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 "생활비는 아끼고 굿즈엔 지갑 연다"…1020세대 ‘요노 소비’ ①
▷고물가 속 불필요한 지출 줄이는 요노(YONO) 트렌스 확산
▷스트레스 해소·자기 보상 위해 취향 소비는 유지
▷희소성 마케팅과도 맞물려.."과소비 막으려면 스스로 기준 세워야"
지난 7일 마포구 AK 플라자에서 진행된 '귀멸의 칼날'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소비자들이 팝업스토어를 즐기고 있다.(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무조건 소비를 줄이기보다 아낄 곳과 쓸 곳을 나누는 ‘양면적 소비’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본지는 1020세대부터 3040세대, 5060세대까지 세대별 소비 현장을 통해 불황기 소비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술자리처럼 한 번에 지나가는 소비보다 좋아하는 물건을 모으고 간직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AK플라자 팝업스토어에서 굿즈를 구매한 우예담 씨(26)는 취미 소비에 지갑을 여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취미에는 이 정도 써도 된다고 느낀다”며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나에게 보상하는 느낌도 있다"고 했다.
이날 AK플라자는 평일 낮이었지만 팝업스토어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젊은 방문객들이 줄을 섰다. 매장 안에는 캐릭터 굿즈와 포토부스가 마련됐다. 방문객들은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일부는 구매한 굿즈를 정리한 뒤 다시 사진으로 남겼다.
고물가 속에서 아낄 곳과 쓸 곳을 나누는 양면적 소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1020세대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생활비와 생필품 지출은 아끼지만, 굿즈와 팝업스토어처럼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을 보상할 수 있는 취향 소비에는 과감히 돈을 쓰는 방식이다.
◇절약해도 취향 소비는 남겼다

지난 7일 마포구 AK 플라자에서 진행된 '대답해줘 엔젤아' 팝업스토어 현장(사진=위즈경제)
요노는 모든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핵심은 소비를 끊는 데 있지 않고 제한된 돈을 어디에 쓸지 다시 정하는 데 있다. 생활비와 생필품처럼 반복적으로 나가는 지출은 줄이지만, 스트레스 해소와 자기 보상이 되는 취향 소비에는 돈을 남겨두는 식이다.
우 씨의 소비도 이와 맞닿아 있다. 우 씨는 “본가에 살고 있어 생활용품이나 필수품 지출은 크지 않다”며 “소비의 70~80% 가까이는 취미 생활에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화장품은 세일 기간에 사고 생활용품은 저가 매장에서 구매하지만, 좋아하는 굿즈를 사는 데에는 지출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생활비 지출은 최대한 줄이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만족감과 소속감, 자기 보상을 위해 지갑을 여는 방식이다.
건담 등 조립형 피규어를 모으는 노한솔 씨(29)도 비슷한 소비 방식을 보인다. 노 씨는 생활용품이나 식비처럼 반복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최대한 아끼지만, 갖고 싶던 한정판 모델이나 신제품이 나오면 구매를 미루기 어렵다고 했다. 조립하고 진열하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기 때문에 단순한 물건 구매보다 오래 즐길 수 있는 취미 소비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전문가는 이런 소비를 절약 피로감과 보상심리로 설명한다. 생활비를 줄이는 압박이 커질수록 청년층은 좋아하는 제품이나 취미 활동을 통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0대와 20대는 수입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절약적 소비를 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절약만 지속하면 심리적 결핍감이 커질 수 있어 좋아하는 굿즈나 가시성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며 보상심리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판 앞에서 흔들리는 지출 기준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오픈서베이의 'Z세대 트렌드 리포트 2025'를 기준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청년층의 취향 소비는 희소성 마케팅과 맞물려 있다. 팝업스토어와 굿즈 판매처는 한정 수량, 선착순 구매, 재입장 제한 등을 내세워 구매 결정을 앞당기는 것이다. 평소 생활비를 아끼는 소비자도 “지금 사지 않으면 놓친다”는 압박 앞에서는 지출 기준이 흔들리기 쉽다.
실제 오픈서베이의 ‘Z세대 트렌드 리포트 2025’에 따르면 Z세대의 73.8%는 광고나 한정·프로모션 문구로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문구는 ‘오늘만 할인·타임 세일’ 39.2%였다. 이어 ‘한정 수량·소진 시 종료’ 23.9%, ‘선착순 혜택’ 20.7%, ‘한정판·리미티드 에디션’ 20% 순이었다.
현장에서도 이런 흐름은 확인됐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팝업스토어는 재입장이 제한되고 구매 기회도 한정돼 있었다. 방문객들은 긴 대기 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입장 전부터 구매할 상품을 확인하고, 매장 안에서는 굿즈를 고른 뒤 포토존으로 이동했다. 제한된 기회 안에서 원하는 상품을 사고 현장 경험까지 남기려는 모습이었다.
해당 팝업스토어 관계자는 “고등학생부터 20대 초반이 주 고객층”이라며 “대부분의 고객이 매장 내 포토존에서 직접 사진을 남기거나 직원에게 촬영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정판 상품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희소한 현장 경험을 사진으로 남겨 공유하려는 소비가 함께 나타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몰리면 나도 사야한다고 느끼는 벤드웨건(편승효과) 효과가 큰 편"이라며 "절약적 소비를 하면서 좋아하는 것 하나를 정해 소비하는 것은 긍정적 방향이지만 비싼 굿즈나 제품 구매가 과소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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