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는 향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 1년 단위 입찰까지 나눠 가졌다…11년간 굳어진 ‘들러리 경쟁’

 

공정위 심사관은 바이오연료 제조·판매사업자들이 2013년 12월경부터 2025년 10월경까지 약 11년 3개월 동안 바이오연료 입찰과 물량 배분을 조직적으로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담합 방식은 낙찰 예정자를 미리 정한 뒤 다른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것처럼 들러리로 참여하는 구조였다. 형식상 여러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지만 실제로는 낙찰 업체와 공급 물량이 사전에 정해져 있어 발주자가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출 기회가 사라지는 방식이다.

 

바이오디젤은 차량용 경유에 의무적으로 혼합되는 친환경 대체연료다. 정유사들은 필요한 바이오디젤을 매년 한 차례 입찰을 통해 구매한다. 바이오중유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에 따라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발전사들이 수시 입찰로 조달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남부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이 발주한 입찰에서도 담합 정황이 확인됐다.

 

특히 담합 참여 사업자들의 입찰시장 비중은 바이오디젤 약 80%, 바이오중유는 일부 기간 사실상 100%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오중유 시장에는 담합 후반부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면서 현재 점유율이 낮아졌지만, 상당 기간 주요 입찰에서 경쟁 압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입찰이 반복될수록 발주자는 과거 낙찰가격을 다음 입찰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한 차례 높아진 가격이 이후 입찰의 기준가격으로 굳어지면 담합이 끝난 뒤에도 가격 왜곡이 남을 수 있다. 11년이라는 위반 기간을 단순히 개별 입찰 횟수의 합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 ‘친환경 의무수요’가 담합의 안전판으로 바뀌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이오연료 수요가 시장의 자발적 선택보다 정부 정책과 의무사용 제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차량용 경유에는 바이오디젤을 4% 혼합해야 한다. 발전사 역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바이오중유를 구매한다.

 

정유사와 발전사가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구매를 중단하기 어려운 시장인 셈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기 상황이나 소비자의 선호 변화와 관계없이 일정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시장에서 공급자 간 경쟁까지 제한되면 친환경 에너지 확대를 위해 설계된 제도가 오히려 담합 사업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담합의 비용이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전가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공정위는 바이오디젤이 경유에 4% 혼합되는 만큼 그 영향이 크지는 않더라도 경유 가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중유 역시 발전사의 연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발전 비용과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담합으로 경유 가격이나 발전 비용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상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입찰가격과 실제 공급가격, 정유사·발전사의 비용 반영 구조를 추가로 분석해야 소비자 피해 규모를 산정할 수 있다. 입찰 규모 9조7000억원 전체를 소비자 피해액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 과징금 상한 1조9420억원 넘을 수도…실제 제재는 심의서 결정

 

공정위 심사관은 이번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보고 향후 금지명령을 포함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법인 및 전·현직 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담합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부과할 수 있다. 입찰 규모 9조7100억원을 단순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조9420억원이다. 공정위는 들러리로 참여한 사업자의 입찰 금액까지 관련 매출액 산정에 반영될 수 있어 부과 한도액을 적용할 경우 이보다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법률상 가능한 최대한도를 가정한 수치다. 실제 과징금은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기간, 사업자별 역할, 들러리 사업자에 대한 감경 여부 등을 위원회가 심의한 뒤 결정한다. 아직 최종 의결 전인 만큼 7개 사업자의 법 위반이 확정됐거나 구체적인 과징금이 산정된 것은 아니다. 해당 사업자들은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을 내고 증거자료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거액의 과징금에만 있지 않다. 정부가 친환경 연료 사용량을 늘리더라도 생산과 유통 단계의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 비용은 정유사와 발전사를 거쳐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친환경이라는 정책 목표가 공급업체의 가격 경쟁까지 자동으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향후에는 반복 입찰에서 낙찰 업체가 일정한 순서로 바뀌는지, 탈락 업체의 투찰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유사한지, 업체별 공급 물량이 장기간 일정하게 유지되는지를 상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설비·인증·원료조달 장벽도 함께 살펴야 한다.

 

바이오연료 혼합 의무가 확대될수록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패가 보급 목표뿐 아니라 투명한 조달과 실질적인 경쟁 환경에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친환경 연료의 사회적 비용을 낮추려면 의무사용 비율을 높이는 정책과 함께 담합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시장 감시 체계도 강화돼야 한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