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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가’라 믿고 눌렀는데 쿠폰가였다…공정위, 쿠팡 와우 기만광고 제재

▷공정위, 쿠팡에 시정명령·과징금 5억원 부과…정액과징금 법정 최고액
▷1회성 쿠폰 반영 가격을 상시 회원가처럼 표시…와우회원 수 483만→937만명 증가
▷유료 멤버십 가격 혜택 광고 첫 제재…“할인 조건·적용 범위 명확히 알려야”

입력 : 2026-06-10 11:11
‘회원가’라 믿고 눌렀는데 쿠폰가였다…공정위, 쿠팡 와우 기만광고 제재 공정위가 공개한 쿠팡 ‘와우회원가’ 광고 화면 예시. 쿠팡은 1회성 쿠폰까지 적용한 가격을 ‘와우회원가’로 표시해, 소비자가 와우멤버십 가입 시 상시적으로 적용되는 회원 전용 가격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광고했다는 판단을 받았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소비자가 쿠팡에서 상품을 검색한다. 일반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 옆에 ‘와우회원가’가 표시되고, 화면에는 ‘로켓와우로 할인받기’, ‘회원전용 특가’, ‘와우회원가로 5,000원 할인’ 같은 문구가 붙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와우멤버십에 가입하면 해당 상품을 앞으로도 그 가격에 살 수 있다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이 ‘와우회원가’에는 중요한 조건이 숨어 있었다. 표시된 가격은 와우회원이면 누구나 반복해서 적용받는 상시 회원가가 아니라, 와우멤버십 가입 시 발급되는 1회성 쿠폰까지 반영한 가격이었다. 소비자는 같은 상품을 동일한 와우회원가로 반복 구매할 수 없었고, 여러 상품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도 실제로는 하나의 상품에만 적용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조건이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고 멤버십 가입 여부를 판단하는 주된 화면에서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쿠팡은 ‘와우회원가’와 ‘와우전용 할인쿠폰’을 별개인 것처럼 표시했고, 범용쿠폰의 할인가액을 여러 상품 가격에 동시에 반영해 마치 모든 상품을 해당 ‘와우회원가’에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노출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표시가 소비자를 오인하게 해 유료 멤버십 가입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2020년 8월 26일부터 2022년 5월 15일까지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 ‘와우회원가’를 일반 판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처럼 강조하면서, 해당 가격이 1회성 쿠폰 적용 가격이라는 중요 정보를 은폐·누락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5억원은 현행 표시광고법상 정액과징금 법정 최고액이다.

 

◇ ‘상시 회원가’에서 ‘1회성 쿠폰가’로…A/B 테스트 뒤 바뀐 표시 방식

 

이번 사건의 핵심은 ‘와우회원가’라는 표현의 의미가 중간에 달라졌다는 점이다. 쿠팡은 2020년 3월 와우회원에게 상품 할인 혜택을 추가하면서 ‘와우회원가’ 광고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와우회원가를 ‘와우회원에게 상시적으로 적용되는 가격’이라는 의미로 사용했고, 1회성 쿠폰은 별도로 표시했다. 즉, 소비자가 보는 화면에서 회원가와 쿠폰 할인가는 구분돼 있었다.

 

그러나 2020년 7월 31일부터 8월 26일까지 약 한 달 동안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을 비교하는 A/B 테스트가 진행됐다. 기존 방식은 와우회원가를 상시 회원가로 표시하고 쿠폰을 별도로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반면 새로운 방식은 1회성 쿠폰까지 적용한 가격을 ‘와우회원가’로 표기하는 방식이었다. 쿠팡은 실제 소비자를 대상으로 구매전환율 등 광고 효과를 비교한 뒤, 2020년 8월 26일부터 1회성 쿠폰 반영 가격을 와우회원가로 광고하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브리핑에서 A/B 테스트의 전체 자료와 의도를 단정할 만한 직접적 문구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쿠팡 측이 A/B 테스트 자료의 풀 버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소명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는 해당 테스트를 통해 광고 전후 사업 성과지표가 확인됐고, 이후 실제 표시 방식이 변경됐다는 점에서 광고 효과를 고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 대목은 단순한 표시 오류와 구분된다. 같은 가격이라도 ‘쿠폰 적용가’와 ‘회원가’는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가 다르다. 쿠폰 적용가는 일시적·제한적 할인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회원가는 멤버십에 가입하면 반복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구조적 혜택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쿠팡은 바로 이 지점에서 소비자의 가격 인식을 바꿨다는 판단을 받았다.


초기 ‘와우회원가’ 광고와 변경 이후 광고 비교. 공정위는 쿠팡이 처음에는 와우회원가와 쿠폰을 별도로 표기했으나, AB 테스트 이후 1회성 쿠폰 반영 가격을 ‘와우회원가’로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 여러 상품에 보인 ‘회원가’, 실제로는 하나만 적용 가능했다

 

소비자 오인을 키운 또 다른 장치는 ‘범용쿠폰’ 표시 방식이었다. 범용쿠폰은 여러 상품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지만, 실제 사용은 쿠폰당 한 개 상품에 한정된다. 그런데 쿠팡은 범용쿠폰의 할인금액을 여러 상품 가격에 전부 반영해 표시했다. 소비자가 검색화면이나 카테고리 화면에서 여러 상품을 볼 때, 각 상품이 모두 ‘와우회원가’로 구매 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같은 쿠폰이 적용 가능한 상품이 여러 개 노출될 경우, 소비자는 각각의 상품을 표시된 와우회원가로 모두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쿠폰 하나가 적용되는 상품은 하나뿐이다. 나머지 상품은 같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없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적용 범위가 주된 광고 페이지에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았다고 봤다.

 

쿠팡은 또 상품 화면에서 연결되는 쿠폰 화면, 와우멤버십 가입 화면 등에도 제한사항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장바구니 화면이나 와우멤버십 해지 화면에서도 ‘와우회원가’ 혜택이 강조돼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강화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실제 소비자 불만도 제기됐다. 소비자들은 “와우회원가라고 표시돼 가입했는데 쿠폰 적용이 1회뿐이었다”거나 “같은 제품인데 와우회원이 더 비싸게 보인다”는 취지의 불만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2022년 언론 보도를 통해 사회적으로 알려졌고, 공정위는 이를 직권 인지해 조사에 착수했다.

 
범용쿠폰을 적용한 ‘와우회원가’ 광고 화면 예시. 공정위는 실제로는 쿠폰당 하나의 상품만 표시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음에도, 여러 상품을 모두 해당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처럼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 유료 멤버십 전쟁 속 ‘락인 효과’…회원 수는 483만명에서 937만명으로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가격표시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당시 온라인 쇼핑 시장의 경쟁 상황 때문이다. 2020년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 이용이 급증하고, 유료 멤버십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던 시기였다. 네이버는 2020년 6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출시했고, 쿠팡·네이버·이베이 등 주요 사업자 간 경쟁도 치열했다.

 

공정위가 제시한 당시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18.6%, 쿠팡 13.7%, 이베이 12.4%, 11번가 6.2% 수준이었다. 여기에 쇼핑 앱 유료 멤버십 이용률은 2019년 29.2%에서 2020년 40.2%로 빠르게 증가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멤버십 가입자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향후 거래액과 이용자 충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 됐다.

 

유료 멤버십의 핵심은 락인 효과다. 소비자가 한 번 멤버십에 가입하면 무료배송, 무료반품, 새벽배송, OTT, 특가 혜택 등을 한 플랫폼 안에서 이용하게 되고, 이후 같은 플랫폼에서 반복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지가 번거로운 측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입 이후 재구매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온라인 쇼핑몰의 최저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와우멤버십 가입을 통한 락인 효과를 형성할 목적으로 기만적 광고를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브리핑에서 공정위는 쿠팡의 와우회원 수가 2020년 8월 약 483만명에서 2022년 5월 약 937만명으로 450만명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증가분 전체가 해당 광고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공정위는 유료회원 전용 가격 할인 여부가 소비자의 멤버십 가입 결정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는 점을 중대하게 봤다.

 

조사 과정도 간단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이 광고 사건이지만, 쿠팡 내부의 할인 이벤트와 가격 표시 체계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조사가 장기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위반 기간 동안 시행한 쿠폰 할인 횟수는 약 230만회에 달했고, 공정위는 복잡한 할인 가격 체계를 파악하기 위해 2025년에도 여덟 차례 자료 제출 명령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 과징금 5억원의 한계…“법정 최고액이지만 충분한 제재인가”

 

공정위는 쿠팡에 정액과징금 법정 최고액인 5억원을 부과했다. 정률과징금이 아니라 정액과징금이 적용된 이유는 관련 매출액 산정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관련 상품·서비스는 와우멤버십이지만, 소비자가 와우회원에 가입하는 경로는 쿠팡 쇼핑몰뿐 아니라 쿠팡플레이 등 다른 경로도 있었다. 따라서 위반 광고로 영향을 받은 회비 매출을 정확히 구분하기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최저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멤버십 락인 효과를 형성하려 한 점, 유료회원 전용 가격 할인이라는 중요한 정보를 은폐·누락한 점, 광고가 1년 8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된 점, 광고 전후 와우멤버십 회원 수가 크게 증가한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법정 최고액이 5억원이라는 점은 제재 실효성 논란을 남긴다. 쿠팡의 매출 규모와 와우멤버십이 가진 플랫폼 전략상 중요성을 고려하면, 5억원이 억지력으로 충분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공정위도 현행법상 과징금 상한이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비해 낮아 제재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정률 기준 매출액의 2%에서 10%로, 정액 기준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 기반 광고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행 과징금 상한으로는 대형 플랫폼의 부당 광고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개정법 적용 대상이었다면 곧바로 50억원이 부과됐을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개정안의 세부 기준과 사건별 판단 요소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기존 표시광고법 제재 수준이 충분한지 묻는 사례가 됐다.

 

이번 조치는 온라인 쇼핑몰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와 연계된 가격 할인 혜택 광고를 제재한 첫 사례다. 플랫폼 멤버십이 무료배송이나 OTT 같은 부가혜택을 넘어 가격 경쟁의 핵심 수단이 된 상황에서, 소비자가 보는 ‘회원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알려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격 할인 광고는 소비자의 선택을 움직이는 가장 강한 신호다. 특히 유료 멤버십은 한 번 가입하면 반복 구매와 해지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입 단계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 ‘회원가’라는 말이 상시 혜택인지, 1회성 쿠폰 적용가인지, 일부 회원에게만 주어지는 조건부 가격인지에 따라 소비자의 판단은 달라진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쇼핑의 최저가 경쟁이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경쟁만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소비자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혜택보다 더 넓고 반복적인 혜택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도 경쟁 전략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의 할인 문구가 복잡해질수록 소비자는 더 많은 정보를 받아도 핵심 조건을 놓치기 쉽다.

 

결국 공정위 제재의 핵심은 “쿠팡이 싸게 팔았느냐”가 아니라 “소비자가 그 가격의 조건을 제대로 알고 선택했느냐”다. 유료 멤버십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 혜택 광고는 더 정교해질 것이다. 그만큼 플랫폼 사업자에게 필요한 기준도 분명해졌다. 회원가라면 누가, 몇 번, 어떤 조건에서 받을 수 있는 가격인지 소비자가 주된 화면에서 바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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